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이 대체 뭐길래
퇴사. 퇴사했다. 나도 퇴사했다. 그 놈의 퇴사. 숱하게 보아온 '퇴사했습니다' 붙여진 제목의 글들. 아무튼 나도 그런 퇴사를 했다. 이틀 전에 일어난 따끈따끈한 일이다.
퇴사 후 계획이라 하면? 없다. 이거 큰일이다. 아니 큰일인가. 대강의 계획이라 하면 있다고 다시 정정해도 될까. '하고 싶은거 하기'. 흔하고 흔한 말이라 가볍게 치부되기 딱 좋은 말. 말은 참 쉬운데 이루기는 참 어렵다. 하고 싶은거 마음껏 눈치 보지 말고 다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무진장 어려운 일이기에 굳이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그러면 하고 싶은걸로 먹고 살기까지가 나의 계획이겠다. 쓰다 보니 정해진다. 역시 써야 한다. 아무튼 다시 넘어와서...
재미를 느꼈다면 시간을 내서 꾸준히 지속하는 것까지. 대신에 함부로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말기로 조건을 건다.
정확하게 1년을 채우고 계약 만료로 퇴사를 했다.
어쩔 수 없이 이제는 나이도 나이인지라 이번만큼은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오래 있어볼 줄 알았는데 나에게는 1년이 최대였다. 일을 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얘기할 만한 에피소드가 있는 건 아니다. 본체 나의 성격이 그렇다.
20살 사회 초년생의 시작부터 나는 오래 일할 성격이 못되었다. 그 이유에 대해 파고 파고들자면 이야기가 샐 것 같아서 생략하고 아무튼 3개월을 다니면 슬슬 신호가 왔다. '아 그만두고 다른거 할까...' 애초에 취업에 목표는 없었다. 그러면 돈을 모아서 사업을 꾸리겠다 하는 목표도 선명하지 못했다. 그러면 그냥 일단 돈을 모아보자 하는 계획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아홉수의 나이에서 나의 지난 20대를 돌아본다. 허망하다. 부디 이것이 우울하고 좌절스러운 뉘앙스로만 들리지는 않기를. 허망한건 맞는데, 맞는데 말이다. 나는 아직도 현실과 비현실이라고 구분짓는 것들 사이에서 부유하며, 굳이 고르자면 비현실 쪽으로 더 기울어진 채 아슬아슬하고도 행복한 꿈 속에서 살고 있다.
비현실적이라고 적었지만 이룰 것이다. 뻔뻔스럽게 적어보이고 있지만 도전해서 보여줄 것이라고 약속하겠다.
하고 싶은 것이 한 가지로 정해진게 아니라 여러 개라서 (그래서 평소에 한 가지 일에 장시간 몰입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건가), 그 중에 몇 가지 계획들은 이미 유의미하게 실행하고 있다. 브런치 스토리에 접속해 나에게는 기적처럼 글을 쓰고 있는 이 활동도 여기에 포함되어있다.
이제 당분간 시간도 많으니 노트를 펼쳐 구체적인 계획을 짜보고 정보도 검색해봐야겠다. 계획은 계획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다분하고 정보 검색하는 능력치도 낮지만, 꿈 속에서 살고 싶고 꿈을 이루고 싶으면 최소한 행동해야겠지. 안그러면 자기 자위 밖에 되지 않으니 말이다.
머릿 속에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이 모든 과정들을 기록하고 싶다. 기록해갈 것이다. 글과 그림, 영상 등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의 매체로 말이다. 나는 지금 중요한 시기에 와있다고 정했다. 꾸준해야겠지. 무슨 일이 펼쳐질지 모르겠다. 모르겠어서 불안하고 모르겠어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