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뭐가 문제야?

문제는 사람이 아닌, 구조다

by 제인 Jane


조직에서 개인의 마음이 가장 먼저 무너지는 순간은 대개 비슷하다.

누군가를 탓할 수는 없는데, 동시에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 놓였을 때다.


업무는 분명 진행되고 있고, 각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반복되는 혼선과 소진만이 남는다.


나는 그러한 순간들을 보며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이건 개인의 역량 문제도, 의지 부족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더 위에, 혹은 더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는 방식 그 자체에 있다.




명확하지 않은 기대는 가장 잔인한 요구가 된다



조직심리학에서는 역할이 불분명한 상태를 '역할 모호성(Role Ambiguity)'이라고 부른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대략적으로는 알지만, 어디까지가 나의 책임인지, 무엇이 우선인지, 혹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에 가깝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상태에서 사람들은 두 가지 방향으로 무너지게 된다.


하나는 과도한 자기 검열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끝없이 던지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방어적 태도다. 책임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사람은 자연스럽게 실패를 피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반응 모두 조직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직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개인의 태도나 성향의 문제로 환원한다.




속도만 강조되는 환경에서, 사고는 점점 얇아질 수밖에!



여기서 또 하나의 특징은, '빠른 실행'에 대한 집착이 있다.

결정은 아주 빠르게 내려졌지만, 방향은 자주 바뀌고, 그 결정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전제로 하는지는 명확하게 공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 부하(Cognitive Load)'의 문제로 일부 설명할 수 있다.

정보는 많지만 구조화되지 않은 환경에서는, 사람의 사고 자원이 문제 해결이 아닌, 상황 해석에 먼저 소진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게 되어 버린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할 여유를 잃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보다, 지금 당장 틀리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때 조직은 겉으로 봐서는 빠르게 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학습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제대로 된 피드백 없는 조직은 기억을 축적하지 못한다



업무가 끝난 뒤에도, 무엇이 잘 되었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 일정은 이미 시작되었고, 같은 유형의 혼선은 매번 다른 이름으로 둔갑하여 반복된다.


조직학습 이론에서 이러한 상태를 '단일고리 학습(Single-loop Learning)'이라고 하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수정은 하지만,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는지는 묻지 않고 깊게 파고들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경험이 쌓여도, 지식은 축적되지 않는다. 성장하기가 어렵다.

그저 사람만 바뀌고 상황만 바뀔 뿐, 패턴은 그대로 남는다.


그리고 그 패턴의 비용은, 언제나 현장에 있는 구성원 개인이 먼저 치른다(물론 나중에는 조직도 비용을 아주 비싸게 치르게 되기도 한다).




심리적 안전감은 친절함이 아니라 '조건'의 문제다


사실 지금도 많은 조직이 '소통'을 강조한다. 그러나, 인간 심리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말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내가 말해도 정말 안전한가'이다.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son) 교수가 말한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은, 사람이 실수나 질문을 했을 때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의미한다.


이러한 안전감이 없는 환경에서는, 사람들은 점점 자연스럽게 침묵을 선택하게 된다. 문제가 보여도 말하지 않고, 의문이 생겨도 조용히 꿀꺽 삼켜 버린다.


그런 침묵이 언뜻 보기에 갈등을 줄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조직 내 문제를 더 깊숙이 숨기게 만든다.




사람을 평가하기 전에 구조를 봐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개인이 느끼는 혼란과 소진은, 단순히 개인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성격의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대개, 체계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구조의 부산물이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내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라고 말할 때, 처음부터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으려고 한다. 대신 먼저 물어본다.


당신에게 주어진 역할의 기대가 처음부터 명확했는지,

의사결정의 기준은 공유되었는지,

실패가 학습으로 전환될 수 있는 조직의 구조였는지를.


만약 이런 소통 없이 개인을 평가만 하는 조직이라면,

결국 같은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반복해서 겪게 만들 것이다.




문제는 늘 '은근하게' 시작된다



조직문화의 문제는, 대개 큰 사건으로 시작되지는 않는다.


작은 혼선, 사소한 침묵들, 설명되지 않는 기대들이 조금씩 누적되면서 사람의 마음을 마모시키다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문화적인 문제는 더 발견하기 어렵고, 더 늦게 인식된다.


그러나 지금도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사람이 먼저 무너지는 조직에는, 이미 그 이전부터 무너진 구조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제인 마크 Jane Mark









MindMark Lab은 행동신경과학과 심리학을 기반으로 인간의 잠재된 욕구와 행동 원리를 분석하여,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위한 최적의 성공 메커니즘을 설계하는 휴먼 솔루션 연구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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