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nny Apr 28. 2020

독립변수와 종속변수

학이 많이 사는 마을에 백세 넘은 노인이 많다는 가설에 대하여

 수년 전의 일이다. 대학원에 등록을 했다. 좋은 논문을 쓰려면 먼저 사회과학을 어떻게 연구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얘길 들었다. 그걸 가르치는 교수님이 계셨다. [사회과학연구방법론]이었다. 수강 신청을 하고 첫날이 되었다. 교수님께서 독립변수, 종속변수, 외생변수, 상관관계... 어려운 용어를 많이 사용하셨다. "교수님! 너무 어려워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학생이 용감하게 손을 들고 교수님께 쉽게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수님께서 재미있는 얘기를 하시면서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말씀하셨다.


학(鶴)이 많이 사는 마을에 백세 넘은 노인이 많이 산다. 이걸 가설이라고 합시다. 사회과학 연구는 이런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에요.  여기서 독립변수는 학이 많이 사는 마을, 종속변수는 백세 넘은 노인의 다수 거주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독립변수는 원인이 되는 것, 종속변수는 그로 인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독립변수를 원인 변수, 종속변수를 결과변수라고도 할 수 있단 말이죠.

자! 그럼 한 번 따져 봅시다. 학이 많이 사는 마을이 원인이 되는 독립변수이고 백세 넘은 노인이 많이 사는 것이 그로 인한 종속변수가 맞는지. 학은 두루미라고도 하지요. 두루미는 멸종 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이기도 해요. 우리나라에서 두루미를 볼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아요. 옛날에는 10월 말에 수천 마리의 두루미떼가 우리나라로 찾아와서 겨울을 났다고 해요. 하지만 지금은 대성동 자유의 마을, 경기도 연천군, 강원도 철원군 주변의 비무장지대 부근과 인천 연희동과 경서동, 그리고 강화도 부근의 해안 갯벌에 100여 마리씩 찾아와 겨울을 난다고 합니다.

이런 마을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뭘까요?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 오염되지 않은 곳, 물 맑고 공기 좋은 곳, 뭐 이런 것들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사람이 장수하는 원인이 학이 많이 살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학이 많이 사는 마을에서 나타난 특징들 때문일까요? 그렇지요. 근본적인 원인은 학이 많이 살기 때문이 아니라, 학이 많이 살 수 있는 조건들입니다. 그럼 가설을 이렇게 고쳐 봅시다. 물 맑고 공기 좋은 마을에는 장수하는 사람이 많이 산다. "물 맑고 공기 좋음"이 원인이 되는 독립변수, 장수하는 사람이 그로 인한 결과가 되는 종속변수가 된다는 말입니다. 이젠 좀 이해가 가시나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사회과학을 연구한다는 것은 독립변수는 종속변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즉, 독립변수와 종속변수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교수님은 항상 말씀하셨다.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어렵게 얘기하는 이유는 사실 자기 자신도 잘 모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학생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 가면서 어렵게 가르치면 그만큼 선생으로서의 권위가 올라간다는 인식을 갖고 있단 말이죠." 우리는 그때 그 교수님께 사회과학연구방법론을 그렇게 배웠다. 가장 쉬운 말로 가장 쉽게 설명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자신의 논리를 입증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지만, 나의 석박사 학위 청구 논문은 이해하기 그리 쉽지 않은 문체로 썼다. 굳이 변명하자면 당시 상황과 형편이 사회과학연구방법론을 배우던 시절하고 달랐고 나의 논문을 지도하고 심사하신 교수님들이 그때의 그 교수님과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글을 쉽게 쓰려고 애를 쓰고 있다. 학술적인 글이든 감성 에세이든 어떤 글을 쓰든지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전 09화 첫 번째 종이책과 최초 구독자의 피드백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