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아니라 기준이 중요하다

자율 + 유연함 = 무조건 성장통?

by 제인 Jane


내가 경험해 온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자주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라 기준이나 체계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덧붙인다.

"대신 유연해서 좋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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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묘한 감정이 든다.


물론 한편으로는 이해는 된다.


사람이 적고,

시장은 변덕스럽고,

내일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완벽한 체계'를 먼저 갖추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것과 동시에,

그 말이 너무 쉽게 면죄부처럼 쓰이는 순간을 많이 봐왔다.


체계가 없다는 사실이

어쩔 수 없는 성장통으로만 포장되고,

그 포장지 위에 '유연함'이라는 근사한 단어가 붙는 순간

어떤 문제들은 더 오래 방치된다.





채용을 하며

다시 깨달은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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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아니라 기준이 중요하다.
자율이 아니라 책임 구조가 필요하다.
유연함은 체계 위에서만 작동한다.


이 세 문장은 ‘이론’이 아니라 ‘현장’에서 얻은 결론이다.


그리고 이 결론은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에서 더 절실하다.


왜냐하면 성장기 조직이 흔히 착각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체계가 없어서 유연한 것이 아니라,

기준이 없어서 흔들리는 것을 유연하다고 부르는 착각 말이다.





속도가 빠른 조직일수록

기준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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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 조직의 공기는 늘 뜨겁다.


목표는 크고,

시간은 부족하고,

상황은 매일 바뀐다.


그래서 회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일단 빨리 가자”
“일단 하고 보자”
“지금은 속도가 중요해”


틀린 말은 아니다.

속도도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엔 중요한 단서가 붙는다.

‘기준이 있는 속도’여야 한다는 단서.


기준 없는 속도는 가속이 아니라 충돌이다.

조직은 빨라지는데, 구성원은 매일 다른 방향으로 달린다.

그러면 속도는 성과를 만들지 못하고 피로만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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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채용에서 이게 선명하게 드러난다.


기준이 없는 조직의 채용은 언제나 '급함'으로 운영된다.


오늘은 성장 때문에 급하고,

내일은 결원 때문에 급하고,

모레는 일정 때문에 급하다.


결국 채용은 ‘사람을 잘 뽑는 일’이 아니라

‘당장 빈자리를 메우는 일’로 좁아져 버린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그 급함이 누적될수록 조직이 얻는 것은,

인재가 아니라 채용의 부채라는 점이다.


기준 없이 뽑은 사람은

온보딩을 길게 만들고,

갈등을 늘리고,

다시 퇴사를 만들고,

다시 급한 채용을 부른다.


결국 지금 보이는 속도가 조직을 살리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조직을 계속 같은 문제로 되돌려 놓는다.



그렇기에 속도가 필요하다면,

먼저 정해야 한다.


우리는 정확히 어떤 사람을 원하는가?
이 역할의 '포기해서는 안 될 합격 기준'은 무엇인가?
면접에서 꼭 확인해야 하는 역량은 무엇인가?


이 기준들이 정해지면, 채용은 자연스럽게 빨라진다.

눈에 보일 정도로.





자율도 결국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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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조직이 "우리는 자율을 준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자율을 준다는 말이

현실에서 어떻게 번역되는지,

HR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각자 알아서 해주세요"
"그건 당신 판단에 맡길게요"
"조율은 알아서 해요"


자율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여기서 생기는 문제는,

자율이 책임 구조 없이 내려온다는 것이다.


책임 구조 없이 주어진 자율은

사실상 "결과는 네 책임"이라는 문장과 한 세트로 따라온다.


결정권은 애매하고,

자원은 부족하고,

우선순위는 수시로 바뀌는데,

최종 책임만 개인이 짊어진다.


심리학적으로도 사람은 통제감이 '명확할 때'

자율을 '자원'으로 경험한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누가 최종 승인자인지,

무엇이 바뀌면 다시 합의해야 하는지,


경계가 분명할 때 사람은 자율을 '신뢰'로 느낀다.



그러나 반대로,

경계가 흐릿하면 자율은 '방치'로 경험된다.


그래서 자율을 말하기 전에

조직이 먼저 설계해야 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책임의 지도(map)다.


누가 무엇을 결정하는가?
갈등이 생기면 어디서 조정되는가?
리스크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는가?


이 지도가 있어야 자율은 조직의 장점이 된다.





유연함은

'체계가 없어도 되는' 이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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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유연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요.

그러니까 체계는 천천히 만들면 돼요"


이 말이 가장 위험한 순간은,

유연함이 구성원의 희생 위에서만 가능해지는 때다.


체계가 없으면

유연함은 누군가의 야근으로 구현된다.


그리고 누군가의 눈치로 구현되고,

누군가의 '좋은 사람'이라는 성향으로 구현이 된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결국 그 누군가는 지쳐 포기하고 현실에만 안주하거나,

다른 길(기업)을 찾아 나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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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유연함은 원래 좋은 것이다.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은 성장기 조직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연함이 경쟁력이 되려면 전제가 있다.

바로 체계가 받쳐줘야 한다는 것.


체계는 사람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최소한의 체계가 있어야 유연함이 '기민한 대응'이 된다.


체계가 없다면?


그 유연함은 '즉흥과 번복'이 되고,

결국에는 '어지러움'이나 '혼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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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도 마찬가지다.


유연함을 이유로 기준을 계속 바꾸면,

지원자는 조직을 신뢰하기 어렵다.


면접 일정이 자주 바뀌고,

평가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고,

합격/불합격 피드백이 일관되지 않으면,


지원자 경험(CX)은

조직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부정적인 평판으로 축적된다.

그리고 그 평판은 어느 날 채용 시장에서 이렇게 돌아올 것이다.


"거기는 좀... 불안정하대"
"일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것 같더라"
"사람을 갈아 넣는 회사 같던데"


조직이 체계를 '나중에'로 미뤄버린 대가는,

결국 그렇게 가장 중요한 곳—인재 유입—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체계 없는 유연함'은

성장의 상징이 아니라,

위험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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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장기 조직이 완벽한 규정집을 갖춰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성장기 조직은 가벼워야 한다.

하지만 가벼움과 무질서는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성장기 조직이 최소한으로 갖춰야 하는 체계는 거창하지 않다.

딱 세 가지면 된다.


기준

책임 구조

변경 규칙


이 세 가지가 있으면,

조직은 훨씬 유연해질 수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기준이 있으니 빠르게 결정할 수 있고,

책임 구조가 있으니 갈등을 줄일 수 있고,

변경 규칙이 있으니 번복이 줄어든다.


그때부터 유연함은

구성원을 흔드는 힘이 아니라,

조직을 앞으로 미는 힘이 될 수 있다.





사람은 체계 없이 오래 버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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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을 하다 보면

조직의 성장은 숫자로 볼 수 있고,

사람의 소모는 표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구성원의 지친 얼굴은 보고서에 남지 않고,
참고 버틴 밤들은 KPI에 기록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날,

조용히 떠나는 사람이 생기고,

남은 사람들은 또 이렇게 말하게 된다.


"어쩔 수 없지, 지금은 성장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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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구성원 모두는 기계의 부속품이 아닌 '사람'이다.


사람은 체계 없이 오래 버티지 못한다.


성장기의 조직일수록

사람을 붙잡는 것은 단순한 복지나 거창한 비전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이다.


우리는 이런 기준을 갖고 있고,

이런 방식으로 결정하고,

이런 책임 구조를 가진다.


이런 예측 가능성이

사람의 마음을 지켜준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억하면 좋은 세 가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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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일수록

속도가 아니라 기준이 중요하다.


- 자율이 아니라 책임 구조가 필요하다.


- 유연함은 체계 위에서만 작동한다.



성장을 말하는 조직이라면,

이제 '유연함'이라는 단어를 조금 더 정직하게 사용해야 한다.


유연함은 체계가 없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체계를 더 가볍고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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