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주도적으로 말하는 법 ①요약의 기술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일머리의 비밀, 두 번째는 자기 주도적으로 말하는 법입니다.
회사에서의 말하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입으로 말하는 것과 보고서로 말하는 것. 이번 글에서는 보고서로 말하는 것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여기, 여러분이 일주일 동안 만든 보고서가 있다고 합시다. 이 보고서, 얼마짜리 보고서라고 생각하시나요?
얼마 전 신입사원 강의를 할 때도 똑같은 질문을 해봤습니다. 상당히 수줍어하던 신입사원은 한참을 망설이더니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하더라고요. 물론 갑자기 교육 중에 질문을 받으니, 당황스럽기도 했을 테고 겸손하게 이야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로서는 통탄할 노릇입니다. 2022년 기준, 최저임금은 9,160원입니다. 주 52시간을 꽉 채워 일한다고 가정하면 약 48만원입니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해도 48만원짜리 보고서인 셈이고, 최저임금의 1.5배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약 72만원짜리 보고서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가치가 없다뇨? 회사에서는 이미 72만원 정도의 보고서를 바라고 월급을 주는 겁니다.
갑자기 여러분의 연봉이 떠오르면서, 여러분이 써야 하는 보고서의 무게가 어마어마하게 느껴지시진 않으신가요?
이렇게 중요한 보고서를 쓰는 것은 결국 '글로 말하기'와 같습니다. '결론 먼저 말해라'는 말 많이 들으시죠? 보고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고서로 말할 때도 결론 먼저 써야 합니다. 일단, 여러분들도 바쁘지만 보고를 받는 분들은 정말 바쁩니다. 특히 임원들은 하루에도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건들이 수십 가지입니다. 그 의사결정으로 인한 효과는 작게는 몇천만원부터 크게는 몇천억 원, 몇조 원이 될 수도 있는 거고요.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는 요약이 정말 중요합니다. 보고받는 바쁜 상대방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보고하는 나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도 정말 중요합니다.
한 달에 한 번, CEO 사내 커뮤니케이션 PT 작성을 담당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법인까지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PT였기에 CEO의 한마디, 한마디가 예민하고 그 자체로도 무게감이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1차 보고 때에도 최종 보고인 것처럼 자료를 다 만들어갔습니다. 발표용 PPT도 만들고 스크립트도 다 만들었습니다. '발표용으로 이 그림이 좋을까, 저 그림이 좋을까, 스크립트에는 이 단어를 말하면 좋을까, 저 단어를 말하면 좋을까' 고민하며, 보고 전날까지 매일 야근하며 사무실을 홀로 지켰습니다.
그러나 막상 CEO 보고를 하면 "이번 달엔 A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닌데, B로 스토리를 다시 짜 봅시다"라는 피드백을 받을 때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동안의 야근이 다 물거품이 돼버린 거죠.
그래서 하루는 위 사진처럼, A4용지에 간단하게 방향성을 요약해서 가져가 봤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제로 드래프트를 조금 더 정제해서 가져간 셈이죠. '그래도 CEO 보고인데, 너무 무성의해 보이진 않을까?' 속으로 무척이나 고민됐지만, 용기 내서 요약본 한 장만 들고 보고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이번 달의 주제는 이러하고, 이렇게 본문을 구성하려 합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CEO도 피드백을 저렇게 편하게 주는 겁니다. (파란색 손글씨가 실제 CEO 피드백입니다. 한자도 쓰시고요) 제가 작성한 요약본에 내용을 덧붙이기도 하고, 순서를 바꾸기도 하면서 오히려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쏟아냈습니다.
CEO로서는 본인이 생각한 바를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고, 저로서는 같은 일을 두 번 하지 않아도 되니 정말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도 잘되고 컨센서스consensus를 가지고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요약은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에도 유용하지만,
보고서 자체에서도 유용하게 쓰입니다.
보고서 제일 첫 장에, Summary! 정말 중요합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생각보다 Summary를 빠뜨리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김이 샌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 기승전결을 맞춰 구성하는 보고서가 흔합니다. 하지만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해서 우리는 '결'을 먼저 말해야 합니다.
갑자기 보고 중간에 회장님이 "그래서 뭘 말하려는 거죠?"라는 피드백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면 정말 간담이 서늘합니다. 요약 장표를 제대로 만들지 않아, 경영자 본인이 의사 결정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답답해서 말씀하시는 거니까요.
마케팅 담당 임원분이 요약 장표를 정말 잘 쓴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대외비적인 내용을 제외하고 샘플을 가져와 봤습니다. 그 임원은 항상 명확하게 "오늘 제가 의사결정 받을 사항은 이겁니다"라고 이야기하고 보고를 시작합니다. 덧붙여, 관련된 지난 보고는 어떤 내용이었고 그때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 지도 써놓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보고받는 임원도 '아, 내가 이 보고를 받는 거구나, 내가 지난 보고 때 저 말을 했었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보고하는 입장에서는 '아니, 저번에는 이렇게 말씀하셔 놓고 기억도 못 하시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보고받는 임원도 사람인지라 모든 내용을 기억하기는 힘듭니다. 하루에도 너무나 많은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하고요.
요약 장표만 제대로 만들어도 보고받는 사람도 지난 보고를 상기하고, 보고자 자신도 정리할 시간이 생기는 겁니다.
꼭 기억하세요. 보고하는 나도 정말 바쁘지만, 보고받는 사람도 정말 바쁘다는 것을요.
-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 요약본을 먼저 보고해본 경험이 있나요?
- 여러분만의 보고서 요약 노하우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