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누워만 있어 밥이 안 넘어갈 것 같은데 그래도 먹어진다. 반찬은 맛있으나 병원밥이 너무 질어서 남편이 가져다준 김과 함께 뚝딱 해치웠다.
어제 읽은 많은 후기들에서, 조산은 아기 몸무게가 중요하다고 했기에 임신 중 체중조절이고 뭐고 아기 키우는 데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꼭 자가 호흡하면서 태어나자 아가야. 그래도 내 몸무게가 조금은 걱정되긴 한다.
회사 출근시간이 다가오면서 맘이 불안해진다. 8시 58분 첫 번째 전화가 울린다. 항상 아침부터 전화하는 고객사 팀장님이다. 입원 중임을 알리고 사무실로 전화하라고 했다. 연이어 두 명의 고객사에서 또 연락이 온다. 건강한 상태일 때도 스트레스받는 환경이다. 점심시간엔 회사에서 연락이 온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도 회사일이 계속된다. 출산휴가를 대비해 인수인계도 많이 했는데 후임자가 제대로 정해지지 않아 일이 더디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자궁수축이 계속 느껴진다.
잠시 후 의사 선생님이 오셨는데, 아주 바빠 보이셔서 궁금한 걸 제대로 묻지 못했다.
퇴근하고 온 남편에게 오늘 일을 이야기하니, 회사 스트레스 때문에 입원했는데 말이 되냐며 노발대발이다. 고맙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또 무섭기도 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회사일을 많이 해서 그런지 배도 자주 뭉치는 것 같고 컨디션도 나쁘다.
병실엔 전부 조산기로 입원한 임산부 들이었는데, 낮에도 모두 커튼을 치고 조용히 있다. 오늘도 회사에서 연락이 온다. 상황은 이해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자궁수축이 계속 온다고 말해버렸다. 남편이 쉬는 날이라 하루 종일 같이 있고, 회사에서 전화도 안 오니 오후엔 수축이 많이 줄었다. 두 시간에 한 번 정도.
오늘은 원장님이 바쁘지 않으신지 평소 진료 때처럼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트랙토실은 3사이클 동안 다 맞을 것이고, 일주일 정도 걸릴 것이다. 자궁수축 약은 딱 4가지밖에 없는데, 트랙토실이 가장 부작용도 적고 제일 좋은 약이란다. 월요일이 되는 새벽에 입원해 토요일 아침까지 맞아야 하니 목요일 저녁이나 금요일 오전에 초음파 보자 하신다. 그 이후에는 라보파나 마그네슘을 맞던, 퇴원을 하던 하자고. 지금 자궁경부 길이가 3.8센티로 아주 안정적인 상태라고 하셨다. 위에서 뭔 일이 나도(수축이 와도) 아래에서만 안 열리면 된다고.(경부만 닫히면) 친절히 상담받으니 아~역시 태쌤이다~ 싶기도 하고 마음도 안정되고 기분이 좋다.
원장님 말론 교과서엔 자궁수축이 와도 일상생활을 하게 되어있다길래, 저녁에 어머님께서 케이크와 음료를 사 오셔서 휴게실에 가서 대화를 나눴다. 카페에 온 것 같고 기분이 좋았다. 울 엄마도 나 보고 싶겠지.. 그렇지만 아주 아픈 것도 아닌데 세 시간을 달려오라고 하기가 좀 그렇다.
밤새 수액 체크하러 왔던 간호사 선생님이 피가 굳어 잘 안 들어간다며 처치해 주고 가셨다. 내일 주사 바꾸는 날이니 꼭 바꾸라고.
아침이 되니 오늘 바꿀 거라고 씻고 싶음 씻으라고 한다. 잘 안 넘어가는 아침밥을 대충 먹고 주삿바늘 교체하는 시간만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바늘을 빼고 씻으니 다 나은 것 같다. 컨디션도 아주 좋고 걸음도 빨라졌다. 신나게 씻고 들어와 사진도 한 장 찍었다. 다시 주사 맞고 싶지 않았다. 퇴원해도 될 것 같은데...
간호사실에 전화해 다시 트랙토실을 연결했다. 링거를 달고 있으니 환자로 돌아왔다. 걸음도 느려지고...
야간 출근이라 남편에게 오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 같이 있어 주지 못하는 게 미안하다며 잠깐이라도 들린다고 병원에 왔다. 남편이 오면 수건에 물도 묻혀주고 식판도 날라주고 편하긴 편하다.
오늘은 4시까지 수축이 없었다. 4시 이후부터 두 시간 반 정도 간격으로 수축하고, 컨디션이 아주 좋다. 의사 선생님이 저녁에 회진 오셔서는, 초음파를 월요일에 보자고 하신다. 금요일 퇴원의 희망이 월요일로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