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을 만나고 시작된 '나'에 대한 진지한 고찰
결국 바쁘다는 핑계로, 지금 코칭 자격증을 따서 과연 뭐 하지 라는 생각으로, 코칭 공부는 손을 놓고 쳇바퀴 같은 회사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이때의 상황과 내 감정은 바닷속 소용돌이 같았는데, 왜 회사생활을 하고 이 회사를 다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사람들과의 갈등으로 자신감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내가 물속에서 힘들어 허우적거릴 때 다행히도 두 번째 코칭을 만났다.
코치님은 나에게 질문하셨다.
왜 자신을 스스로 돌보지 않는지...
나는 코치님께 반문했다.
왜 자신을 스스로 돌봐야 하는지...
그만큼 그때의 나는 정신적으로 만신창이었던 것 같다. 외적인 환경의 변화가 없어, 타인이 보기에는 안정된 직장과 행복한 가정이 있는데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이유 없이 나 스스로를 괴롭히고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었다.
나에게 들이댄 나만의 기준에는, 내가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든 상황의 원인을 나 스스로에게 몰아붙였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게 살아온 것 같아 화가 나고, 뭘 해도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코치님과 진행하는 다섯 번의 세션에서, 나에게 중요한 질문들을 받고 머릿속을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스스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시작했다.
나는 왜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나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가.
나 스스로 나를 돌보는 것이 첫걸음이라는 인생 진리를 내 나이 40살이 넘어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가 나를 사랑해주지 않으면 누가 나를 이만큼이나 깊게 알고 사랑할까.
자존감이 원래 높은 분들은 아마도 쉽게 공감이 안 되겠지만, 나 같은 완벽주의자 성향의 분들은 나의 심정을 이해하리라.
스스로를 계속 몰아붙이지 않으면 현재의 나에 안주할까 두렵고 주변의 인정을 받아야 성장한다는 그 느낌 때문에 결국 나를 괴롭힌다.
만족감을 모르고 채찍질을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코치님이 나에게 내주신 숙제 중 하나는 매일 '감사일기' 쓰기였다.
일기는 초등학생 때 억지로 쓴 이후 정말로 손절하고 살아왔는데, 게다가 '쓰기'는 내가 가장 못하고 싫어하는 일 중의 하나인데...
그래도 완벽주의자답게 '숙제니까' 열심히 했다.
나에 대한 감사함을 매일 2-3줄씩 써보라고 하셨는데, '이게 뭐지? 도대체 나에게 감사할 일이 뭐가 있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백지에 한 글자를 적는 것도 힘들었다.
주변 대상에 대해 감사할 일은 쉽게 찾아낼 수 있었을 텐데, 나에게는 정말 스스로 감사할 일이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찾다 못한 나는 코치님께 감사 일기에 적을 '예시'를 알려달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것들에 대해 스스로 감사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코치님이 알려 주신 몇 가지 예시들은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오늘도 회사에 늦지 않게 잘 출근해서 감사하다", "따뜻한 물에서 샤워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등등.
아니, 이런 건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직장인이 회사에 제시간에 출근하는 것도, 집에 따뜻한 물이 펑펑 나오는 것도.
어쨌든 나는 숙제를 열심히 해가야 하는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억지로나마 나에 대해 감사한 것들을 쓰고 찾기 시작했다.
첫날은 '새벽 6시에 일어나서 감사하다' 한 문장으로, 그리고 회차를 거듭해 나가면서 정말 신기하게도 내 작은 수첩의 한 페이지를 다 채울 정도로 빽빽하게...
작은 감사를 나에게 건네었을 뿐이었는데, 나에게 큰 위로와 뿌듯함이 돌아왔다.
그동안 타인으로부터 받아온 감사도 좋았지만, 내가 나에게 감사한 일들을 찾으면서 나와의 화해와 돌봄이 시작되었다.
나 스스로가 대견했고 뭐든 다 불만이었던 나에게, '괜찮아, 잘했어'라고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