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업무로 바쁘고 스트레스받는 1월을 보내고, 마무리된 기쁨을 누리며 맞은 주말. 집에만 있기 영 심심해 친구들을 만나 장도 보고,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셨다. 장 본 걸 들고 집에 올라가면서 에고고, 이러다 애 나오겠다! 생각하기도 했다.(복선이었나..)
그러고 집에 들어와서 쉰 게 아니고, 이불이랑 베갯잇 빨고, 저녁식사 준비하고, 강아지 산책까지 나갔다. 산책을 하는데 오늘따라 배가 더 아프다. 평소에도 산책할 때 배가 땅기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더 많이 아프다.
집에 들어왔는데 배가 계속 아프다. 딸기가 먹고 싶어서 딸기를 씻고 꼭지를 따고 남편이랑 먹는데 아무래도 배가 계속 아프다. 쉬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한 시간쯤 지났는데도 아프다. 뭔가 너무 이상해서 진통 주기 어플을 다운로드했다.
체크해 보니 2분마다 1분씩 배가 뭉치기를 20분 동안 반복한다. 이거는 정말 뭔가 이상하다. 게임하고 있는 남편을 부르고 계속 측정하는데, 약 7분가량 괜찮더니 또다시 배가 뭉친다. 이럴 땐 산부인과에 전화해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어서 산부인과 분만실에 전화를 했다. (분만하는 산부인과는 분만실에서 24시간 전화를 받아준다.)
2분에 한 번씩 진통이 오는 건 분만하는 산모의 진통 주기라며, 병원에 내원하라고 한다. 오버하나? 싶었지만 진료 한번 받아보자 싶어 출발하는데 추운 건지 무서운 건지 턱이 덜덜 떨리고 이가 딱딱 부딪힌다.
가는 길에 자궁수축이 심해지는지 쪼이는 느낌이 강하게 난다. 수축이 오면 저절로 조수석 손잡이에 손이 가는데, 유튜브에서 보던 출산 영상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아가야 아직 나오면 안 돼... ㅠㅠ
분만실에 도착해 질 초음파를 받았다. 자궁경부 길이는 다행히 3센티가 넘어 충분히 길었다. 다시 분만실로 와서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수축 검사를 하는데, 정말로 2분에 한 번씩 수축이 잡혔다. 강도는 25~50 정도. 수축이 강하진 않지만 너무 잦은 간격이라 입원이 결정되었다. 시간은 새벽 한 시 반. 일단 입원 준비물이 필요할 것 같아 남편을 집으로 보냈다.
링거액을 투여하면서 2시간 뒤에 상태를 체크한다고 한다. 두 시간이 지나니 수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다시 수축 체크를 한다. 결과는 20분에 5회. 한 시간 뒤에 의사 선생님이 와서는 처음엔 20분에 10회였는데 반으로 줄긴 했지만 아직도 너무 잦은 횟수라고 약을 바꾼다. 잠시 잠을 자고 일어나니 20분에 2회로 많이 줄었다. 바꾼 약이 많이들 맞는 라보파인줄 알았는데, 트랙토실이란다. 라보파는 보험이 되는 대신 부작용이 상당하고, 트랙토실은 부작용이 거의 없는 대신 보험이 일주일밖에 안된다. 일주일이 지나면 하루에 25만 원인 비싼 약이란다.
조금 있다가 또다시 측정을 했는데, 20 정도의 약한 수축이 계속 발생한다. 의사 선생님 와서는 염증 수치도 있고 일주일은 입원해야 한단다.
아침을 먹으니 출근했던 남편이 금방 돌아왔다. 흉부 방사선을 찍으러 가며 처음으로 휠체어 신세를 졌다. 얼마나 병원에 입원해 있을지 몰라 6인실로 갔다. 6인실이지만 구조를 보아하니 4인이 최대일 것 같다.
늦은 밤 트랙토실에 대해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라보파로 수축이 안 잡히거나 부작용이 심해지면 맞는다는데, 나는 맨 첨엔 마그네슘을 맞다가 바로 트랙토실로 바꾸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작년까지만 해도 라보파를 맞고 부작용이 있어야 보험이 되었다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뱃속에서의 하루는 밖에서의 일주일이라던가, 한 달이라던가. 하루라도 뱃속에서 아이를 더 지키고 싶은 엄마들의 절절한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돈이 문제가 아니지.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다면야.
수십 개의 후기를 읽으며 나보다 수축 간격이 짧았던 사람은 별로 없구나 싶어 불안에 떨다가, 그래도 나는 자궁경부가 충분히 길구나 싶어서 안심했다가, 읽다 읽다 끝이 없을 것 같아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