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벌고 재미도 있었던 나의 첫 회사 생활 이야기
처음 시작한 나의 회사 생활은, 멋도 모르고, 대부분 즐거웠다.
같이 입사한 동기들과 자주 모여 회사 정보도 공유하고, 친해진 영업팀원들과 외근 후 땡땡이 타임도 함께했다.
일의 강도가 높아 야근을 밥먹듯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해보는 회사 생활은 대학원 때 실험실에만 있을 때보다 다이내믹하고 마냥 재미있기만 했다.
하지만 지난 챕터에서 묘사한 것처럼 회사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서로의 행동을 모니터링해서 잘못된 점을 보고한다던가 (잘된 점은 예외였던 듯), 마치 계급처럼 회사 출입증에 회장님의 경영철학을 실천한 정도를 나타내는 번호를 표시해서 다닌다던가...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 신입사원들과, 회장님의 경영철학에 반발하지 못한 중년 임원들이 남고, 회사의 허리를 책임질 일 잘하는 실무자들은 대부분 이 시기에 회사를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회사 일이 재미있었다.
전국에 있는 대학원 연구실이나 바이오벤처 기업에 다니면서 제품을 홍보하고, 기술 상담을 하고 세미나를 하는 업무였다.
여기에 전시회 참석과 브로셔 만들기, 내 제품에 대한 마케팅 계획 수립 및 발표 등 중소기업의 특성상 이것저것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일들을 해야 했다.
툭하면 야근을 하고 지방 출장도 가고, 급하면 창고에 가서 물건을 픽업해 올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에서 하던 연구보다는 훨씬 재미있었고 할 만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자면 나의 주체성이 발휘되고 내적 동기가 생겨서인 것 같다.
나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아예 없었던 시기가 대학원 때였다면, 회사 생활에서는 나의 어딘가에 감춰져 있던 내적 동기가 최대치로 발현돼서 일의 능률과 효율이 극대화되었다.
남들은 다니기 싫다는 회사를, 나는 자발적으로, 진짜 재미있게 다녔다.
안 좋은 일과 욕할 일이 생겼지만, 질량 총량의 법칙에 따라 회사 생활의 즐거움이 각종 부정적인 일들을 이겨먹었다.
나의 첫 회사에서는, 'Secret' 책과 법칙이 한국에서 유행하기 전부터 미국판 오리지널 비디오를 직원 교육으로 보여주며 내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알려주었고, 한 달에 최소 한 번씩 꼭 전 직원 독후감을 쓰게 해서 처음으로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신세계를 경험했다.
대학원에서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존감이 바닥을 치다가, 다행히 첫 회사 생활을 하며 내가 마음먹는 대로 앞으로 인생을 살아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다시 올라왔다.
내가 대학원을 다닐 때 조금 더 주체적이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돌아볼 때가 있다. 그랬다면 덜 괴로웠을 거고, 어쩌면 다른 앞날이 펼쳐졌겠지.
하지만 회사 생활로 재미를 찾은 나는, 누구에게나 맞는 옷과 맞는 자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두렵더라도 나에게 맞는 옷을 찾기 위해, 아니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