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찾아오는 현자타임
전 챕터에서는 내가 생각보다 이 일에 적성이 잘 맞아 즐거워하는 모습을 그렸는데, 사실 현실에서는 괴로움과 피곤함의 깊은 계곡에서 열흘 동안 헤엄치다가, 하루 정도 수면 위로 올라와서 숨 쉴만하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 뭐 하고 있지라는 현타는 불쑥불쑥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왔다.
나는 스스로 인정하는 워커홀릭에, 가정적인 남편 덕분에 프로 야근러 생활까지 겸하고 있다.
수면 위로 올라와 숨 쉬는 그 순간에는 야근 자체도 나의 집중 타임 중 하나라 별생각 없이 하다가도, 해야 할 업무들이 파도처럼 몰려온 순간에는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물속으로 다시 끌려들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직장 생활에서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 인간관계 때문에 다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과, 내가 원하지 않는 일들이 떠밀려올 때의 중압감이 계속 내면에서 소용돌이쳤다.
다 끝난 줄 알았던 직장인 사춘기, 아니 오춘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예전에 겪었던 방황의 끝은 퇴사였는데, 그것도 한 번 해보니 생각 없이 함부로 했다가는, 쪽박을 면치 못하겠다는 현실 자각이 생겨 다행히 퇴사의 결론을 쉽게 내리지는 않았다.
대신 이번에 겪었던 나의 방황은 결국 나를 찾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HR 이사님의 꼬심에 홀라당 넘어가서 처음 해 본 '강점분석(Strength Finder)'은 기존 진단과 다른 접근과 분석에, 나를 좀 더 알아가고 싶게 만들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게 만들었다.
내 1번 강점은 'Individualization'이었는데, 단어 뜻은 나에게 와닿지 않고 왜 이렇게 결과가 나왔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한 번 시작된 나에 대한 의문은, 나를 계속 미지의 '나의 세계'로 이끌었다.
연말마다 리추얼이나 직업 상담을 해보기도 하고, 심지어 사주까지 봤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더 알아가고 싶었다.
그러다가 책 한 권을 만났다.
'타인의 성장' - 제목에 이끌려 대수롭지 않게 읽기 시작했다가, 나를 관통하는 전율을 느꼈다.
내 존재 이유가 이거였구나. 타인의 성장을 도우려고....
저자가 시도했던 '코칭'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회사에 연차를 내고 코칭 입문과정에 등록했다.
밑바탕의 1g의 지식조차 없었는데도, 이게 내가 이때까지 추구해 왔던 인생 가치였구나라는 느낌이 왔다.
마치 솔메이트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코치로 산다면, 앞으로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여 자격증을 따야 하고, 나를 홍보하고, 생계비를 벌 수 있을까 열심히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이제야 진정한 나를 발견한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