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안부가 내게도 다행이기를
우리는 하루를 살면서 얼마나 많은 말들을 내뱉으며 살고 있을까?
사람은 하루에 평균 10000개에서 15000개 정도의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렇게나 많은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참 전하기 힘든 말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맙다, 보고 싶다와 같이 쉽고도 쉬운 말들 말이다. 살다 보면 쉬운 일이 어쩔 땐 어렵게 느껴지는 것처럼 이토록 쉬운 말들은 오히려 참 전하기가 어렵다. 누군가는 쑥스러워서, 누군가는 민망해서, 누군가는 말하지 않아도 알거라 생각해서 등등 이유도 다양하다.
누구에게나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이 있겠다.
하지만 내겐 유달리 "잘 지내?" 하는 말 한마디 전하기 힘든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쉬울지도 모를 말이겠지만 너에게 안부를 전하는 일만큼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혹여 네가 잘 지내지 못할까, 어쩌면 나라는 사람을 완전히 잊었을까 봐 무서웠다.
살다 보면 죽을 만큼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기도 하고. 살다 보면 평생을 같이 할 것만 같던 친구와 멀어지기도 한다. 내가 안부를 묻고 싶었던 사람은 평생을 함께 할 거라 굳게 믿었던 친구였다.
사이가 멀어진 후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기에 참 많이도 너의 안부를 묻고 싶었다.
이제는 우리가 멀어진 건 너 때문이라며 서로의 탓을 할 수도 없을 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그럼에도 불쑥불쑥
찾아드는 네 생각을 떨쳐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넌 한 번씩 걔 안 보고 싶어?” 같은 경험이 있는 친구에게 물어본 말이었다.
“보고 싶지, 왜 안 보고 싶겠어. 세월이 지난다고 해서 같이 했던 시간이 다 잊혀지는건 아니더라고. 나쁜 감정은 이미 옛날에 다 지웠어. 그땐, 참 사소한 걸 가지고 싸우고 결국 사이까지 멀어졌는지 몰라... 지금 와서 보니 별거 아니었는데 말이야....
가끔 그 애랑 자주 들리던 곳을 지나가거나 좋아했던 걸 볼 때면 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어서 연락이라도 해볼까 싶어서 휴대폰을 들었던 적도 있었어. 그런데 그 이상 연락은 할 수 없겠더라고.... 끊어진 관계를 다시 이어 붙인다고 해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종종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이 주변에서 들리는데, 나는 그거면 됬어.
잘 지낸다니 정말 다행이잖아."
잘 지낸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라...
하긴, 연락하고 지내야만 친구는 아니니까
매일이 멀다 하고 봐야만 친구는 아니니까
멀리서나마 너의 안부를 빌어줄 수 있다면 나는 이미 다시 너의 친구겠지.
잘 지내기를 바라본다.
웃는 날만 있지는 않겠지만 우는 날 보다 웃는 날이 많기를 바라본다.
너의 많은 순간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본다.
그렇게 너의 안부가 내게도 다행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