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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수아 Oct 19. 2023

왜 해외 취업을 생각했는가

꾸준한 호기심이 원동력


이게 너무 오랫동안 닫혀있어서 벽인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문이다.


박찬욱 감독이 봉준호 감독 대리로 청룡영화상을 수상했을 때 인용했던 설국열차의 대사다. 그는 내년 한 해 각자의 문을 찾으라는 덕담과 함께 이를 인용했다. (출처)


몽호얄 언덕에서 한 컷


나는 22년 8월 몬트리올에 첫발을 디뎠다. 

한국 게임업계에서 약 6년의 경력을 뒤로 한 채, 새롭게 타지에서 근무를 시작하기 위함이었다. 정말 문이 열릴 줄 몰랐기에 다소 얼떨떨하기도 했다. 게다가 그게 콜 오브 듀티라니!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내가 누군가의 수기를 읽고 도움받았던 것처럼 내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이 시리즈는 해외 이직에 관심이 많은 IT 종사자, 특히 게임 업계 분들을 위해 작성되었다. 디자이너가 한국에서 해외로 이직하는 사례가 일반 IT일 경우에도 적은데, 게임은 더욱 찾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군가는 이 시리즈를 통해 문을 찾길 바란다.



핵심 동기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광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직장까지 다닌 진정한 토종이라는 것이다. 서울에 대한 동경도 딱히 없었으며, 해외에 거주하는 지금도 북미에 대한 환상이 딱히 없다.

그러나 확실하게 말하고 싶은 한 가지는, 나는 지루한 게 싫다! 지루함을 못 버티는 것이 어쩌면 이 모든 여정의 가장 큰 동인일 지도 모른다. 물론 현실적으로 파고들어 가면 결국은 일 때문일 것이다. 생애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는 것에 사용하니만큼, 특히나 한국만큼 성과주의적인 환경에서 자라날수록, 일은 인생에 있어 중요하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왜 일하는가? 당연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버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할지, 어디서 그 일을 할지, 어느 부분을 향상할지 등 모든 선택은 스스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과 기준에 기반하여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나에게 있어 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취감이었다. 더 잘 그리게 되면, 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성취감은 더 크게 찾아왔다. 보상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내가 좋다고 생각한 것들만큼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내가 해외 취업을 준비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쟤네 게임 정말 잘 만드네. 어떻게 하는지 알고 싶다.



커리어 초입부터 관심을 가지다


내가 커리어를 시작하던 2015년도쯤에는 한국의 수많은 RPG 게임 UI들은 대부분 디아블로 스타일을 계승하는 형태였다. 암묵적인 공식이 있었으며, 첫 회사의 모바일 RPG도 그것을 따랐다. 예를 들어 컬러는 갈색 혹은 남색이 권장되었고, 장식은 입체적이지만 가상의 서양 중세를 연상케 해야 했다. 수월하게 취업하려면 실사풍 모바일 RPG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라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덕분에 잘 취업했지만, 비슷한 패턴에 첫 회사 첫 프로젝트만으로도 천천히 질려가던 참이었다.

게다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나는 드로잉도 좋지만, 학부 때 배운 것도 잘 살리고 싶었다. 수업에서 귀에 딱지가 얹히도록 들었던 “활자와 시각 요소의 배치는 시선의 흐름과 가독성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즉 미학은 기능성으로부터 비롯된다는 타이포그라피 적 정신은 해외 게임들로 눈을 돌리게 했다.


Assessin's Creed 2 UI from Louis Auger in Behance


Tom clancy’s the division - E3 Gameplay reveal


당시 내 눈에 Assassin creed’s saga, Destiny guidance같은 UI는 굉장히 새로워 보였고 기능적이었다. 특히 Tom clancy’s the division의 경우, 가상 현실 게임을 연상케 하는 UI가 너무 멋져 보였다.

그게 시작이었던 거 같다. 스타일로는 마블 영화의 Futuristic UI (FUI) HUD를 좋아했고, 기능적으로는 잘 읽히는 플랫한 스타일을 좋아했다. 플랫폼 차이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넓은 화면이 소위 더 있어 보이게 디자인하기 편한 것은 사실이므로.

하지만 업무의 방향과 개인의 호기심은 어쩔 수 없이 일치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비헨스를 뒤지며 디자이너와 포트폴리오를 수집하고, 구글링하며 UI 개발 수기를 모았다.



지속적인 조사가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World of Warcraft Cinematic trailer


막연히 사대주의를 가지고 있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더해 한국은 특히 블리자드 게임에 대한 개발자들의 향수와 선망이 크다고 느꼈다. 놀랍진 않다. 한국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리그의 명소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디아블로는 K-MMORPG의 뿌리였으니까. 나조차도, WOW의 첫 번째 시네마틱 트레일러가 게임 업계에 가고 싶게 만든 최초의 동기였다.

가끔 구글링에 game interface, game ui 등이나 유명 게임+UI를 검색했을 때 뜨는 아티클을 번역했고 그 내용에 감동했다. 이것들을 번역해서 개인 SNS에 올리거나 팀 내에 배포했다. 또한 GDC 강의 중 관련 내용을 보며 한국의 RPG 위주 공식화/패턴화된 개발과는 뭔가가 다를 거라는 환상을 품었다.


GDC - Destiny's Tenacious Design and Interface


새로 나오는 신작들의 경우에도, 단순히 UI의 퀄리티를 넘어 정말 중요한 것들을 고려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2년 차 때부터 해외 취업에 대해 정보를 지속해서 모아 참고하며 커리어의 방향을 잡아갔다.



시일이 흘렀지만, 여전한 호기심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고, 웨스턴 게임의 모든 것들이 훌륭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체감하고부터는, 해외 취업은 순수한 호기심의 영역이었다. 자랑스레 말하건대, 한국 게임들의 어떤 부분들은, 유명 외산 게임에 비하여 그렇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몇 차이점이 있었다.   

어쌔신 크리드의 경우 1,000명에 가까운 개발자가 연간 개발 타임라인에 맞춰 게임을 주기적 쉬핑한다고 한다. 외주를 포함한 숫자겠지만, 이게 가능한 체계적인 개발 시스템 혹은 파이프라인이 있을 것이다.

다양한 나라, 도시의 여러 스튜디오가 한 개의 프로젝트를 위해 협업한다.

다양한 나라, 인종,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고, 영어로 진행된다. 다양한 관점에서 풍부한 의견이 나와 잠재된 위험을 비교적 조기에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큰 회사는 UX 디자이너를 따로 뽑는다. UX에 대한 개념이 비교적 업계 보편화되어 있어 보인다.

RnD에 상당한 자원을 투자하는 것 같다. UX는 최소 5년 전부터 가시화된 것으로 보이고, Accessibility라거나, AI 활용, 네러티브 툴 같이 당장 실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게 발표된다. 어떻게 저런 결정을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걸까?

LGBT 등 사회문화적 포용성을 생각하는 문화가 좋아 보였다. 같은 맥락으로 외산 게임에 여성 게이머로서도 이입할 수 있는 요소들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었다.


이에 반해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다   

한국의 경우 큰 프로젝트의 경우 최대 200명 정도이다.

주로 하나의 팀이 한 개의 프로젝트를 맡는다.

팀은 주로 한국인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JD(Job Description)의 UX 롤에 대한 설명이 부정확한 경우가 있다. 일부 회사 JD에서 정확한 UX 직군들의 설명을 읽을 수 있었다.



한국 게임업계의 장점


물론, 웨스턴과 시장과 유저가 다르긴 하지만 한국처럼 수출 기반 경제과 빠르게 변하는 사회가 게임 업계에 가져다주는 역량과 장점도 뚜렷하다. 이것은 내게 알게 모르게 “내 경험은 국제적으로 유의미하며, 이직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Online F2P 프로덕트에 장기간 쌓인 라이브 노하우. 웨스턴은 기본적으로 게임 패키지를 판매하여 이익을 얻는 형태다. 그렇다고 F2P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모바일로 세대가 넘어오면서 개발 페이스가 빨라졌고, 한국은 관련 경험이 꽤 쌓여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프로그래머분들께 유의미하겠지만) 대규모 동일 접속 Online 서버 및 관련 노하우

Mobile 시장 선행 발달. 웨스턴은 콘솔 위주 시장으로 모바일 경험자가 비교적 적다. 유명 IP의 경우 중국 스튜디오가 전담으로 개발하거나, 텐센트와 같은 중국 대기업에 개발 및 퍼블리싱을 맡기고 IP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모바일) 최적화 노하우


이다음은 해외 이직에 앞서 어떤 식으로 커리어에 접근했는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해 작성된 글입니다. 관련해 여러가지 의견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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