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 소설... 작가는 독자가 범인을 찾아가도록 글을 전개했다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처음 만났던 때가 2014년 9월이었다. 추리소설 <몽환화>라는 작품이었다. 당시 그는 베스트셀러가 되어 작가의 팬층을 구축하는 시기였다. 이 작품은 할아버지 죽음의 비밀을 추적하면서 가족의 화해를 다루는 성장소설의 성격이었다. 노란 나팔꽃으로 죽음의 진상을 찾아가는 과정은 글이 마치 영화의 파노라마 처럼 전개됐던 걸로 기억된다.
이후에도 많은 작품을 읽었다. 신박하게 전개되는 추리극 처럼 소설은 매번 반전을 꾀한다. 사실대로 말하면 몽환화의 감응이 가장 셌다. 이후에 나온 책들을 읽고 나에게 나온 감탄의 크기는 시나브로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후속으로 나온 그의 단행본을 모두 읽지 않고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뜸하다가 지난 해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을 읽었고, 올해 들어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를 손에 들게 되었다. 시작은 늘 작품에 대한 기대감과 작가의 추리의 반전의 테크닉을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긴다.
나는 모든 책을 읽고나면 나름대로 최대점수를 별 다섯으로 해서 평점을 매긴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별넷을 주었었다.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작가 관념의 포인트가 글 속에서 조금은 노출되지 않았나 싶어서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도가 아닌, 노래로 치면 고음의 발성을 기대했는데, ‘솔’의 포지션에서 덤덤하게 노래를 부른 것 같았다고 할까. 하지만 그것은 작가의 작전이었다.
이 작품 역시 얽히고 설킨 복선과 상상을 넘어서는 반전을 보여주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시작은, 여름 휴가지에 모인 사람 중 다섯 명이 살해당하는 사건 발생이다. 뜻밖에도 범인은 금방 자수를 한다. 하지만 범인은 그저 사형을 당하고 싶은게 목적일 뿐이라는 진술을 내뱉는다. 그래서 자백으로 무차별 살인을 했다고 한다. 자백은 쉽세 했으나 하룻밤 사이 그 많은 사람을 살해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까지는 진척시키지 않는다.
이제 작가는 독자에게 답을 찾아보라고 한다. 저자는 쉽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제시하면서, 독자가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도록 돕는다. 결국 독자가 글을 읽으면서 범인을 색출하고, 그 과정은 수차례 범인을 바꿔가는 심리적 서사를 일궈내게 만들어준다. 나는 그것(앞서 언급한 작전)이 작가의 역량이자 실력, 능력이라고 본다.
작가는 다작으로 유명하다. 지난 23년 상반기에 <마녀와 보낸 7일간>이라는 작품으로 '책 100권 출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오사카부립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일을 하다가 1985년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데뷔를 했으니 1년에 2~3권씩 책을 내온 셈이 된다.
작가에게는 이과의 피가 흐르기 떄문인지 그의 작품에서도 과학적 발상을 자주 접한다. 작가의 추리소설은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주제와 관련한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장점은 심각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와 편안한 읽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대중성이라는 사람 중심의 관점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특별히 차별화를 의식하는 것은 없다. 어떻게 하면 독자를 즐겁게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떠오르는 아이디어에 가장 적합한 스타일을 선택해 글을 쓰고 있다."
작가의 유년 시절의 일화가 있다. 국어 성적이 좋지 않아 담임이 어머니를 불러 '만화만 읽을 게 아니라 책도 읽을 수 있게 지도해달라'고 했다. 어머니는 '만화도 안 읽는다'고 했다고. 그랬던 작가는 고등학교 때 고미네 하지메 소설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를 읽고 추리소설에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글을 쓰며 소설을 공부했다고 한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작가는 지난 10년간 소설이 가장 많이 팔린 작가 1위라고 한다. 나는 그의 작품 가운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 힐링의 감정을 느꼈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170만 부가 팔렸다. 힐링 소설의 열풍을 이끌었던 작품이었다.
세상이 산만하고 마음이 각박해지고 생각이 말라가고 있는 지금이다. 그래서 그의 손을 통하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버금가는 또 한편의 힐링 소설 작품이 나오기를 나는 기대하고 있다. 그의 목표가 오직 "새로운 대표작을 쓰는 것"이라고 하니,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접지 않을 생각이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에서 <당신이 누군가를 살렸다>라는 제목으로, 급반전의 작품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