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랑에는 시작과 끝이 없다 5-4.
“결혼 축하해! 기집에 너무 이쁘다.”
“고마워. 너도 결혼식 때 예뻤어.”
지원이의 말에 서영이가 웃으며 말했다.
“신랑 넘 잘생겼더라. 어디서 그런 킹카를 물었니?”
“그래 보여?”
서영이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배가 좀 나온 거 같아?”
“응 5개월 됐으니까. 티 나니?”
지원이가 자신의 배를 만지며 물었다.
“쫌, 자세히 봐야 알거 같아.”
서영이가 지원이의 배를 한번 흘깃 보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
“이제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
“응, 그래. 고마워.”
“신부님 곧 예식 진행합니다. 친구 분들은 이제 나가주세요.”
진행요원이 들어와서 웨딩드레스를 정리하며 말했다.
“야. 끝나고 보자. 축하해.”
지원이가 밝게 웃으며 나갔다. 서영이는 진행요원의 도움을 받으며 대기실을 빠져나와 예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식장 끝에는 이미 형준씨가 대기하고 있었다. 형준씨가 웃으며 서영이를 맞이했다. 서영이가 그 옆에 서며 팔짱을 꼈다. 다시 온 몸에 긴장감이 돌았다.
“너무 긴장하지 마요. 처음인거 티 나니까. 저도 처음이라 긴장이 되네요.”
형준씨가 서영이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서영이는 조금은 썰렁하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을 위해서 긴장을 풀어주려는 형준씨가 고마웠다. 서영이는 형준씨를 바라봤다.
‘이 사람과의 거리는 여기까지인가? 더 가까이 가려하면 오히려 어색해지는 느낌은 뭘까? 지금이 그래도 불편하거나 어색하지 않아. 어쩌면 너무 가까워서 문제일수도 있어. 약간 어색하지만 언제가 같은 거리에서 나를 지켜주고 사랑해주는 지금 형준씨의 모습이 나에게는 최고인거 같아.’
서영이는 앞을 주시했다.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주변을 천천히 살폈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
“신랑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힘차게 축하해 주세요.”
사회자의 말에 서영이와 형준이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환호와 박수소리가 들렸다. 서영이의 마음이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 주례사 앞에 두 사람이 멈추자 누군가 식장을 빠져 나갔다. 그는 신부 축의금 접수대로 향했다. 그리고 봉투를 전달했다.
“방명록 작성해 주시고요 식권 필요하세요?”
“아뇨 괜찮습니다.”
그는 방명록에 정준호란 이름을 남기고 떠났다.
규석이는 커피숍 안으로 들어갔다. 정현이와 마지막 만난 곳이라 그런지 감회가 새로웠다. 규석이는 마지막 날 앉았던 자리로 갔다. 내부 인테리어는 그대로였지만 테이블은 다른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창밖을 보며 규석이는 시계를 봤다. 아직 15분은 족히 남았었다. 저 멀리 정현이가 다니던 학교 정문이 살짝 보였다. 규석이는 정현이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생각을 하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아냐. 아픈 사람에게 그건 아니지.”
“몸은 좀 어때? 괜찮아?”
“이것도 아냐.”
“보고 싶었어.”
“만나서 반가워.”
규석이는 이런저런 말을 해 봤지만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가장 가까웠던 사이였음에도 시간의 공간은 두 사람을 한참 먼 사이로 만들어 놓았었다.
규석이를 만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언습해 오네요. 엄마에게 말해서 돌아가자고 할까요?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은 거 같기도 해요. 몸이 점점 가라앉는 느낌입니다. 속도 더부룩하고 온몸에 식은땀이 나는 이유는 뭘까요? 엄마는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하고 있어요.
“엄마 화났어? 미안해. 내가 엄마를 너무 많이 힘들게 하네.”
온 몸이 힘을 쓸 수가 없을 정도로 몸이 말을 안 듣는 거 같아요. 엄마는 힐끗 저를 보고 갑자기 놀라서 차를 도로가에 대었어요.
“정현아! 괜찮아? 엄마 알아보겠어?”
엄마는 제 얼굴을 만지며 저를 부릅니다.
“응, 엄마 몸이 말을 안 들어. 속도 이상하고.”
“안되겠다. 병원가자.”
엄마는 안전벨트를 다시 매고 차를 출발합니다. 저는 규석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네요. 눈물이 또 나네요. 규석이에게 전화를 해 줘야 할 거 같은데 엄마가 해주지 않으면 못할 거 같아요. 그런데 지금 엄마에게 부탁할 수가 없어요. 규석이의 목소리가 듣고 싶네요.
“엄마, 엄마는 나처럼 아프지 마. 알았지?”
저는 최대한 손을 뻗어 엄마를 만져보려 합니다. 엄마와의 거리가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엄마의 무릎에 손이 힘겹게 다가갔어요. 엄마는 두 손으로 운전을 하다가 제 손을 잡아 줍니다. 엄마의 손이 한 없이 따뜻하네요. 다시 엄마와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요.
“넌 지금 그게 엄마에게 할 소리냐?”
엄마가 제 손을 잡은 채로 말하네요. 한 손으로 운전하는 엄마의 모습을 처음 보는 거 같아요.
“약한 맘 갖지 마!”
엄마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네요. 그걸 보면서 저도 또 울어요. 이제는 더 이상 말할 힘도 없네요. 잠이 자꾸 와요.
“정현아, 자지마. 자면 안 돼.”
엄마의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는 이유는 뭘까요?
“정현아, 뭐라도 말해봐. 자지 말고!”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 아빠 보러 간지도 꽤 됐네.”
버킷리스트에 아빠가 빠졌었네요. 왜 아빠 생각을 못했을까요?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엄마,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내 몫, 아빠 몫 까지 더 오래오래 살아야 해.”
“너 미쳤어?”
엄마가 저를 보며 소리치는데 전 모르겠어요.
“나 없다고 슬퍼하거나 우울해 하지 말고. 그리고 엄마 아직 젊으니까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 아빠도 이해할거야.”
숨이 가빠오네요. 말을 계속 이어가는 것도 힘들어요. 아직 할 말이 더 있는데 …….
“엄마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야. 혼자 있으면 더 쓸쓸하고 외로워. 내가 경험해 봐서 잘 알잖아. 혼자는 외로워.”
“정현아 그만해!”
“그러니 절대 혼자 있지 말고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취미활동도 하고 직장 사람들하고도 어울리고 해. 알았지? 부탁이야. 아빠에게는 내가 …….”
엄마가 뭐라 하는데 들리지가 않네요. 좀 쉬고 싶어요. 말은 안 나와도 눈물은 계속 나는 이유는 뭘까요? 엄마가 제 손을 더 꽉 쥐네요.
‘시간이 지났는데 좀 늦네.’
규석이는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약속 시간 전에는 기대와 흥분이 있었다면 지금은 불안과 공포가 점점 밀려오고 있었다. 규석이는 점점 시계 보는 횟수가 늘었다.
“늦게 오는 얘가 아닌데……. 10분까지만 기다려 보자.”
규석이는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시계는 어느덧 10분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5분만 더.”
규석이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15분이 훌쩍 지났다. 규석이는 점점 불안함과 조바심이 일기 시작했다.
“딱 5분만 이야.”
규석이는 자신에게 최면을 걸 듯 좀 더 기다리기로 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의식적으로 시선이 문을 향했다. 하지만 매번 낯선 사람이 들어왔다. 시계는 어느덧 20분을 훌쩍 넘었다. 규석이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규석이의 마음은 점점 초조해 졌다.
‘안 오는 건가? 맘이 변한 건가?’
규석이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전화를 받지 않고 음성사서함으로 연결이 되었다. 규석이는 차를 시키고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올 거야. 안 오진 않을 거야. 그랬다면 연락하지 않았을 거야.”
규석이는 믿고 싶었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애원을 하며 기도를 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안 오는 걸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