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획자 Mar 27. 2022

보고서 작성 시간 단축의 비밀

자기 주도적으로 기획하는 법 ③제로 드래프트의 힘

출처: 나 혼자 산다 EP324


 혹시 나 혼자 산다 박정민 배우편 보신 적 있으신가요? 당시 박정민 배우가 책에 대한 글을 의뢰받았는데, 막상 PC 앞에 앉아서는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다가 저렇게 타이핑하기 시작합니다. 결론은 배그(게임) 최고라는 문구를 남긴 채 자리를 뜨는데요.


 막상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PC 앞에 앉았을 때의 제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항상 궁금했던 팀 선배가 있었습니다. 그 선배는 항상 책상 위에 A4용지를 놔두고 연필로 뭔가를 계속 쓰더라고요.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패드를 사서는 또 뭔가 아이패드에 계속 써 내려가고 지우기를 반복하고요. 같은 팀이었지만 일이 겹치지는 않았던 선배인데, 워낙 일 잘하는 걸로 회사 내에서도 유명한 분이었기에 꾹 참다가 손으로 뭘 쓰시는 거냐고 직접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그 선배가 그러더군요.


김획자님은 보고서  ,
가장 먼저 하는  뭐예요?


 저는 바로 대답했죠. "PPT를 열어요"

 그랬더니 그 선배는 보고서 쓸 때 가장 먼저 손으로 그려본다고 하더라고요. 이 보고서를 어떻게 구성하겠다고 손으로 직접 그려본 후, 대략적인 틀이 잡히면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고요. 그러면 PPT를 작성하는 시간도 줄어든다면서요.


 "우와, 그런 꿀팁이 있었네요! 감사합니다"라고 답하긴 했지만, 솔직히 속으로는 '에이, 설마'라고 생각했습니다. 성격이 급한 편이다 보니, 손으로 써보고 PPT로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게 너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평소와는 전혀 다른 주제의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 터라 유난히도 진도가 안 나가던 날, 속는 셈 치고 한 번 A4용지에 손으로 보고서의 개요를 써봤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내 머릿속에서 맴돌던 내용들이 조금씩 정리가 되고 오히려 본 보고서를 쓰는 시간이 줄어들더라고요.



초안의 초안을 만듭니다


 내가 어떤 보고서를 쓸 것인지 정리하지 않고 일단 PPT나 워드부터 열고 뭐라도 해야지 하다 보면 결국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머릿속도 정리되지 않고 이 생각 저 생각 다 들고, 결국 게임이나 해야지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데 그럴수록 오히려 퇴근은 늦어지고, 결국 게임도 못 하는 거죠.


 빨리 이 일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효율적으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속는 셈 치고 '손으로 구성하기'에 도전해보셨으면 합니다.


 피터드러커는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이러한 과정을 '제로 드래프트'라고 이야기합니다. 보고서의 초안을 쓰기 전, 직접 손으로 초안의 초안을 만들어보는 거죠.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이 보고서가 작성돼야 하는지,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손으로 써본 후 보고서를 구성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제로 드래프트를 상사에게 공유하고, 서로 컨센서스consensus를 이루고 일을 시작하면 훨씬 일을 빨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글을 위해서도 제로 드래프트를 작성합니다



 실컷 보고서를 다 작성해서 갔는데, "이 방향이 아닌데?"라는 피드백을 받는 것만큼 힘 빠지고 허무할 때가 없습니다. "넵! 수정해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돌아서서 속으로 '아, 진작 좀 말해주지'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봅시다. 상사가 진작 말할 시간을 우리가 준 적 있었나요? 우리가 준 적이 없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내 시간이 아까워서 상사 탓을 하게 되는데, 생각해보면 상사도 억울한 상황인 겁니다.



제로 드래프트를 작성하는 상사


 덜 억울한 상사가 되려면 업무를 지시할 때, 제로 드래프트를 작성해서 직접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내에서 평판이 매우 좋던 인사 담당 임원과 같이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그분이야말로 제로 드래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김획자님, 우리가 방금 논의한 시무식 기획안은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직접 개요를 써 보여주시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저도 "저는 이 부분을 이렇게 이해했어요"라며 서로 이해한 부분이 다른 것도 바로 피드백하고 컨센서스를 즉각 맞출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러한 과정이 없었다면, 하나의 기획안을 놓고 '동상이몽'하다가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게 되는 거죠.


 A4용지 혹은 아이패드에다가 What, Why를 사각사각 쓰다가 아니면 다시 지우고 써봅니다. 그러다가 대략적인 방향성이 나오면 그때 PPT나 워드를 열어서 보고서를 작성해봅니다. 혹은 이 방향성이 맞는지 상사에게 슬쩍 물어보기도 하고요. 그러고 일을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빠를 겁니다.



보고서를 작성해야 할 때, 어떤 일을 가장 먼저 하시나요?
이전 05화 시간을 지배하는 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