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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퉁머리 꽃

by 김호섭 Feb 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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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에 하얀 꽃이 피었다
사계절 피어 있지만 겨울에만 볼 수 있고
눈 밝은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그 꽃은
까만데 하얀 까치다
기나긴 겨울밤
곤히 잠든 까치들의 새하얀 배퉁머리다

옹기종기 모여 잠든 그곳은
봄여름가을 내내 아무도 모른다는
아지트 아지트 아파트 아파트
까치들의 낙원이다

낙원 아파트 101동에서
까치는 겨울밤을 함께 자고
제철고독을 함께 견디며 기어이 피어난다

겨울꽃은 동백만이 아니려니
이름을 지어주자
까치 배퉁머리 로제 꽃

앙상한 가지 위의 방구석
까배로는 까닥까닥 졸면서도
확 쉽게 꺾이거나 툭 잎새 떨구지 않는다

위태로운 가지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날개를 믿기에 친구들이 있기에
단호한 그 잠은
꽃을 품은 나무의 의지이고 겨울 속의 낭만이며
일상 속의 휴식이요 풍경 속의 생명이다

고개 돌려 바라본다
나는 나의 날개를 믿는가

항구의 겨울은
밤새 잠 못 들고 흐른다
까치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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