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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Mar 24. 2020

이름, 호칭, 그리고 꿈

존중과 사랑을 담아 이름을 불러줄 때 꿈은 이루어진다.

  봉천5동,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작가가 살았던 동네의 이름이다. '80년대 초까지는 루핑(roofing) 집으로 불리던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곳이었다. 달동네 이미지를 지우고 싶어 하는 지역 주민들의 청원으로 지금은 보라매동, 은천동, 성현동, 청림동, 중앙동, 행운동, 청룡동, 낙성대동, 인헌동으로 행정동명이 바뀌었다고 한다. 11개의 동 명칭에 볼 수 있듯이 인구가 많은 곳이다. 국민학교, 지금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엔 한 반에 8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 학년에 20개 반씩 있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에 살았던 동네를 자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꿈과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80년대 봉천동 모습, 루핑집은 거의 사라졌다.


  그 시절, 초등학교 4~5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다. 친구와 함께 어떤 집 대문 앞의 계단을 오르면서 "ㅇ박사님, 오르시죠!"라며 놀던 기억이 난다. 해외에 나가는 비행기에 오르는 흉내를 내면서 그런 놀이를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기억을 까맣게 잊고 청년기를 보내고 직업 군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군대 상관이나 선배들이 계급이나 직책 대신 "ㅇ박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왜 박사라고 부르냐고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유는 지금도 알 수 없다. 다만, 30여 년의 직업군인 생활을 마친 50대에 진짜 "박사"가 되었다. 유년 시절 그 친구가 "ㅇ박사님"이라고 불러주었고, 군대 시절 상급자들이 "ㅇ박사"라고 불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ㅇ박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유년기에도 청장년기에도 그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ㅇ박사였으니까!


  그들이 내 이름을 "ㅇ박사"라고 불러주었을 때, 나는 그들에게 진짜 박사가 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 생각난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베이비부머 세대 이전까지의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 이름을 짓기 위해 작명소를 찾거나, 집안 어르신께 좋은 이름으로 지어 달라고 하곤 했다. 이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다. 중세시대에 대부분 만들어진 서양 사람들의 성은 그 가문의 직업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의 Becken-bauer(항아리 굽는 사람), Schmidt(대장장이), Schneder(옷 만드는 사람), Bauer(농부), 그리고 미국의 Smith(대장장이), Taylor(옷 만드는 사람), Baker(빵 굽는 사람) 등과 같은 것이다. 또 성경에 나온 유명 인물이나 성자 이름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Peter, Paul, Michael, Mattew, John 등 성경에 나오는 인물이나, Nicholas, Patrick 등과 같은 성자처럼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어려서부터 좋은 이름으로 불리면서 꿈을 키워가고, 또 그 꿈을 이루기도 했던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름에 대한 욕설과 모욕이다. 우리말의 경우 "ㅇㅇㅇ 개자식" 또는 "ㅇㅇㅇ 개새끼"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영어에도 유사한 표현으로 "son of bitch" 또는 "bastard"가 있다. 유럽에도 같은 뜻을 가진 "bastardi"라는 단어가 있다고 한다. 더 심한 모욕적 호칭인 욕설도 있지만 생략하겠다. 여하튼 이런 말을 들으면 매우 불쾌하고, 반복해서 듣게 되면 정말 우울해진다.

꿈을 이루게 하는 것이 아니라, 꿈을 깨뜨리는 것이 바로 이런 모욕적 호칭이다.


  한국의 전업 주부들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면 무척 좋아한다고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ㅇㅇ 부인 또는 ㅇㅇ 엄마로 불리는 문화로 인해 자기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중년 여성들이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남자의 유혹에 잘 넘어간다는 말도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이름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부터 상대방을 "좋은 이름, 좋은 호칭"으로 불러주자! 그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 이름을 불러줄 때, 꿈은 이루어진다!


"당신은 아름다운 꽃입니다. 당신은 사랑스러운 꽃입니다. 당신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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