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건 왜?
어린이집이 끝나고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입니다.
아기호두는 눈에 들어오는 바깥 풍경이 모두 새롭습니다.
아기호두 : (버스 정류장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엄마, 저거 왜?
자두 : 사람들이 다리 아플까 봐, 버스 올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라고 의자를 놓아둔 거야.
아기호두 : 왜?
자두 : 그냥 서 있으면 다리가 아플 수 있으니까. 앉아 있으면 편하잖아.
아기호두 : 왜?
자두 : 우리도 이렇게 버스에 앉아 있으면 다리도 안 아프고 편하잖아.
아기호두 : (길가에 설치된 지하철역과 연결된 엘리베이터를 보고) 엄마, 저거 왜?
자두 : 지하철로 가는 엘리베이터야.
아기호두 : 왜?
자두 : 지하철은 땅 속에 있는데, 지하철을 타고 가려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거든. 근데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힘든 사람들이 있어서 이거 타고 쉽게 가라고.
아기호두 : 왜?
자두 : 다리가 아프거나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
아기호두 : 왜?
자두 : 휠체어를 타는 사람은 계단으로 갈 수가 없고, 다리가 아픈 사람은 계단으로 다니기가 힘들거든.
아기호두 : 왜?
자두 : 다리가 아프면 무릎을 구부리기가 힘들 수 있어.
아기호두 : 왜?
자두 :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은 무릎에 관절염이 있을 수 있거든.
아기호두 : 왜?
자두 : 다리를 많이 써서.
아기호두 : 왜?
자두 :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살면서 다리를 많이 썼으니까.
아기호두 : 왜?
자두 : 오래 사셨으니까.
아기호두 : 왜?
자두 : 오래전에 태어났으니까.
아기호두 : 왜?
자두 : 그게 말이야...
자두의 대답이 막힐 즈음 다행히 버스가 집 앞에 도착합니다. 자두는 아기호두를 냉큼 안고 내립니다. 아기호두는 더 이상 묻지 않습니다.
길가에는 아기호두의 관심을 끌 만한 새로운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 너하고 나하고 이렇게 신기할 것도 재미있을 것도 없는 이야기들을 두런두런 나누면서,
대단할 것도 그렇다고 소소하다고도 할 수 없는 인생길을 걸어가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태초에 하늘이 열렸지.’라는 먼먼 전설 같은 이야기에 도달하는 날도 있겠지.
어떤 날에는 어제 먹은 순대에 관한 이야기를, 어떤 날에는 너와 놀기 싫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어떤 날에는 이미 별이 된 네 외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할 거야.
같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할 수많은 이야기들을 하늘의 별로 뿌리고 달로 바라보면서
함께 밤길을 걸을 수 있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