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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준 Jan 04. 2022

# 삶의 가장 마지막 순간에서 간호사가 하는 일

한창 위드코로나가 진행되고 확진자가 폭증했을 때 한 할머니가 오셨다. 작은 체구에서도 힘이 느껴지는 걸음걸이라 기억에 남았다. 처음엔 증상이 크게 없었지만 고령의 나이에 코로나는 버거운 존재였나 보다.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나 싶더니 심정지가 발생하고 얼마간의 CPR이 있었다. 환자분이 워낙 고령이라 심폐소생술은 그리 오래 이어지진 않았고 곧 사망 선언이 이어졌다.


옆에 있던 간호사 한 분이 할머니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이야기했다. "할머니,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푹 쉬세요." 사망 직후 인간의 오감 중 가장 오랫동안 청각이 남는다는 걸 간호학생 때 배운 적이 있다. 아마도 그래서 그랬지 않았을까. 사실 저 마지막 인사말이 할머니에게 닿았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다만, 그 마음은 충분히 닿았으리라.


최근 행사에서 토크쇼 패널로 만났던 분이 그러더라. "간호사가 하는 일은 그 사람의 세계에 잠시 들어갔다 오는 것이다"라고. 우리에게는 매일 같은 병원생활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크고 작은 굴곡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간호사다. 어쩌면 삶의 가장 마지막에서 만나는 사람이 우리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 그들의 세계와 가장 가까이 있는.


나도 간호사를 하고 있지만 간호사는 참 힘든 직업이다. 특히 한국의 간호사들은 말도 안 되는 업무량을 매일 같이 해내는 슈퍼우먼 혹은 슈퍼맨들이다. 일하다 보면 가끔 어떻게 이 일들을 다 해내는 지 놀랄 때도 있다. 이런 고된 환경에서 일하다 보면 스스로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게 되기도 하지만,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의미를 항상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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