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삶을 이끌며

시도해보지 못한 용기가 실패보다 더 나쁘다는 것을

by 별통

# 살아가는 이야기

인천에서 냉면집을 하는 여성이 있다. 단골이 많다. 특히 유명인들도 자주 찾는다. 이곳은 대한민국 세숫대야 냉면의 원조 집이다. 코딱지만 한 구멍가게에서 시작해 가게 일대 부동산을 모두 소유하고 있는 주인공이 됐다. 이 집의 성공이유는 이렇다.

식당을 개업하는 외식인들이 다 그렇듯 먹고살 길이 난감해서 냉면집을 시작했단다. 시작부터 냉면 사리와 육수를 리필 해줬다. 먹성 좋은 학생들이 단골이다 보니 그냥 생각 없이 퍼줬다. 거의 매일 오다시피 하는 어린 단골손님을 위해 냉면 대접도 대야만한 빅 사이즈로 바꿨다. 냉면을 주문하면 두 배에 가까운 면을 삶고 다 먹기를 기다렸다. 그릇이 비워지면 면을 더 부어주기 위해서였다.

이 가게는 직원들 급여가 일당(日當)이다. 영업이 끝나면 하루 매상을 펼쳐 놓고 직원들과 돈을 나눈다. 임대료와 세금, 사장 몫으로 3분의 1, 재료비로 3분의 1, 마지막 남은 3분의 1을 공평하게 직원들에게 나눠준다.

삼복더위에는 하루에 3,000그릇 가까이 냉면이 팔린다. 여느 집 같았으면 직원들 입이 석 자는 나오고 사람 더 뽑으라고 아우성으로 주방과 홀이 난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집은 달랐다. 매출을 공평하게 나누니 얼굴 붉힐 일이 없다. 직원을 더 뽑으면 내 몫이 줄고, 불친절하게 서비스하면 내 몫이 될 하루 매상이 떨어진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냉면집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직원들 평균 연령이 높아 서비스가 빠르지는 않다. 손목과 무릎 그리고 발목이 아픈 직원도 많다. 아무리 독감에 걸려도 결근하지 않는다. 절대 업무 시간에 딴 짓 하지 않는다. 다들 주인처럼 행세한다. 안 그러면 주인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안 좋은 재료가 들어오면 직원들이 알아서 돌려보낸다. 멸치 대가리 하나도 허투루 샐까 봐 주방 직원들이 재료를 신줏단지처럼 모신다.”

주인은 학문적 배움이 너무 짧다며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인다. 세상은 헛똑똑이 천지다. 그러니 냉면집 주인한데 배워야 할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다. 어느 덧 세월이 흘러 할머니 냉면집이 된 이곳에는 아직도 주인보다 더 주인 같은 아주머니 부대가 가게를 지키고 있다. 사랑은 사람답게 잘 살아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자신감을 북돋워준다.

# 넋두리 같은 사랑론


무라카미 하루키의 한 소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아픔이 있는 편이 그래도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정말 위험한 건 아픔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이다.”

사랑이 그렇다. 둘 만의 사랑이 아프더라도, 둘이서 걸어온 길이라면 결코 헛된 시간일 수 없다는 거 말이다. 사랑은 지치고 쓰러지려는 찰나에 나를 일으켜 세운다. 진심으로 걱정하고 바라봐주는 누군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게 바로 사랑이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사랑 때문에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다. 세상에는 사랑이라는 유산이 많아야 한다. 그냥 내버려두어도 사라지지 않는 사랑이어야 한다. 사랑을 함에는 천재 같은 게 필요 없다. 재능 같은 것도 마찬가지로 필요 없다. 평범하고 흔한 능력 밖에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게 사랑이고, 누구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는 게 우리들이다.

내가 아는 사랑은 이렇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듯이 사랑을 하면 마음에 쓸데없는 노폐물들이 사라진다. 사랑은 새로운 공기가 되어 마음 속 먼지를 갈아치운다.

또 사랑은 이렇다. 의사들은 병을 낫거나 말거나 돈을 받는다. 사랑은 병을 낫게 해주어도 돈을 받지 않는다. 장사꾼은 상품을 팔았을 때 만 돈을 받는다. 사랑이라는 상품을 팔고 사면 오히려 행복이라는 가치를 돌려준다. 사랑은 정치인들처럼 오지 않는 희망을 팔지 않는다. 점술가들처럼 언제 배달될지 모르는 미래를 팔지도 않는다. 이것이 사랑이다.

# 사랑이야기

일본의 CF에 나오는 내용이다.

어느 추운 날, 두 친구가 술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한 친구는 뒤늦게 도착해서 막 가게로 들어서려는데, 술집 입구에서 꽃을 팔던 할머니가 다가왔다.

“신사 양반, 꽃 좀 사줘요,”

“이렇게 추운데 왜 꽃을 팔고 계세요?”

“우리 손녀가 아픈데 약값이 없어서 그래요. 꽃을 팔아야만 손녀의 약을 살 수 있다오.”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들은 그는, 할머니가 말한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꽃을 샀다. 꽃을 들고 술집으로 들어오자 친구가 꽃장수 할머니를 가리키며 물었다.

“너, 그 꽃, 저 할머니한테 샀지?”

“어떻게 알았어?”

“저 할머니 사기꾼이야. 저 할머니 저기에서 항상 손녀가 아프다면서 꽃을 팔거든. 그런데 저 할머니는 아예 손녀가 없어.”

그러자 속았다며 화를 낼 줄 알았던 그 친구의 표정이 환해졌다.

“정말? 진짜? 손녀가 없어? 그러면 저 할머니 손녀는 안 아픈거네? 정말 다행이다, 친구야. 한 잔 하자. 건배!

지난 연말연시에 홀몸어르신들께 난방유를 무상으로 지원해준 적이 있다. 한 눈에 봐도 누추한 집안에서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난방용 석유 한 드럼이라고 해봤자 며칠간 할머니의 추위를 막아줄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방에 놓여 있는 투박한 상 위에서 두유 한 팩을 집어들어 내 손에 꼭 쥐어주었다. “이거라도 마셔요.” 하시며.

가끔은 사랑은 나를 일깨어 준다. 서툴렀던 사랑마저 씨앗이 되어 꽃이 되고 나무가 된다는 것을. 시도해보지 못한 용기가 실패보다 더 나쁘다는 것을.

#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바람이 차갑지 않아서 좋다. 오히려 시원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아파트 건물 높이의 목련에서는 새순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봄, 하늘과 땅을 온통 하얗게 채색했던 목련에 대한 기대감이 평소와 사뭇 다르다. 목련의 꽃말이 숭고한 정신, 연모, 은혜, 우애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특히 숭고한 정신이라는 뜻이 마음에 든다. 하얀 목련이 필 때 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양희은의 노래 가사처럼 숭고한 사랑의 정신이 떠오르고는 한다.

봄날의 온화한 기상으로 겨울의 무거운 중압감을 모두 털어냈으면 한다. 긍정의 사고는 화사한 삶을 가져온다. 그 삶은 봄꽃처럼 사람들에게 미소와 희망과 사랑까지 가져다 줄 것이다. 무거움과 갑갑함은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날아가기를 빌 수 있을 만큼 봄이 우리한테 가까이 와 있다. 희망의 봄이요 사랑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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