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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Jun 17. 2024

회사 사람들 생일 선물은 얼마가 적당할까

알아서 잘 센스 있게의 기준은?

회사에서 내가 속한 부서의 메신저 채팅방에는 종종 생일 축하 메시지가 올라오곤 한다.

"OOO님, 생일 축하드려요."

실은 같은 부서에 소속된 사람들이 약 50명이나 되어 이런 메시지는 꽤나 자주 올라오는 편이다. 그럴 때마다 메시지를 보며 고민에 빠진다.

'A는 나랑 친한데 선물을 보내줘야겠지? 그런데 얼마짜리를 보내주면 적당하려나?' 'B는 평소에 말도 잘 안 하는 사이인데 아예 모른척하자니 좀 그렇고, 선물을 하자니 애매하네.'


회사 동료 간 생일 선물을 할지 말지 결정짓는 나의 기준은 바로 개인적인 안부를 묻는 '스몰토크'에 있다. 모두 아는 얼굴이라 반갑게 인사는 하지만 평소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 경우에는 축하 인사만 건넨다. 한 번이라도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사이인 경우 선물을 챙긴다. 왜냐하면 내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그 사람과 일 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엮이는 일이 많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은 업무를 같이 많이 하면 할수록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시간도 많아진다. 이렇게 하다 보면 때로는 일로 만난 공식적인 사이에서, 비공식적이고 개인적인 사이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을 같이 나눈 시간의 양과 상관없이, 서로의 업무 방향성이나 성향이 안 맞다면 별도로 친해질 기회가 없기도 하다. 아니, 그런 기회 자체를 둘 다 아예 안 만든다. 문장을 순화해 표현했지만 그냥 그 사람이 너무 싫어서 꼴도 보기 싫은 경우가 가끔 생긴다. 회사만, 일만 아니었다면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고 속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럴 때는 선물이 아니라 공짜 물 한 잔을 줘도 아깝기 짝이 없다.


모바일로 쉽게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이다.

예전 같으면 축하 카드를 주거나 밥을 한 번씩 사주며 생일을 축하했겠지만 요즘의 대세는 바로 카톡 선물하기가 아니던가. 게다가 카톡으로 선물할 수 있는 선택의 폭도 넓어져 고민이 더 생긴다. 선물을 고려하는 기준인 '스몰토크'를 나누는 범주에 들어온 동료들이라 하더라도, 선물의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주 가끔씩만 일로 만나는 사이지만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경우 나는 주로 커피쿠폰을 선물한다. 누구나 다 마시는 커피 혹은 음료 쿠폰은 부담되지 않는 가격으로 축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인 것 같다. 그러다가 회사를 오래 다니며 일로 더 많이 엮이고 친분도 더 깊어지면 선물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금액도 높아진다.  그 사람과 얼마나 평소 상호작용을 많이 하는지와 비례하는 것이다.


얼마 전 생일이라 동료들로부터 온 모바일 선물을 받으며 새삼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친한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선물의 대부분은, 가격이 조금 더 높은 커피 쿠폰이나 여기에 케이크를 더한 쿠폰이 많았다. 조각 케이크 한 두 개에 음료 한두 잔이 세트로 구성된 상품 말이다. 접근성도 좋고 대중적이어서 주는 사람도 편하고 받는 사람의 활용도도 높다. 그러다가 커피 쿠폰이 질려갈 때면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쿠폰, 가족들에게는 치킨 쿠폰을 선물하는 것도 인기가 많았다. 회사에 점점 더 친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비슷한 종류의 쿠폰들이 선물함에 차곡차곡 쌓여 커피를 한 달간 무료로 마시기도 하고,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쌓아 놓기도 한다. 이런 선물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모바일 교환권'의 범주라는 것이다.

변화된 요즘 선물 시장은 그야말로 '다양성'의 종합 세트이다. 이런 것도 선물로 보내는가 싶을 정도로 많은 종류가 선물로 교환된다. 이베리코 돼지고기, 백설공주 딸기, 스틱 꿀, 이름 각인 립스틱, 포토카드, 레트로 감성 술잔 등 나열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래서 서로 잘 알고 친한 동료라면, 그 사람의 취향과 상황을 고려한 맞춤 선물을 보내기도 한다. 다양한 선물의 선택지 안에서 말이다.


사실 생일선물로 화두를 꺼냈지만, 회사 사람들에게 다른 종류의 선물을 하거나 현금을 건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요즘에는 많이 사라졌지만 부서를 대표해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경우 선물을 사 오기도 하는데 이때도 많은 생각에 잠긴다. 초콜릿만 한 봉지 사가서 다 같이 나눠주면 눈치 보일까, 아니면 친한 동료 C에게만 선물을 사면 D가 서운해할까 등의 고민이다.

경조사는 어떤가. 누군가의 부고나 결혼, 출산 소식을 듣는 경우 고민이 되지 않나. 어디까지, 얼마의 범위로 챙겨야 될지 쉽게 판단이 안 될 때도 많다.

나의 경우 전 직장에 들어간 지 한 달 정도 된 시점에 옆자리 차장님 딸의 돌잔치 소식을 들었다. 마침 딸아이가 엄청 좋아했던 장난감이 생각나, 비슷한 제품으로 사서 다음날 차장님 자리에 간단한 축하 메시지와 함께 올려놨었다. 한 달 동안 나를 잘 챙겨주신 친절한 차장님께 마음에서 우러난 선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장님은 선물을 받고 굉장히 난감해하셨다. 회사에서는 이런 경조사에 월급의 일부를 떼어 자동으로 차감하므로 선물을 굳이 안 하셔도 된다고 따로 불러내어 말씀도 해주셨다. 신입사원이라 그런 제도를 알 턱이 없었던 나는 괜스레 얼굴이 화끈거렸더랬다.


회사 사람들에게 선물을 한다는 것은 때로는 너무 어려운 선택이 되곤 한다. 심지어 회사를 17년째 다니고 있는 나에게도 그렇다. 커피쿠폰을 보내자니 너무 작거나 성의가 없어 보이기도 하고, 3만 원짜리 과일을 보내자니 금액이 커서 너무 부담스러우려나 싶기도 하다. 나름 스스로의 기준을 세운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선물로 인한 고민이 생길 때가 있다.

회사에 이제 갓 입사해 이런 고민을 하는 신입사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글을 쓰고 있었는데, 결론이 잘 안 난다. 왜냐하면 선물은 곧 마음을 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자의 기준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모르겠다면, 내가 속한 회사나 부서의 분위기를 잘 살피면 좋을 것 같다. 직원들 간에 서로 선물을 챙기는 분위기인지 혹은 각자 알아서 하는지 정도로 말이다. 옆 자리 동료에게 슬쩍 물어보기도 하고, 단체 채팅방에 올라오는 글에서 느끼기도 하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다.


그나저나 오늘도 회사 동료의 생일이던데, 이제부터 고민해야겠다. 오늘은 또 어떤 선물을 해야 할까~~~~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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