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마샤 포포바'
"마르지엘라 인턴십 면접을 보던 때인데요, 존 갈리아노가 면접관이었고, 그는 제게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누구냐고 물었어요. 근데 ‘당신이요'라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고, 당장 생각나는 사람도 없었어요. 그래서 우발적으로 이렇게 말했던 거 같아요. “그 질문엔 답하지 않을게요. 적절치 못한 질문이네요.” 존 갈리아노는 어색하게 주제를 바꿔야 했죠."
- CHECK-OUT 매거진 인터뷰 중에서
말이 글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타고난 능력이든 짬으로 빚어낸 경지이든 부러운 건 피차 매한가지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패션 디자이너 ‘마샤 포포바’의 매거진 인터뷰를 깡그리 긁어모아 읽었다. 그리고 이전 컬렉션 영상과 사진까지 다 찾아봤다. 조회수가 바닥을 기고 있는 숨은 보물 같은 영상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정말 최고다.
아무튼 에디터의 말 풀이를 감안해도 그녀는 말이 글이 되는 사람 같았다.
예상치 못한 웃음벨로 가득한 시크한 대답과 그것이 품은 송곳 같은 인사이트는 그녀의 작품보다 더 예술 같았다.
업이 아무리 개인적이어도 개인의 삶은 필연적으로 정치적인 것이기에 결국 크리에이티브란 정치적일 수밖에 없으며 또 응당 그래야 한다는 정치 숙명적인 패션 철학,
패션 잡지 하나 들춰본 일 없이 우크라이나에서 건축을 전공했던 깜깜이 같은 이력으로 패션 판(CSM)에 뛰어들었기에 남과 다른 아이디어를 전개할 수 있었다던 그녀의 요즘 시대 환영적 반전 매력,
의도치 않게 Y2K 나비 묻히기 프로그램에 동참한 격이 되어 인스타그램에서 빵 터진 브랜드의 운빨을 두고 ‘나는 캣워크 밖의 비즈니스(돈벌이)는 잘 몰랐으나 아무래도 스토리텔링이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라며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깔끔하게 전달하는 솔직 담백한 정리 능력까지 뭐 하나 거를 타선이 없는 멘트로 가득한 그녀였다.
그녀를 둘러싼 특정 배경(개인 이력과 디자인 방식)에서는 와이프로젝트의 디자이너 ‘글렌 마틴스’가 상당히 많이 겹쳐 보였고,
그녀의 신소재 개발과 다채로운 프린팅 실험에 대한 지독한 관심, 수공예적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열망이 구체화되는 '예고편'의 개념으로다가 바라본 그녀의 컬렉션 무대는 골이 아플 정도로 흥미로웠다.
아이고, 두야~
셀린느에서 피비 파일로, 다니엘 리와 함께 일하고, 메종 마르지엘라에서 존 갈리아노와 함께 일했다던 환상적인 커리어까지 완비한 디자이너 마샤 포포바,
정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가득한, 글로벌 패션 씬을 뒤흔들 5툴 같은 사람이 아닐 수 없다.
평소 카톡 프로필을 잘 바꾸지 않는데, 이 사람이 너무 좋아져 버려서 그녀의 사진으로 한 번 바꿔 볼 계획이다.
음, 참으로 대단한 계획이군? 한심!
다소 싱거운 오늘의 디자이너 단상은 이것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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