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후유증: 수술 이후, 나에게 남은 날씨

14화| 수술 후유증에 대해

by 오립

창밖에 빗줄기가 시작했다.


강우가 시작되면 세상은 한층 더 무겁게 느껴진다. 물방울이 춤추는 선율은 타인들에게 평온한 배경음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고문의 서막이다.

수술 이후부터 계속 된 부작용은 언제나 궂은날을 빠뜨리지 않고 찾아온다.


희미한 낙수 소리가 유리창을 두드리며 멀리서부터 다가온다. 달갑지 않은 손님의 방문은 뇌 속 깊은 곳에서 메아리치며 나에게 도착했다고 신호를 보낸다.

폭우가 쏟아질 때면 청하지 않은 방문자의 동료가 침입한다. 편두통이라는 명칭으로 말이다.


대기가 이렇게 압도적일 리 없는데, 이런 날은 그 중량에 억눌려 숨통을 조여 온다.

키가 작아질 것만 같은 습윤한 공기의 압력은 뇌의 일부가 터질 것 같아 불안에 떨게 만든다.

시야도 제대로 열리지 않는다. 흐릿한 시각으로 환상인지 실재인지 구별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안개가 끼지도 않았는데 난 그 안에 갇혀 허우적대며 눈을 질끈 감았다 뜬다.


"나 살아는 있는 거지?"


혼란이 닥치는 와중 이를 악화시키는 천둥. 그 무심한 진동이 울려 퍼지면 두개골을 직접 관통한다. 번개가 섬광을 일으키면 눈앞이 하얗게 요동치며 균형감각마저 교란시켜버린다. 몸은 현실에 묶여 있으면서도 의식은 환몽처럼 멀어져 간다.

정신을 잃어 그 상태로 잠들면 그만일 텐데, 공교롭게도 봉합된 흔적이 장애가 된다.

마치 '여기가 현실이고 넌 살아 있다'며 강제로 괴로움을 가하는 듯하다.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자에게 친히 고통을 안겨,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시다니. 참으로 자비롭지 아니한가.

이런 괴로움에 나의 사고회로는 정지한다. 평상시 성능의 절반도 발휘되지 않는 효율성 떨어지는 기계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이런 시기에는 밖에 나가지 않고 대화도 제대로 못한다. 지금 이 글도 화창한 때에만 골라서 쓰고 있다.


처음 이 후유증을 겪었을 때는 '내 체질이 민감한 건가' 하며 회피했다. 그러나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르니 익숙해졌다. 이제는 영양제 먹듯 두통약을 챙겨 먹고 종일 침대에 누워 있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십수 년이 흐른 지금도 가장 고된 부분은 여름철 장마다. 거의 연일 강우가 내리니 나는 침상과 일체가 되어 여름을 보내야 하는 참사가 매년 발생한다.

이 고통은 단순히 신체의 반응만이 아니다. 첫 수술 후, 병원 창가에서 듣던 빗소리가 떠오른다. 회복실의 냉기, 고개조차 돌리기 어려웠던 허약한 몸체, 그리고 지속되는 두통이 남겨놓은 기억들. 비는 그날의 그림자를 매번 끌고 와 내 앞에 세운다. 그래서 비가 내릴 때면 나는 현재와 과거를 동시에 겪는다.

하지만 이 현재의 고통이 과거를 들추어보는 것과 동시에, 지금의 내 삶에 굴절되어 나온 자취를 증명하는 증표처럼 다가온다. 아픔은 여전히 나를 괴롭히지만, 그것을 감내하는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수술대 위의 환자가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행복을 돋보이게 해주니, 일상처럼 여기며 살아갈 수 있다.


비 오는 날, 육체는 고통의 흐림이지만 정신은 '다음엔 괜찮을 거야'라는 희망으로 가득하다. 맑은 기후가 다시 올 것이라 믿으면서 말이다.


나의 기상 속보는 이쯤에서 마칩니다.

바가 내리면 나는 과거를 겪고, 햇살이 들면 그 기억을 말로 풀어낸다.


당신의 날씨는 맑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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