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8일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도 언젠가 한순간의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 거다. 그러니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다. 순간에 충실하지 않고 걱정과 의심으로 가득찬 하루를 보내면 내일은 절대 행복할 수 없을거다. 그동안 솔직하게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상황은 나아지는 게 없었다. 그리고 한국과 점점 멀어질수록 외로움도 더 짙게 찾아오는 듯 했다. 어쨌거나 그토록 가고싶었던 남미 여정의 첫 나라 멕시코에 도착했다. 여긴 정말 좋은곳이다. 떠나길 백번이고 천번이고 잘했다고 나 자신한테 말해주고 싶다.
2019년 11월 25일
세노테를 다녀왔다. 호스텔에서 참 밝은 성격의 일본인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대학 졸업은 하지 않았지만 영어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여러 국가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해왔으며 지금은 비자 제한이 걸려 학생 비자를 받으려 한다고 했다. 마도카는 서른 언저리인듯 했다. 그녀는 진정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 있고 여리고 밝은 친구같았다. 내게 좋은 영향을 준 친구다.
내가 살아야할 삶은 실패 혹은 실망할지라도 후회하지 않는 삶이고 내가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삶이다. 꿈을 좇든 사랑을 좇든 후회를 남기지 않을 삶을 좇는거다. 여행을 못간 건 후회해도 친구들을 못만나고 술자리를 빠지는 건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나를 위한 삶을 사는 거. 그게 내 삶의 전부라 생각했다.
2019년 11월 26일
어떤 삶을 살아야 후회가 남지 않을까. 아니 조금 덜 후회하는 삶은 어떤 삶일까. 마음이 시키는 일을 따라야할까. 세상에 과연 정답이라는 게 있기는 할까. 나에게 주어진 삶, 그 안에서 행복하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한다. 나 혼자만의 생각과 연민에 빠지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살기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 항상 행복을 우선순위에 둘 것. 평생후회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위해 살자. 그게 가장 우선이다. 명심하자. 그리고 나를 사랑하자. 그 누구보다 나를 먼저 사랑하자. 나는 소중하다. 잊지 말자. 나는 정말 소중한 사람이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자. 그리고 나의 주변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세상을 밝게 보며 살아가자. 행복하게. 행복하게. 행복하자.
고등학교 졸업 후 가족들과의 연락은 거의 등한시했다.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매우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나에게 귀향이란 누구보다도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아니 용기를 고사하고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으며 점점하기 싫은, 할 수 없는 일에 가까운 행위였다. 제천에 발길을 닿는 것은 고사하고 그들을 마주해서 환하게 웃을 용기가 없었던 것이며 가족의 집을 들를 수 있는 용기조차 없었던 것이다. 사실 이 글은 그들이 내 안에 까맣게 쌓인 마음을 읽어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모든 것을 털어놔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에 그리고 그들과의 불통이 너무나도 오랫동안 지속되었기에 말이다. 물론 그들이 이 짧지만 긴 글을 읽어줄 경우의 수는 매우 희박하지만 적어도 이제 그들을 용서를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나에게 용기 그리고 용서를 정의하자면 이런 것이다.
- '화목하고 따뜻한 가족은 되지 못하더라도 더 이상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 것.'
내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건 많이 없지만 아니 사실 거의 없지만 그들로 인해 이 세상을 돌아보며 나 자신을 아주 샅샅이 들춰보고 내면의 정신 상태가 바닥까지 닿을 때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 스스로 미약하게나마 방법을 터득할 수 있는 위태롭고 어둡지만 누구나 한 번은 겪을 힘든 시간을 가졌다. 그들은 내게 어떠한 길도 알려 주지 않았기에 나 스스로의 길을 찾아갈 수 있었고 그 길 안에서 많이 넘어지고 부딪히고 상처도 받았지만 그 아픔을 견디고 다시 일어설 때마다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사고가 넓어졌다고 믿는다. 물론 아직도 내가 마주하지 못한 세상과 사랑은 너무나도 많지만 나는 사랑받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거 그거면 충분한 여정이었다.
- 행복할 때 행복한 걸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생각할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누군가 내게 말해줬다. 월급 천만 원의 청소부는 분명 행복할 수 있는데 월급을 천만 원 받기 시작하면서 누군가 그 일을 더럽게 여기고 본인이 그 일을 더럽게 여길 시간을 충분히 갖게 되는 순간 아무리 그에게 좋은 급여와 환경을 제공해 줘도 그들은 만족하지 못한다는 거다. 가끔 생각할 시간이 너무 많고 무언가를 들여다볼 시간이 충분할 때는 스스로에게 주의할 시간 역시 필요하다. -
나는 잘난 사람도 그렇다고 못난 사람도 아니다. 나를 위한 삶의 정의는 내 안의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먼저 가져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이 과정은 아직도 참 힘들다. 나를 중심에 세워놓을 줄 아는 그 생각이 없다면 나의 뿌리는 깊지 못해서 금방 무너질 거다. 깊게 뿌리를 내리고 그 안에서 더욱더 흔들리지 않고 단단한 사람이 되는 것. 그렇게 되어야겠다. 그걸 깨달았다. 그거면 내게 충분한 여정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나를 아프게 했던 과거를 미워하지 않을 거다. 슬퍼하지도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