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5년 만에 지옥에서 사옥까지, 스릴 넘치는 창업 드라마
누군가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현실은 영화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다고.
처음 내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결심을 했던 그 순간부터 언젠가 조금만 자리를 잡으면 내 창업과 인생에 대해 한 번쯤 글로 남겨야겠다는 아주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그때만 해도 시작만 하면 금세 자리를 잡고 여유 시간이 생길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던 시절이었다. 시작과 동시에 우리는 정말 많은 풍랑을 만났고, 배에 물이 새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좌초되는 위기를 수차례 겪기도 했다. 최악의 상황에 닥칠 때마다 정말 기적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 버텨낼 수 있었고, 이제 좀 마음을 놓을 수 있을까 싶을 때 엄청난 시련이 찾아오는 무한의 사이클이 반복되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5년 생존율이 고작 26%에 불과하다는데, 우리는 그 26% 안에 턱걸이로 간신히 포함될 수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의 성공이 또 내일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늘도 한걸음 한걸음 살얼음판 위를 걷는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 <미생 2>라는 웹툰을 보게 되었는데, <미생 1>이 대기업 안에서 벌어지는 무한 경쟁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미생 2>는 혹독하기 짝이 없는 스타트업의 적자생존을 다룬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 매 에피소드마다 마치 내 얘기를 누가 몰래 가져다 쓴 것처럼 격하게 공감되는 내용 일색이었다. 그러다 보니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드라마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우리의 이야기도 많은 창업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금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그래 한 번 써보자. 근데 어떻게? 처음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주요 에피소드들을 창업 에세이 형식으로 나열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에세이의 방식으로는 전체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어 보였다. 창업과 좌절, 극복, 성장 등 그 많은 과정에 함께한 여러 인물들과 사건들을 보다 효과적이고, 극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소설의 형식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회사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딱 창업 시점부터 현재까지만 쓰고, 미래의 일까지 예측 혹은 상상해서 쓰지는 않을 예정이다. 본격 창업 스릴러 <지옥에서 사옥까지>는 과거와 현재에 이르는 실제 이야기에 아주 최소한의 각색도 없이 순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이야기가 될 것이라 다소 심심할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린다.
거, 과장이 너무 심하지 않소
작가가 창의력이 너무 부족한 거 아니오
이야기를 읽어 나가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만큼 우리의 스토리는 온통 영화 속 클리셰 덩어리라고 느낄 만큼 뻔하디 뻔한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일본 만화 <시마 과장>을 보면 주인공 시마 과장이 위기에 처하면 꼭 낯선 사람이 우연히 등장하여 사건 해결의 중요한 실마리를 던져주고 사라지곤 한다. 우리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위기의 순간에 가장 가까웠던 이로부터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극적인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간신히 극복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시간이 지나 그때 그 상황들을 복기해보면, 정말 그 아슬아슬함과 아찔함에 소름이 돋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단언컨대, 본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내용은 95% 이상 사실을 바탕으로 적은 글이다. 독자들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시간과 순서를 조작하거나, 가상의 인물이 등장해서 사건을 극적으로 해결하거나 하는 일은 결코 없다. 굳이 그런 장치를 인위적으로 넣지 않아도 충분히 스릴이 넘치는 이야기이다. 우리 회사의 이름을 제외한 모든 인물, 회사, 지명 등은 전부 가상의 이름을 사용했지만, 이야기만큼은 절대 허구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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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시작하려면 가장 먼저 언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 참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만큼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지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회사의 창업과 관련하여, 내 기억 속에서 가장 앞서있던 그날을 소환하기로 했다. 바로 회사의 이름이 처음 탄생한 2016년 5월 1일. 내부순환로 성산방향 정릉 IC를 지나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