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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수아 Oct 19. 2023

해외 이직 준비하기

자신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제하는 길

앞서 장기 관점에서 경력을 쌓았다고 했다. 최종적으로 짐작한 방향이 맞는지 검증할 때가 됐다. 

직접 지원해 보는 것이다.


해외 취업을 준비할 때는 다음이 필요하다.

사전 정보 — 자기객관화 및 무엇이 필요할지 알 수 있는

정신력 — 준비 과정과 라운드 별 실패를 버티고 개선해 나갈

이력서 — 구인하는 직군과 레벨의 마지노선을 포용할 수 있는

영어 — 인터뷰를 통과할 정도의

네트워킹 — 취업에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있으면 있을수록 좋은

포트폴리오 — 어떤식으로 일할지 보여주는, 제일 중요한



사전 정보


무언가 하고 싶다면 그것을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아봤지만, 보통은 프로그래머 사례가 많았다. 게임 업계의 경우 아티스트 사례가 많았고 UX 디자인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었다. 해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선행 발전한 IT업계 내 UX 방법론을 게임에 응용하려 한다는 점은 몇 서적을 통해 짐작됐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포트폴리오를 통해 취업할지에 대해 모호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좀 더 찾아봤다.


실제 경험자의 수기

아쉽게도 같은 업계, 같은 직군의 사람은 없었다. 게임의 경우 아트 직군의 사례는 찾을 수 있었지만, UX를 포함해 디자이너의 사례는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일반 IT로 확장하면 디자이너, UX로 좁혀도 꽤 찾을 수 있었다.

대부분이 유학 후 취업이었지만 드물게 아닌 경우도 있었다. 개 중 하나가 지나 님의 브런치 글이었는데, 한국에서 해외로 경력 이직을 하는 디자이너들이 적지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기 확신이 생겼고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막연함이 조금 사라졌다. 어차피 한국 게임 대기업에서도 정교하게 게임 UX 디자인을 진행한 사례가 드물기도 했다.

다음은 추가로 참고가 되었던 해외 경력 이직 수기들이다.


IT

아마존 룩셈부르크, 프로그래밍 (브런치)

아마존 시애틀, 프로그래밍 (브런치)

아마존 시애틀2, 프로그래밍 (브런치) 

프로그래밍 (개인 웹사이트)


게임

다양한 북미 회사, 컨셉 아티스트 위주 (이인경 님의 유튜브)

캐나다 취업, 테크니컬 아티스트 (티스토리)

CD 프로젝트 자켓, 테크니컬 아티스트 (블로그)

슈퍼셀, 이펙트 및 테크니컬 아티스트 (유튜브)



정신력

2023 League of Legends World Championship - Anthem "GODS"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 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준비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

초년생 때 회사에 다니며, 네이버와 올레 두 군데의 웹소설 삽화 주간 연재, 다색상환이라는 인디출판서적을 1년 단위로 발간하는 3가지 일을 한 번에 했던 적이 있었다. 여러 장기 프로젝트를 멀티로 처리 하는 것에 훈련이 되어있었다. 그 때문에 컨디션 관리에 노하우가 있고 스트레스 역치가 높다 생각했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힘들긴 했다.


이건 내가 주변에 루틴을 설명할 때 우스갯소리로 설명하곤 하는 것인데, 내 상태를 게임처럼 수치화해서 장기적으로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는 방법이다. 주에 2~3회 30~40분가량 달리기를 했는데, 지금도 제일 추천하는 스트레스 관리법이다.

느리지만 꾸준히 완성해 나갔기 때문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준비 과정은 할만했다.


라운드별 실패를 버틸 마음

이후에 정말 힘들었던 것은 실제 지원을 시작한 이후였다. 그간의 경력과 완성해 낸 포트폴리오에 자신감이 있었지만, 서류 반응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면접 기회라도 있으면 떨어지더라도 어떤 게 부족한지 물어볼 수라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니, 짐작을 통해서 조금씩 이력서 문장을 바꾸거나 포트폴리오 구성을 다듬어 나갔다.

면접 기회를 잡고 난 뒤에도 과제 단계에서 떨어지면 그 또한 정신적인 충격을 줬다. 리서쳐로 근무하고 있었으므로, 디자인을 잊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디자이너 업무를 하고 싶었다. 그런 만큼 간절했고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시간과 정성을 쏟았다. 그렇기에 떨어졌을 때는 허탈하기 그지없었다. 노력이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뭔가를 배우고 남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추스르기 어려웠다.

결국 21년도 말 국내 UX로 유명한 C 회사의 과제 단계에서 떨어진 것을 마지막으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시 생각하면 왜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붙였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23년도 초, 2달간 추가로 학습한 것을 바탕으로 해외 이직에 성공했다. 선호 지역, 인지도 있는 프로젝트(거나 회사), 다국적,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 선호 장르(FPS) 모든 것이 충족되는 회사였다.

(이때는 몰랐다, 말로만 다국적,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이란 걸)



이력서


이력을 명확히 정리하고 서사화

내 경우 6~7년 차 이상의 시니어로 구인 구직을 하는 것이었기에, 그간 했던 이력과 작업물을 전체적으로 회고해야 했다. 더불어, 한국 게임 업계에는 아직은 생소한 직군인 UX 디자이너를 겨냥했고 정확히 그 롤로 근무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최대한 쉽고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연결고리를 묶어 서사를 만들었다.

다행히 내 커리어는 관통하는 또렷한 서사가 있었고(장기 관점에서 커리어 쌓기 참고) 어떤 인터뷰에서든 면접관들이 이 부분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 다양한 경험이었지만 동기가 뚜렷했고 일관성이 있으며, 같은 업계, 유사한 영역의 확장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설명이 너무 장황해지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어차피 내 이력서는 프로그램이 한번 솎아내고 리쿠르터가 1분 남짓한 시간을 읽고 거른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도움이 된다.


링크드인 적극적 활용

링크드인에서 가고자 하는, 혹은 대기업의 같은 직군 사람들의 이력서를 찾아 일부 모방하는 것도 좋은 출발이 된다. 어떤 식으로 기록하는지, 자연스러운 영어 표현은 어떤 것인지, 실제로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 등을 알 수 있어 추천하는 방법이다. 어차피 개인 포트폴리오와 경험에 맞게 수정하다 보면 상세한 내용은 달라진다. 관련해 포트폴리오가 기재되어 있는 경우, 어떤 업무를 어느 정도 퀄리티로 정리해야 하는지 좋은 참고가 된다.

이력서를 링크드인에 정리해 두면, 간혹 리쿠르터가 메시지로 컨텍해 오므로 이 또한 해외 이직의 좋은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영어

무슨 일을 하든 최소한의 의사소통은 되어야 하고, 인터뷰에서는 그것을 증명해야 한다. 물론 코딩 언어라는 제3의 공용언어를 쓰는 프로그래머나 시각적인 아웃풋이 중요한 아티스트는, 영어보다는 포트폴리오나 과제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UX 디자이너의 경우 도출한 해결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아주 유창하진 않더라도 충분히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기반

출처: 주한영국문화원


다행히 어느 정도 영어를 할 줄 알았다. CEFR 기준 B2, IELT 기준 6.0 정도라고 생각한다. 10년 전 쯤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6개월 다녀온 후로, 영어로 말하는 데에 막연한 두려움은 없었다. 실력이 극적으로 늘지는 않았지만, 수능까지 쌓아 올린 지식들을 그나마 잘 꺼내 쓸 수 있게 도와줬다고 생각한다.

첫 회사였던 넷마블에서의 하드코어한 퇴사 후 막연히 해외를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토플 공부를 하고 시험을 쳤던 것도 좋은 자극이었다.


현상 유지

아무래도 영어를 사용할 만한 환경에 있지 않다 보니 그나마 있던 영어 회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해서 이후에는 어떻게든 현상 유지를 위해 노력했다.

출퇴근 때는 토플 렉쳐 리스닝을 하나 골라 섀도잉 암기를 했다. 집 문에서 회사 자리에 앉을 때까지 1시간 정도 걸렸는데, 렉쳐 하나만이라도 통으로 암기하자는 마음으로 반복해서 따라 하며 외웠다. 부끄럽지만 아직 전부가 아닌, 두 문단 정도만 가까스로 외웠다. 하지만 이 연습이 복잡한 영어 문장을 알아듣거나, 역으로 말할 때 문장구조를 활용할 수 있어 좋았다. 하나 더 골라서 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최근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더해서 해외 이직 직전 1년 반 정도는 넥슨 복지 제도를 활용해 전화영어를 했다. 필리핀 악센트가 영향을 주지 않냐고 물어본 사람도 있었는데, 어차피 코리안 악센트도 고치기 힘들다. 제일 중요한 건 R과 L 차이라거나 S와 Z 등 특정 영어 발음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선생님에게 복잡한 개념을 설명하거나, 어떤 주제에 대해 내 의견을 정리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첫 번째 선생님이 자주 늦고 수업을 제끼는 경향이 있어 회사에 항의했고, 그다음 선생님은 아주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주 3회 20분이었나, 자세히 기억은 안 나는 데 점심시간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수업했던것 같다.


어차피 영어로 일해야 한다

실제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준비하는 과정도 영어 습득에 도움이 되었다. UI와 다르게 UX 포트폴리오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서 문제 정의를 하고 풀어나갔는지 상세히 적어야 해서, 이를 영어로 적어본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영어로 작성하며 막힐 때는, 어차피 이직하고 나면 영어로 일해야 하는데 여기서 막히면 죽도 밥도 안된다는 생각에 지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매끄러운 영어 표현보다 안에 담겨있는 내용이기에 최대한 정리해 말하도록 노력했다.

이 과정을 통해 필요한 영어 단어와 표현을 추려내고 반복 사용해 익숙해졌으며, 이후 실전 면접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물론 실제로 랜딩 후 업무와 소셜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는 더 익숙해져야 했지만…



커뮤니티를 통한 네트워킹


지나님은 독일에 계신 다른 한 분과 함께 DesignerKR이라는 슬랙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계셨다. 이 커뮤니티는 해외 각국에 근무하는 UI/UX 한국 여성 디자이너들의 모임이다. 커뮤니티는 조용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해외에서 근무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함께 고생했던 스터디원분들을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다. 


게임업계 관련해서는 Ubisoft에서 UX 리서쳐로 근무 중인 Y 언니와 King에서 UI art로 근무 중인 H 언니를 만나 친해졌다. Y 언니의 경우, 캐나다 유학 후 UX리서쳐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게임업계에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주제에 대해 종종 이야기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내가 우연하게도 캐나다로 오게 되면서 여러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


특히 H 언니의 경우 한국에서 바로 이직 후 4년 가까이 일하고 있던 케이스였기에 생생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어떤 식으로 개발이 이루어지고, 어떤 기준으로 지원자를 뽑는지 들어볼 수 있어 좋았다. 해외 이직이 잘되지 않아 한국에서 커리어를 이어 나간다 해도 너무나 값질 정보였다. 이를 통해 일부 생각했던 가설이 맞거나 틀렸음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당시 둘에게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에 대한 현업자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던 것, 회사 지원 시 레퍼럴을 받아볼 수 있던 점은 지금 생각해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또 지나님이 종종 채널에 여러 가지 서적을 추천해 주셨는데, 신통하게도 정말 꼭 필요했던 것들이었다. 짐작건대 지나님이 지나간 자취를 나도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기에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해 작성된 글입니다. 관련해 여러 가지 의견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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