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해외 취업의 처음이자 끝
앞서 한국에서 해외 이직 과정을 자세히 다루었지만, 사실 해외 취업의 가장 큰 요인은 비자 유무라 생각한다. 특히 한국에서 지원할 경우 서류 단계에서 넘어가지 않은 7할의 이유는 비자와 리로케이션 지원 여부 때문일 것이다. 한국 기업의 외국인 고용을 가정해 본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따라서 회사가 현지 채용을 하지 않고 외국인에게 굳이 비자와 리로케이션 지원을 해줄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지속적인 외주로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가? 현지에서 찾기 힘든 분야,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시니어 이상의 연차인가?
나라마다 비자 관련법이 다르므로, 본인이 가고자 하는 나라에 맞춰 리서치하는 것을 추천한다. 내 경우는 캐나다, 더 정밀하게 말하면 퀘벡에 해당한다. 게임 업계에 종사 중이고 캐나다 취업을 생각 중이라면, 게임 및 영화 회사가 가장 많은 캐나다 내 도시가 몬트리올이므로 좋은 참고가 되리라 믿는다.
일반적으로 해외 취업은 아래의 방법들을 통해 할 수 있다.
해외 유학 후, 해외 취업
워홀 등 해외 거주 중 해외 취업
한국에서 해외로 이직
해외 주재원 파견
운 좋게도 3번째 방법으로 해외 이직을 했는데, 당시 회사가 Call of duty Mobile 프로젝트의 메인 스튜디오가 되면서 액티비전 측으로부터 버짓을 많이 받아온 것으로 추측된다. 몬트리올에 새로 스튜디오를 열면서 다양한 배경의 시니어들을 고용했고, 한국에 있는 나를 데려오는 것에도 시간적, 물질적 여유가 있었다.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으로, 자세한 것은 그리하여 1년이 지났다 참고)
세 번째 경우엔 회사는 직원에게 비자 서포트와 리로케이션 패키지를 제공한다. 한국에서는 이런 경우가 드물기에 부담스러웠지만, 결론적으로 필수적이라 느껴졌다. 만약 이게 없었다면 현지에서 경력자로서 잘 일하던 사람이 굳이 올 이유가 없을 것이다.
자비로 꿈을 위해 현지에 랜딩한 모든 분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리쿠르터가 비자/리로케이션 담당자를 연결해 주었고, 오퍼레터 사인 한달 뒤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안내하는 미팅을 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무엇을 준비해서 어떤 과정으로 LMIA & CAQ를 받을지, 소요되는 예상 시간은 얼마인지 안내하는 자리이다.
워킹 비자: 워크 퍼밋
보통 발급받는 워크퍼밋은 해당 회사에서만 근무할 수 있는 Closed work permit으로, 보통 2년짜리이다.
캐나다 워킹 비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LMIA(Labour Market Impact Assessment)라는 노동 시장 영향 평가서이다. 비자는 아니고 발급을 위한 자격증명이지만 비자가 이에 기반해 발급되므로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 퀘벡은 추가로 CAQ를 함께 발급받는다.
다음은 워킹퍼밋 비자 진행 과정의 타임라인이다.
3/17: 오퍼레터 사인, 일주일쯤 뒤 비자/리로케이션 컨설턴트 연결
4/13: 컨설턴트로부터 비자 과정 안내 받음
4/22: 필요 서류(영문 경력증명서 및 원천징수 영수증) 업로드. 비자가 어떻게 진행될지 몰라 회사에 다니며 준비했고, 해서 마지막 회사의 경우 재직증명서를 대신 업로드.
6/2: 회사의 사인이 있는 CAQ 신청 서류가 6주 후 발급
6/21: LMIA + CAQ 신청 서류 날인 후 실물 서류를 담당자에게 배송. 웹으로 검토했는데도 불구하고, 실물 서류를 받고 나서야 잘못 사인한 것을 언급해 다시 보내야 했다. EMS 배송을 2번 했기에 3주가 걸렸다.
6/23: 이민청에 LMIA + CAQ 신청 서류 접수
7/14: LMIA + CAQ가 3주 만에 승인. 이때부터 리로케이션 매니저와 본격적으로 입국 날짜와 임시 숙소 위치를 조율한다.
8/12: 공항 이민청(POE)에서 입국과 동시에 Work permit 발급. 일반적인 발급 시 16주가 소요되는데, 9/19에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서류에 사인했기 때문에 공항에서 받는 루트를 선택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당시 내가 해외 회사로 이직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비자가 나오지 않을까 봐 막차를 타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함께 신청했다. 만 31세 이전만 신청할 수 있고, 4,000명만을 뽑는 로터리 제도인데, 코로나를 이유로 21년도 신청서를 22년도까지 유지해 주었고 운이 좋게 뽑혀 함께 준비할 수 있었다.
다음은 워킹 홀리데이 비자 타임라인이다. 일부 LMIA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이후 시간을 단축해 주었다.
3/21 건강검진: 정해진 병원에서만 예약을 통해 건강검진을 할 수 있고 예약 슬롯이 있어 바로 할 수는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세대 대학병원에서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LMIA 발급에도 필요하다.
3/30 워홀 비자 등록
4/7 바이오메트릭: 지문등록이다. 마찬가지로 예약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LMIA 발급에도 필요하다.
4/26 워홀 비자 발급
두 가지 비자를 한 번에 가지고 있어도 되나 걱정될 수 있다. 비자 컨설턴트에게 문의한 결과, 캐나다 비자는 병렬 구조로 보인다. 즉, 둘 다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다만 현지 랜딩 후 한국의 외국인 등록증과 동일한 “SIN(Social Insurance Number)” 번호를 발급받을 때, 워크퍼밋 비자로 받는 것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워홀 비자는 1년이며, 워크퍼밋은 2년이기 때문이다. SIN 번호는 비자가 바뀔 때마다 갱신해야 하고, SIN을 기준으로 캐나다 건강보험 카드가 발급되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타지역에 거주 중인 사람을 직원으로 고용하게 되면, 회사는 리로케이션 패키지를 지원한다. 땅덩어리가 크고 국제적으로 인재를 고용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들 지원받는다. 한국에서 몬트리올로 온 나뿐만이 아니라, 밴쿠버에 근무하던 UX 디자이너 동료도 몬트리올로 올 때 패키지를 지원받았다. 아는 한국분들의 경우에도 밴쿠버에서 몬트리올로, 영국에서 스웨덴으로, 스웨덴에서 뉴질랜드로 간 사례를 알고 있다.
회사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겠지만, 리로케이션 패키지는 보통 편도 비행기표, 한 달간의 임시숙소, 초반 정착을 도와줄 소프트랜딩 담당자, 정착지원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행기표
비행기표를 구매할 때, 어머니와 함께 초반 한 달간 함께 지내기 위해 리로케이션 금액으로 별도의 왕복 비행기표를 구입 가능한지 살펴보았으나 원칙적으로 불가했다. 심지어 사비로 먼저 구입하여 회사에 동일한 비행기표를 요청하는 것도 어렵다고 해서, 내 비행기표를 먼저 구입하고 같은 비행기로 보이는 것을 구입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동일한 시간에 비행기표가 없었고, 어머니가 다른 날 홀로 오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
정착지원금
정착지원금은 나의 경우 약 천만 원 정도를 사용할 수 있었다. 신청할 수 있는 항목들이 정해져 있으며, 리로케이션 회사에서 전달한 환급 사이트에 환급을 신청하고 승인되면 돈을 통장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신청할 수 있는 항목들은 회사별로 조금씩 다르며, 비용의 가장 큰 부분은 역시 이사비 혹은 가구 구매비이다.
리로케이션 패키지의 경우 큰 규제가 하나 있는데, 1년 내 자의건 타의건 퇴사하게 되면 사용한 모든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 지인분은 2년이었고, 1년 10개월 정도에 이직하셔서 물어주셔야 했다. 다행히 날짜별로 차감되어 그냥 돌려주셨다고 한다. 1년 내 이직을 했다면 갈 회사에서 해당 금액을 물어주도록 협상해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소프트랜딩
소프트랜딩 담당자는 할머니였는데, SIN(Social Insurance Number) 발급, 은행과 핸드폰 개통, 거주할 집 계약을 도와준다. 이 중 제일 골치 아픈 것은 역시 거주할 집을 찾는 것으로, 소프트랜딩 담당자를 통해서만 집주인과 만나고 둘러볼 수 있어 다소 제약이 컸다.
발급받은 Closed work permit은 비자를 발급해 준 회사에서 퇴사하면 캐나다에 거주할 수 없다. 2년 내 회사에서 잘리면 어떡하느냐고? 인도적으로 lay-off가 됐든, 자의로 퇴사하든 다행히 발급된 워크 퍼밋 기한 내에는 캐나다에 거주할 수 있다. 밴쿠버 프로그래머 지인분과 몬트리올 지인분의 증언도 있으니 안심하고 믿어도 좋다.
현재는 이직 후 새로운 회사의 워크 퍼밋 발급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 경우 최초 발급보다는 기다리는 시간이 짧다. 하지만 여전히 오퍼 직후 근무를 빠르게 시작할 수 없고 2달가량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단점이 크고, 2년 뒤 갱신해야 한다는 점에서 영주권을 따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지는 중이다.
다음은 이직 시, 워크퍼밋 갱신의 타임라인이다. 총 6~8주가 걸린다고 안내받았으며, 기한이 만료되어 갱신할 때도 비슷하게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8/22 오퍼 사인
9/1~9/21 필요 서류 업로드: 최초 발급과 마찬가지로(6주), 사이에 회사 내 필요 정보 수집에 시일이 좀 걸린 듯하다.
9/22 이민청에 LMIA + CAQ 신청 서류 접수
(예상 2주, 10/6) LMIA + CAQ 승인
(예상 4~6주, 11/3) Work permit Authorization
(퀘벡주 제외) Express entry
캐나다로 이직했다면, 캐나다 영주권을 가장 빠르게 받는 방법은 Express Entry이다.
이는 캐나다 정부가 정한 조건에 부여한 점수들을 합산하여, 높은 점수부터 정한 인원수대로 영주권을 발급하는 방식이다. 조건이란 나이, 학력, 영어 공인 시험 점수, 캐나다 회사 근무 경력, 결혼 유무, 불어 공인 시험 점수 등으로, 현지 1년 근무 후 많이들 신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 퀘벡은 예외다. 한국과 다르게, 캐나다는 단일 중앙정부 체제가 아니기에 주마다 조건들이 다른데, 유독 퀘벡만 예외인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떻게 영주권을 받느냐? 불어 시험에서 B2 이상을 통과하면 된다.
퀘벡은 불어와 프랑코폰(프랑스인의 불어 명칭) 문화 정체성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에 불어가 가장 큰 요인이다. 역으로 캐나다 이민을 하고 싶은데 불어 전공자이거나 불어에 자신이 있다면, 타주에 비해 이민이 쉬운 것도 퀘벡이다. 관련 정보는 인터넷에 워낙 많기에, 별도의 리서치를 권장한다.
(퀘벡주 한정) IT 파일럿
내가 캐나다에 랜딩한 2022년에는, 퀘벡주에서는 일부 IT 업종에만 영주권 파일럿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나는 적응하느라 바빠 신청 타이밍을 놓쳤지만, 새로 갈 회사에 물어봤더니 가능할 것 같다며 추후 고려 해보면 좋겠다고 한 상태라 다소 희망적이다.
만약 이것을 통해 영주권을 발급받게 된다면 업데이트하겠다.
내가 경험한 사례는 아니지만, 캐나다 내 근무하는 사람 중 많은분이 염두에 두고 있는 루트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같은 회사, 같은 직급 대비 미국은 캐나다에 비해 세금이 적고 연봉이 2배쯤 되기 때문이다. (물론 병원, 총기, 월세 관련 악명이 높긴 하지만!)
나 또한 결국 게임업계에서 가장 고해상도의 기술 최전선에 근무하려면, 언젠가 미국 서부에 가야 하지 않나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어 알아보았다.
H1B1 비자
"11월 전에 지원하시고 (2월에 마감하니) 2~3월 전까지 입사하셔요."
결론적으로 L1 비자로 미국에 근무 중인 게임업계 지인 분이 주신, 피땀 눈물이 섞인 소중한 조언이다. 그분이 언젠가 파란만장한 본인의 일대기를 공유해주시기를 바라본다.
이 악명 높은 H1B1 비자는 해외 어디에서든 미국으로 이직 시 신청하는 비자다. 다만 로터리로 신청자들을 뽑기 때문에 회사에 합격해도 떨어질 수도 있다.
관련해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는 지원자가 미국 지사에 합격했으나 해당 비자를 기다려야 한다면, 가까운 캐나다 지사에 우선 근무시킨 뒤 H1B1을 여러 번 신청하게 한다고 알고 있다. 확실하진 않지만, 석박의 경우 한 번 더 기회를 부여받기 때문에, 이것을 이유로 석사과정을 활용해 미국에 랜딩한다고도 들었다.
TN 비자
우스갯소리로 캐나다는 미국의 Back yard라고도 한다는데, 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캐나다인은 수월하게 미국에서 근무할 수 있는 TN 비자가 발급되는 것으로 안다. 캐나다인들도 “젊을 때 바짝 번다”는 마음으로 미국에 건너가 근무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 때문에 캐나다 시민권을 획득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 비자 때문이라고도 들었다.
L1 비자
한국 시민권을 유지하고 싶고, 아마존 등 빅테크 근무 중이라면 아마도 가장 많은 사례이지 싶다. 아마존의 경우 한국에서 프로그래머 채용박람회를 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통해 아마존 밴쿠버로 간 뒤, 1년 뒤 미주 지역팀으로 이동, L1 비자를 통해 근무 및 영주권으로의 연계를 꽤 한다고 들었다.
앞서 말했던 지인의 경우에도 이 루트로 랜딩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이 경로로 미국 비자(그린카드)를 노리는 사람이라면, 굳이 캐나다 영주권을 얻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다.
O1 비자 혹은 NIW 비자
나름 SNS 등에서 유명하거나 전시회를 많이 열었거나 했던 아티스트 거나, 논문 인용 수가 높은 박사라면 가능한 루트로 알고 있다. 예전 다색상환에 참가하셨던 아티스트 한 분도 O1 비자 관련으로 뭔가 작성해 달라고 부탁하시기도 했다.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 내게 최종적으로 요청하진 않으신 것 같지만) 실제로 지인 중 게임 UX 박사분도 이 루트로 비자를 신청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쯤이면 받으셨지 싶다.
여기까지가 캐나다 비자 관련해 내가 아는 사항이다. 한국을 벗어나 좀 더 많은 기회와 경험을 노리고 있다면, 캐나다는 매력적인 곳이라 생각한다. 신분 문제가 해결되면 더 자유롭게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어떤 상황이건 이 글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해, 댓글 등으로 다른 지역의 장점을 마구 자랑해 주길 바란다. 매력적인 선택지들을 아는 건 좋은 거니까!
이다음으로는 한국에서 곧바로 해외 이직하여 경험했던 심리적 불안감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나와 같이 곧바로 해외 이직을 했던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해 작성된 글입니다. 관련해 여러 가지 의견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