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회사를 출근하면 식사를 제외하고 퇴근 때까지 앉아 있는 여성이 있다. 그녀는 금요일을 기다리며 오늘도 일을 한다. 지난 주말 친구들과 함께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의 즐거움은 음식 아니겠는가. 맛집부터 길거리 음식까지 많이 먹었다. 그런데 요즘 부쩍 머리도 아프고 손과 발이 저리기 시작했다. 얼마 전 1년에 한 번 회사에서 받는 건강검진을 받았다. 건강에 자부심은 아니라도 걱정은 없었다. 그런데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다. 혈압도 높고, 당뇨를 조심해야 된다고 한다. 20대 때는 통통했지만 아픈 곳은 없었다. 30대가 되니까 건강을 걱정해야 한다. 결과를 들은 지인들은 운동을 꼭 해야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람이 많은 공간은 불편하다. 그래서 헬스장은 포기했다. 수영장도 마찬가지고 수영복을 입을 자신이 없다.
그날도 밤늦게 퇴근하고 집을 도착했다. 갑갑한 마음에 창문을 열었다. 집 앞에 학교 운동장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옷을 갈아 입고 무작정 학교로 갔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그냥 걸었다. 첫날은 5바퀴 정도 걸었다. 적당히 힘든 느낌이 들어 집에 와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을 잤다. 다음 날 배는 조금 고팠지만 생각보다 몸이 가벼웠다. 마찬가지로 퇴근하고 운동장을 걸었다. 오늘은 10바퀴를 목표했지만 8바퀴째 배가 고파서 집에 왔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책을 읽다 잠들었다. 이런 일상을 한 달째 반복했다. 체중이 3kg 정도 떨어졌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음악을 들으면서 걷기만 했는데 체중이 빠졌다. 신기했다.
한 달이 지난 후부터 운동이 조금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회사 야근, 회식이 많아서 운동을 자주 못했다. 초겨울 날씨 영향도 있다. "날씨도 추운데 러닝머신을 살까?" 고민을 했다. 주위에서 근력 운동을 해야 된다고 이야기한다. 근력 운동은 헬스장을 가야 하기 때문에 포기했다. 오늘은 운동장은 가지 않고 집에서 다이어트 정보만 보고 있다. 운동을 어떻게 성공할지 계획하고, 생각한다. 과연 이게 맞는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들으며 걸을 때, 참 행복했다. 이래서 운동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더 많은 효과를 기대하면서 또 일이 많아지면서 좋아하던 걷는 운동도 부담스럽다.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 >
한국에서 유명한 일본 작가를 손꼽으라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닐까 싶다.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모토 테루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 하루키는 성실한 작가로 유명하다. 정해진 분량만큼 글을 쓰고, 식사를 한다. 운동을 하고, 음악을 듣는다. 작가는 방에서 줄담배를 피우고, 운동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오해를 하루키는 바꿔주었다. 운동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루키 말대로 아주 적은 이유 하나를 두고 꾸준하게 하면 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꾸준하기가 어렵다.
대한민국에 사는 많은 현대인은 개인 시간이 부족하다. 개인 시간이 부족하면 당연히 운동은 낮은 선택 순위가 된다. 100년 전 조선말을 살던 사람들은 운동이라는 개념이 없었을 것이다. 1980년 정도 돼서야 작은 헬스장이 우리나라에 있었다. 지금처럼 보편적이지 않았다. 건강을 보장하는 운동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넘어, 높은 자아실현 단계를 거쳐야만 필요성을 느낀다. 내일 먹을 식량이 없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당신은 헬스장에 PT를 받으러 갈 생각이 들까? 소득 수준이 최소 생활만 보장된다면 운동에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할까? 자기 몸을 관리하고 운동을 통해 성취 욕구를 극대화시키는 행위는 소득이 일정 이상되어야 한다. 우리는 고대, 중세, 근대를 넘어 현대에서 운동을 위해 소비를 한다. 운동이라는 행위에 대한 생각이 전환된 것이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음악을 듣고 감동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운동은 기본 욕구를 넘는 예술적인 행위와 비슷하다.(운동을 하다 보면 자극과 희열이 느껴진다. 그리고 감동을 받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운동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어렵게 느낀다. 예를 들면, 나는 개인적으로 직접 연주를 해서 녹음된 음악을 좋아한다. 연주자들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연주를 했는지 알고 싶어서 혼자서 생각하고 고민한다. 재즈 마니아들은 대부분 이렇게 연주에 대해 해석하고,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재즈, 클래식을 들어야 할까? 직접 연주된 녹음만 음악일까? 요즘 시대처럼 기계 녹음 음악을 듣는 것이 음악 감상에 문제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휴대폰이 있으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음악은 쉽게 접하고, 쉽게 감상하고 느낀다.(문제는 어릴 때부터 클래식을 교육받지만 성인이 되면 잘 듣지 않는다.)
그렇다면 운동은 어떨까? 사람들은 운동에 대한 정보를 매일 접한다.(초등학교 때 클래식을 접해서 곡을 기억하 듯이 운동에 대한 정보를 기억한다.) 경험하지 않아도 정보가 머릿속에 담겨있다. 그래서 운동을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시작은 하지 못한다. 막상 시작하는 것이 지겨운 클래식을 듣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 근력 운동은 기초대사량을 올린다.
- 유산소 운동을 근력 운동 후에 꼭 해야 살이 빠진다.
- 저녁에 운동을 해야 호르몬 분비가 좋다.
이런 이론을 계속 생각하고 고민을 한다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 무엇이든 도화지 상태로 시작하는 것이 편견도 없고, 실망도 적다. 지금 겨우 기어 다닐 수 있는 사람은 그냥 편하게 기어 다니면 된다. 더욱 잘 뛰기 위해서 이것저것 생각하고 준비할 필요 없다. 기어 다니는 행위가 익숙할 때 조금씩 생각하면 된다. 위에 예를 든 여성처럼 낯을 가려 사람 많은 곳에서 운동을 못한다면 그냥 운동장에서 걸으면 그것이 유산소 운동이다. 좋아하는 음악은 덤이다. 굳이 남들이 헬스장을 다닌다고 해서 나도 처음부터 다닐 필요가 있을까? 인간한테 가장 기본적인 걷는 행위가 조금 익숙해지면 그때 운동 지도받을 곳을 알아봐도 늦지 않다. 요즘은 작은 곳에서 남과 부딪치지 않으면서 운동을 지도받을 수 있는 곳도 꽤 있다. 처음부터 많은 것을 하기보다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다. (클래식에 대한 책을 사서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쉽게 작곡된 클래식부터 듣는 것이 우선이다.)
음악을 프로처럼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지만, 음악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운동을 아주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지만 운동을 못하는 사람은 없다. 자신을 성장시키는 운동은 남과 경쟁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도 충분히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