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을 부추기는 노트 필기법

필기했다고 끝난 게 아니다

by 제인 Jane




"이렇게 필기를 열심히 했는데, 왜 기억이 안 나는 거야!"라는 말을 했거나 또는 들어본 적이 는가?


나는 그런 상황에 해 생각해 보다가, 이와 관련해 좀 더 자세한 과학적 근거들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역시 "근거 있음"이었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다가 열심히 필기를 해두면, 마치 그 순간부터는 그 내용을 덜 기억해도 될 것 같은 묘한 안도감 들 때가 있지 않은가?


펜으로 몇 줄 적었을 뿐인데 마치 내 머릿속 어딘가에도 저장된 것처럼 느껴지는 착각 들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착각은 종종 실제로 내용을 떠올려야 하는 순간, 의외로 너무도 쉽게 잊어버린 나를 발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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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때 필기까지 해가며 외웠는데, 왜 기억이 안 나지?!"








심리학은, 사람이 어떤 정보를 외부에 '기록'하는 순간,

그 정보를 내 안에 저장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고 설명한다.


그것을, 이제는 널리 알려진 '기억 외주화(Memory outsourcing)'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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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콜롬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의 스패로(Betsy Sparrow)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이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사람들은 어떤 정보를 '다시 찾아볼 수 있다'라고 인식하면,
그 정보 자체는 기억하지 않고,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지'만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 것이다.


결국, 우리의 뇌는 정보 자체보다, 정보가 있는 위치를 저장하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미이다.


그렇기에 메모나 필기는 우리의 기억을 도와주는 도구이면서도, 동시에 기억 형성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필기를 마친 뒤 찾아오는 '완료감'은, 마음의 긴장을 낮추고, 학습 동기를 느슨하게 만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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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기억이라는 것은 단지 읽고 쓰는 행위만으로는 정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심리학자 크레이크와 로크하트(Craik & Lockhart)가 말한 '처리 깊이(Depth of processing)’ 이론에 따르면,
어떤 정보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가가 기억의 강도를 결정한다고 한다.


사람은 필기만 해도 충분히 한 것처럼 느끼고, 그 순간의 안도감에 그 정보를 더 이상 곱씹지 않게 된다.


그러는 사이, 뇌는 그 정보를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해 버리고, 우리는 다시 빈 노트 앞에 앉게 다.






람들은 공부를 하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늘 마음의 안전장치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내용을 잊어버릴까 봐, 그리고 하나라도 놓칠까 봐, 무언가를 적어두는 행위는 분명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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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안에 숨은 심리적 함정을 모른 채로 단순한 행동만 반복하다 보면, 우리는 스스로의 기억력에 대해 오해하게 되고, 학습이라는 행위가 단지 기록의 누적으로만 여겨지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필기 그 자체보다,

그 이후의 '내면의 지식' 과정을 더 의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노트를 덮은 뒤 내가 직접 설명해 보는 연습, 핵심 단어만 보고 전체 내용을 떠올려보는 연습 등, 그런 반복적인 노력을 통해서야 비로소, 정보를 나의 일부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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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이든 적어두었다고 해서 잊어도 되는 건 아니다.


자주 되새기고, 소리 내어 말해도 보고, 또한 학습한 것들을 서로 연결해 볼 때, 비로소 그 지식은 내 것이 될 수 있다.


기억은 마음에 남기는 일이고,
그 마음은 우리의 생각보다도 더 정성이 많이 필요하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