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의 좌절기
아기호두야! 같이 가! 그렇게 떨어져서 가면 어떡해!
길 잃어버리잖아!
두근두근, 오늘은 지난달에 접수한 공모전의 발표날입니다.
자두는 아침부터 공모전 홈페이지를 들락날락거립니다.
도대체 발표는 몇 시에 나는 거야 ㅠㅠ
앉으나 서나, 밥을 먹으나 화장실에 가나... 이놈의 공모전 생각뿐입니다.
12시가 지나고, 2시가 지나고, 3시 30분이 지나고, 4시가 지나고, 5시가 되자,
두둥! 드디어 발표가 납니다. 하지만.
자두의 이름은 없습니다. 자두는 크게 상심합니다.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한숨만 푹푹 쉽니다.
아기호두 : 엄마, 같이 놀자아.
자두 : 미안해. 엄마가 지금은 놀 기운이 없어.
아기호두 : 왜? 아파?
자두 : 아니...
아기호두 : 그럼 왜?
자두 : 응... 엄마가 얼마 전에 응모했던 공모전에서 떨어졌어. 그래서 지금 힘이 안 나.
아기호두 : 떨어졌어?
자두 : 응.
아기호두 : 그럼 길을 잃었어?
자두 : ?
아기호두는 자두의 눈을 빤히 쳐다봅니다.
평소에 ‘엄마랑 떨어져서 가면 길을 잃어버린다.’라는 말이 떠올랐나 봅니다.
대답을 기다리는 아기호두에게 자두가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자두 : 응... 엄마는 마음의 길을 잃었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기호두 : 엄마, 혼자 가면 어떡해. 같이 가야지.
자두 : 하하하. 아기호두가 엄마랑 같이 가줄 거야?
아기호두 : 응!
가만히 앉아 있어도 어디로 가야 하나 막막할 때가 있어.
고마워. 네가 있어서 이렇게 또 힘이 난다.
혼자가 아니어서 따뜻하다 못해 뜨끈해지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