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자주 빠지는 구조적 착각
"저 친구, 채용이 잘못된 것 같아"
"성격이 우리랑 안 맞는 것 같네. 영 적응을 못 하네"
조직의 리더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리더는 비교적 빠르게 원인을 규정한다.
능력의 문제이거나, 태도의 문제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장면에서 늘 같은 질문을 떠올린다.
정말 그 사람이 일을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이유로 일을 '안' 하게 된 것일까?
많은 리더가 알고 있겠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러나 많은 조직은 이 두 가능성을 충분히 구분하지 않은 채, 가장 손쉬운 결론으로 뛰어들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한다.
이는 성과 부진의 원인을 상황보다 개인의 성향이나 능력으로 귀인해 버리는 인지적 습관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지식 은폐(Knowledge Hiding)는 구성원이 이기적이어서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다.
많은 경우 그것은, 불합리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뇌의 상당히 합리적인 적응 전략에 가깝다.
사람의 뇌는 위협을 감지하면 편도체(Amygdala)가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이 상태에서는 사고의 유연성과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기능이 자연스럽게 억제된다.
만약 한 구성원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을 때 "그럼 네가 다 해"라는 부담으로 돌아오거나,
업무의 비효율을 지적했을 때 "시키는 대로 해"라는 반응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그의 뇌는 이 환경을 ‘위험한 곳’으로 학습한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전략을 선택한다.
말하지 않는 것, 나서지 않는 것, 최소한만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상황에서 리더의 눈에는 의욕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는 역량을 발휘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역량을 드러내는 순간 부담이나 비난이 따르는 구조에서는, 누구도 전력을 다하는 선택을 지속하기 어렵다.
이 문제는 개인의 태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직무 환경(Job Environment) 역시 중요한 변수다.
아무리 고성능 엔진을 가진 스포츠카라도 늪지나 진흙탕 위에서는 제 속도를 낼 수 없다.
즉, 구성원의 역량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역할과 책임(R&R), 예측 가능한 우선순위,
그리고 실패를 처벌이 아닌 학습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라는 포장도로가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조직은,
모호한 지시, 잦은 방향 전환, 퇴근 직전의 업무 투척과 같은 환경을 유지한 채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를 사람에게서 찾는다.
이는 의도가 나쁘다기보다, 환경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학습하지 못한 상태에 가깝다.
사람을 바꾸는 것이 구조를 바꾸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
가장 위험한 지점은 여기다.
환경이나 관계 때문에 잠시 일을 '안' 하고 있거나, 구조적으로 역량이 막혀 있는 사람을
정말로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낙인찍는 순간.
사람은 조직의 분위기를 빠르게 읽는다.
자신이 신뢰받지 못하고 있고, 뒤에서 대체자를 찾고 있다는 신호를 감지하는 순간
조직에 대한 몰입과 책임감은 급격히 떨어진다.
그때부터 그는 실제로 '일 못하는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이는 낙인 효과(Stigma Effect)이자, 조직이 만들어낸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다.
성과가 나지 않는 구성원을 보며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새로운 채용을 시작하기 전에, 리더가 먼저 던져야 할 질문들이 있다.
앞서 당면했던 문제가 개인의 역량 문제인가, 아니면 환경 설계의 문제인가?
실패의 비용은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는가, 조직이 함께 감당하고 있는가?
침묵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
이 질문들은 단순히 구성원을 변호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오히려, 조직이 반복해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진단 질문이다.
일을 못하는 사람과 역량 발휘를 안 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통찰,
그리고 '안' 하게 만든 구조를 점검할 수 있는 시선.
그것이 그 조직의 '리더십 성숙도'를 가르는 기준이다.
늪지에서는 누구도 빨리 달릴 수 없다.
그리고 그 늪을 먼저 정비하는 일은, 늘 사람을 평가하는 쪽의 책임에 더 가깝다.
Jane 제인
MindMark Lab은 행동신경과학과 심리학을 기반으로 인간의 잠재된 욕구와 행동 원리를 분석하여,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위한 최적의 성공 메커니즘을 설계하는 휴먼 솔루션 연구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