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이 휴가에서 돌아와 현업에 복귀하셨나 보다. 한 동안 비어 있던 길 위의 칠판이 오랜만에 문장을 품었다. 주말에 도서관 가던 소년은 칠판 앞에서 한참을 보고 더 한참을 머문다. 또또또 주책바가지가 밀려온다. 문장 앞에서 그렁그렁 거리더니 울먹울먹 거린다. 도대체 갱년기의 끝은 언제인가.
저 문장은 필시, 엄마나 아빠가 아들 딸들에게 전하는 혹은 전하고 싶은 근원적 소망의 문장이겠지. 나의 부모님과 우리 아들딸이 떠 오른다. 땡볕아래 오도카니 서서 더 한참을 그렁거리고 울먹거린다. 문장을 지은 이가 원장님인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이렇게 어떤 문장은 눈으로 와서 가슴에 박힌다.
지나가던 고급 승용차가 빵빵거린다. 좁은 골목이니, 어서 비키라고. 길 막고 서서 뭐 하는 거냐. 이 아저씨야. 그런다. 슬쩍 눈물을 훔치고 소년은 벽에 붙어서며 혼자 중얼거린다.
이런 인정머리 낭만 한 스푼 없는 인간아.물론, 마스크 안에서 시행하는 복화술이다. 험난한 세상에서 자존감을 지키며 생존하기 위해 터득한 잔기술이다. 정신을 가다 듬는다.
이 눈물은, 갱년기를 유발하는 호르몬의 장난이라기보다는 아직 미세하게라도 남아 있는 감수성이라 해두자. 어떤 회한에 머물기보다는새로운 다짐으로 재무장해보자. 정신의 태만을 물리치고 좀 더 생기 넘치는 젊음으로 전두엽을 채워보자. 아직 더 주어야 하고 뭐라도 한 톨
남김없이 흐르게 해야 한다.
마음과 정신의 생애 속에서. 생의 역사 안에서.
다시 도서관으로 향하는 소년의 발걸음은 언제 그렁 울먹 거렸냐는 듯경쾌하고 거침없다. 도서관에 가까워질수록 젊은 아빠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