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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현 Mar 13. 2021

20. 꿈마을

그럼 눈은 어디야?



추석입니다.

자두네 형제들은 삶의 칠 할을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살아온 엄마에게 추석마다 휴가를 드리기로 합니다. 자두는 엄마, 아기호두, 아기자두와  함께 남이섬에서 1박 2일의 추석 휴가를 보내기로 합니다.

북적대는 사람들로 연휴 분위기 제대로 내던 남이섬은 밤이 되자 은은하고 몽환적인 조명을 안개처럼 깔아놓습니다. 우리는 노닥노닥 밤 산책을 하며 달님에게 소원도 빌어봅니다.

낮에 가지 않았던 곳까지 둘러보고 호텔 정관루로 돌아오는 길, ‘꿈마을’이라는 앉은뱅이 푯말이 보입니다. 아직 한글을 모르는 일곱 살 아기호두가 묻습니다.



아기호두 : 엄마 저게 무슨 글씨야?

자두 : 꿈마을.

아기호두 : 뭐?

자두 : 꿈. 마. 을.

아기호두 : 꿈?

자두 : 응. 꿈.

아기호두 :  그럼 여기가 꿈이야?

자두 : (아이코!) 그, 그런가? 몰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아기호두 : (눈을 크게 뜨고 재차 묻는다) 엄마, 그럼 여기가 꿈 속이야?

자두 : (동심 파괴는 안 되니까) 그런가 보네. 우리가 꿈속을 막 돌아다니나 보네. 여기가 꿈 속이겠네.

아기호두: (믿기지 않는지) 여기가 꿈이라고? 나 언제 잠들었어?

자두: (점입가경이다) 아까, 저녁 먹고 숙소에 갔다가 너 스르르 잠들었어.

아기호두 : 아, 그래서 내가 꿈을 꾸고 있구나!

자두 : 그런 가 봐.

아기호두 : 그럼 눈은 어디야?

자두 : (살짝 당황한다) 글쎄... 저 보름달이 눈일까?

아기호두 :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킨다) 아니지. 여기지.

자두 : 왜? 나는 저 보름달이 눈일 것 같은데? 동그랗게 뻥 뚫렸잖아.

아기호두 : (손으로 이마를 짚고는) 아니야. 꿈속은 여기 머리니까 눈은 이마 아래지. 그러니까 이 땅 밑에 눈이 있겠지.

자두 : 맞네! 꿈은 머릿속 세상이지? 그럼 눈은 우리 발 밑에 있겠네. 와! 너 그런 것도 알고. 대단하다.


이때, 아기자두가 자두 옆을 지나가며 새침하게 말합니다.


아기자두 :  나는 별을 느끼고 있어.

자두 : 우와! 별을 느끼는 게 뭐야?

아기자두 : (무시하고 가버린다) …

자두 : (무안해서) 하하하.





너희와 눈을 맞추고, 너희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으려면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상상의 벽 끝이 어딘지 가늠도 안 되지만

그 벽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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