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추수아 Oct 19. 2023

포트폴리오 준비하기

간결하지만 복잡하고, 클래식하지만 세련되게… 알죠?

앞서 말했지만, 해외에서 외국인을 비자와 리로케이션까지 지원하며 데려오는 것에는 이유가 필요하고, 가장 큰 요인은 포트폴리오다. 과제의 경우 실제로 같은 사람인지, 실무에 가까운 작업을 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

예전 회사 작업물들을 볼만한 정도로 정리하는 데에 2년, 본격적인 준비는 1년 정도 걸렸다. 이 1년 안에 사이드 프로젝트 1개 3개월과 홈페이지 구축 2개월이 포함된다.



과거 작업물 정리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는, 과거 만들었던 작업물을 톺아보고 명료하게 요약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회사 내에서 일을 하다 보면 상황에 따라 급작스럽게 쳐내거나 구체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일을 할 때도 있다. 개중 목차화 시킬 법한 일감을 골라내는 것부터가 도전이었다.

또한 라이브 서비스를 하지 않았거나, 리서치 팀 보고서처럼 항상 NDA에 묶인 작업물은 외부에 노출할 수 없다. 이 경우 해당 게임이 특정되지 않을 정도로 가공하거나, 그게 어려운 경우에는 면접에서 구두로 설명하면 된다. 어쨌거나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지식이 있는지가 중요하고 이를 보여주면 된다.


Game design과 XD 부분 피쳐드가 됐던 듀랑고


공개할 수 있는 작업물들은 6개월 이상 투자해 약간의 살을 붙여 전반적으로 갈아엎었다. (회사 저작권 표기는 잊지 않았다) 운이 좋게도 듀랑고 작업물의 경우 비헨스의 Game와 XD 섹션에 피쳐드 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다만 이는 UI 디자이너로서는 호재였지만, 구직하던 UX 디자이너로서는 애매했다. 그래픽적인 것보다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이드 프로젝트 진행

로드 오브 히어로즈 케이스 스터디 (미디움)


외부 공개가 가능한 작업물들은 아무래도 UI 아트가 많았다. (게임 쪽은 본 적 없지만 일반 IT에서) UX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는 어떤 방법론으로, 어떤 문제를 발견하여, 어떻게 해결했고, 그 결과는 어떠한가가 간결하고 논리적으로 정리된 것들이 많았다. 결국 나는 개인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리서쳐로서는 업무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으므로 좋은 연습이 될 거라도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회사에 다니며 진행했는데, 주변에 실제 유저가 많은 게임을 골라 총 3개월 정도 진행했다. 이 또한 운이 좋게도 검증 단계에서 노이즈 마케팅처럼 실제 유저들 사이에서 바이럴이 되었다. 초반 사이버 불링이 있었을 땐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론 그 순간 트위터에서 제일 가시적인 한국 게임 UX 디자이너는 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덕분에 캐나다에서 근무하시던 한국인 게임 업계 2분과 연결되는 수확도 있었다.

또 덕분에 보상이 걸리지 않은 설문조사였음에도 700명 이상이 응답을 했다. 대성공이었다. 10명 정도나 응답할까 했던 설문조사에 700명이라니! 이 정도 숫자라면, 어느 정도 편향을 고려하더라도 현상을 알기에 충분한 숫자였다. 트위터 커뮤니티가 모든 군집을 대표하진 못하고, 노이즈 마케팅 때문에 다소 편향이 섞여 있으며, 분석이 약간 엉성할지라도 이 정도 숫자라면 대표성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다음 나는 미디움에 의도, 과정, 설계, 문제 풀이, 결과를 미디움 내에서 유명한 UX 포트폴리오의 포맷을 가져와 작성해 올렸다. 이 포트폴리오를 통해 내가 어떤 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며 어떤 지식을 가졌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  이것은 몬트리올에서 이직할 때도 나름 key 포트폴리오였다. 앞으로 가게 될 팀의 담당 프로듀서는 영어 버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좋아해 주었다. 한번 잘 만들어 두니 두고두고 톡톡히 쓰인 셈이다.



스터디 진행

스터디도 많은 도움이 됐다. 네트워킹 부분에 적긴 했지만, 전 세계 한국인 여성 디자이너가 모인 커뮤니티가 있는데, 거기서 만난 국내외 해외 이직을 생각하는 분들과 스터디를 했다. 자주 모인 멤버는 오스트리아 빈 1분, 독일 3분, 싱가포르 1분, 한국의 나 였는데, 홈페이지와 포트폴리오를 완성시킨다는 서로의 니즈가 잘 일치해, 모두의 예상외로 5~6개월 정도 스터디를 지속했다.

혼자서도 잘하는 편이었지만, 실제로 해외에서 UX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사람들의 피드백을 들으며 수정, 개선해 나가니 동시에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다. 또 나는 게임 업계다 보니 유니티, 언리얼 등의 엔진에 더 익숙했고 웹/앱에는 구체적인 도메인 지식이 없었는데,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데 있어 경력자분들의 정보와 노하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다만 대부분 포트폴리오를 어느 정도 완성하고 나니 스터디에 참여해야 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간 서로 정이 들어 독서 스터디로 바꿔 지속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흐지부지되었다. 그래도 다들 스터디때 완성한 포트폴리오로 좋은 곳에 이직하셨다. SNS를 통해 근황을 접할 때면 성장에 자극도 되고, 계신 곳 풍광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홈페이지 구축

Bestfolios

링크드인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UX 디자이너들을 탐사하면, 필수적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개인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가지고 있었다. 또 북미 지역(특히 미국) UX 관련 직군들은 FAANG에 합격한 사람들의 홈페이지를 모아둔 페이지도 팁처럼 돌았다.


SooaChoo.com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개인 웹사이트 구축은 이 자체로 웹과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해, 웹 사용 경험 디자인을 자연스럽게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래픽이면 그래픽, 코딩이면 코딩 등 각자의 강점을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다.

지원자 입장에서도 한번 만들어 두면, PDF, JPG 등으로 일일이 압축해 올릴 필요가 없어 편하다. 최근에는 이 방식이 보편화되어서 전반적으로 포맷이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여전히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Semplice

위에 적었다시피 게임 업계에서 근무하다 보니 웹사이트 구축이 처음에는 막막했다. 하지만 웹의 역사 자체가 오래되었고, 웹 포트폴리오가 보편화되어 관련해 쉽게 구축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많다. UI 디자인 측면에선 비슷하기도 했다.


다음은 당시 내가 알아봤었던 사이트들이다. 이 외에도 많을 것이므로, 각자의 사정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Wordpress.com: 1년 구독 시 4만 원, 호스팅 포함 블로깅 서비스를 제공. 디자이너가 원하는 형태를 만들기에 다소 제약이 있었다.

Wordpress.org: 설치형 홈페이지 무료 생성.  Wordpress.com과 헷갈려 처음에 닷컴을 구독하고 나중에 환불하려 했으나 불가능했다…. 여하간 상당히 오래된 역사적인(?) 웹 생성기인 듯했다.

Semplice: Wordpress.org에 테마 형태로 얹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이너 친화적 홈페이지 편집기. 쉽고 직관적으로 쓸 수 있고, 자연스럽게 웹 구조를 익힐 수 있었다. 한번 구매로 계속 쓸 수 있어 나는 이걸로 만들었다. 웹사이트 외주에도 많이 사용한다고 들었다. 별도로 도메인과 IP 비용이 들지만, 구독에 비해서 저렴했다.

Wix: 한 번쯤은 들어봤을 무료 웹사이트 생성. 무료로 사용할 시 Wix.com 광고가 붙고 구독으로 해당 표시를 없앨 수 있다. 예전에 살짝 써봤을 땐 다소 무거운 느낌이 있고, Wix 표시가 포트폴리오에는 적절해 보이지 않았다.

EditorX: Wix에서 새로 만든 포트폴리오용 홈페이지라고 들었다. 처음 사용해 봤을 때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는데, 구독료가 꽤 세서 다른 방법을 알아봤다. 해외 이직 시도가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이후에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Squarespace: EditorX와 마찬가지 이유로 선택하지 않았다.

Figma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어차피 링크를 제공하고 어떤 식으로 플로우와 스트럭쳐를 구축하는지 보여주는 것은 같다. 웹 프로덕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면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해 작성된 글입니다. 관련해 여러 가지 의견을 환영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