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목록: '에이비프로바이오', 'KG이니시스' 주식
“돈이 일하게 하세요. 자산을 늘리려면 투자를 해야 됩니다!”
‘대구 집값 1억2600만원 오를때…연봉 고작 804만원 올랐다’
‘청년들 월급만 믿고 있다가 바보된다 불안감 심화’
‘수십억 고수익 대박 사례 지켜보며 “바보 된 것 같아”
‘커지는 격차로 직장인들 의욕 저하 위화감 호소’
오늘도 뉴스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과 급등하는 집값으로 사람들은 월급만으로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경기 침체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대비책이 필요했고 마침 주식과 가상화폐 같은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람들은 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 대한민국은 지금 투자 열풍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은 내게 신신당부하시면서 금기시한 두 가지가 있었다. 바로 ‘주식’과 ‘보증’이었다. 주식 투자를 잘못하거나 보증을 잘못 서면 멀쩡한 집안도 패가망신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투자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졌고 늘어나는 주식인구로 인해 투자를 안 하면 바보가 된다는 인식이 늘어난 상황에서 상대적인 박탈감도 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무슨 배짱으로 투자를 안 하겠는가. 내 월급으로는 내 집 마련은커녕 결혼도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식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험부담이 커서 망설여졌지만 한편으로 이론 먼저 쌓고 어느 세월에 투자할까 싶어 조금씩 소액투자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으려고 했다. 곧바로 증권계좌를 개설했다. 어플리케이션에서 투자 성향을 분석해 줬는데 안정추구형이었다. 여윳돈이 없기 때문에 원금을 최대한 잃지 않는 투자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곳에 투자할지 고민하다 첫 투자는 바이오 종목을 골랐다. 코로나 시대이고 아직 백신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화이자 백신과 관련된 업체를 골랐는데 자료조사를 통해 분석한 나름대로 꽤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얼마 안 되는 돈이긴 했지만 막상 매수를 하려니 떨리기도 하고 설레는 감정이 교차했다.
‘딸각’
매수 버튼을 눌렀고 ‘주문 완료’라는 팝업 메시지가 주식 투자의 시작을 알렸다. 주식은 처음이라 기대 반, 걱정 반인 마음으로 하루 종일 주가만 봤다. 눈 뜨자마자 보고, 출퇴근하면서 보고, 밥 먹을 때 보고, 문득 생각날 때마다 보는 나였다. 내 머릿속엔 온통 주식 생각뿐이었다. 비록 돈은 없지만 다른 좋은 종목이 있나 여기저기 기웃거렸는데 주식하는 사람들끼리 투자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주식을 시작하고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월요병이 조금 치유됐다. 원래 주말에 신나게 놀고 월요일을 앞두고 있으면 출근할 생각에 일요일 저녁부터 우울했는데 월요일은 주식장이 열리는 날이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또 다른 재미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내가 산 종목이 구입하자마자 주가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물려버린 것이다. 월급을 받을 때마다 물타기도 시도해 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가는 점점 더 떨어졌다. 수익률은 점점 안 좋아지고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니 종목을 잘못 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산 주식은 평균단가가 950원 정도 되는 동전주였는데 내가 잘 모르는 회사 주식을 살 게 아니라 안전한 우량주를 살 걸 그랬다. 투자 비용도 저렴하고 사업 비전 또한 좋다고 느꼈던 내 판단이 맞는 것 같았는데 결과가 따라와 주지 않으니 후회가 됐다. 그렇다고 실패를 인정하고 주식을 전부 매도하려니 투자금 손해는 보기 싫어서 팔지도 않고 그냥 버텼다. 버티고 버티다가 매도 수수료까지 생각해서 수익률 5%만 넘기는 날이 온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막연한 기대일 뿐이었다.
평균 단가 900원
평균 단가 800원
평균 단가 700원
어느새 평균 단가가 600원 대로 내려왔다.
주가 방어는 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떨어졌다. 가격을 유지하는 것도 사실상 힘들어 보였다. 동전주의 한계인지 오를 기미도 없었다.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가 전혀 되지 않았고 마침내 희망을 꺾었다. 내가 틀렸구나. 좋은 경험한 셈 치고 스스로 멘탈을 잡아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주가를 확인하는 빈도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주식에 대한 나의 흥미도 급격히 떨어졌다.
@박영호
1년이 지날 무렵 단톡방에서 친구가 나를 태그하며 급하게 찾았다. 내가 넣은 종목의 주가가 갑자기 급상승한 것이다. 차트를 보니 당시 내가 진입했던 본전보다 10% 수익률을 내고 있었고 주가는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주가가 뜬금없이 오른 이유를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을 만들 수 있다는 기사로 인해 그 기대감으로 해당 종목의 주가 가 치가 덩달아 폭등한 것이었다. 흥분을 참을 수 없었다.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찬물을 조금 뿌리자면 워낙 소액 투자라 10% 수익률을 내더라도 큰돈은 아니었지만 주식 투자가 처음이라 너무 신기하기도 했고 막상 내가 바라던 상황이 돼버리니까 좀 더 욕심을 내서 팔지 않고 기다려야 할지, 바로 주식을 팔아야 할지 판단이 망설여졌다. 1년 만에 온 절호의 매도 찬스인데 주가가 오르다가 잠깐 한 눈 판 사이에 곤두박질칠까 두려웠다. 고민 끝에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반등의 기회가 한 번이라도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작년 절박한 심정을 되새겼고 그때 세워두었던 계획을 따르기로 했다.
‘딸각’ 매도 버튼을 눌렀고 ‘판매 완료’라는 팝업 메시지를 끝으로 주식 어플리케이션을 종료했다. 5%였던 목표수익률을 이미 달성했기에 만족하며 팔았지만 해당 종목 주가에 대한 관심이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과연 얼마나 오를까 궁금했다.
1,300원,
1,500원,
1,700원.
오른다. 오르고 오르고 계속 오른다. 너무 일찍 팔았나 후회됐지만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얼마 후에 다른 주식을 샀다. 이번엔 전자상거래 종목이다. 코로나19로 다가올 미래는 완전한 비대면 시대가 될 테니 전자상거래 산업이 지금보다 더 발전할 거라고 생각했다. 아쉽게도 수준 높은 분석을 할 정도의 실력은 나에겐 없었지만 내가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지극히 주관적이고 일차원적인 근거만 있을 뿐이다. 한 마디로 단순한 직감에 가까운 판단이었다. 주식은 참 신기하다. 전자상거래 종목마저 내가 매수한 뒤로 주가가 귀신같이 뚝뚝 떨어졌다. 문제는 앞서 투자한 바이오 종목보다 낙차 폭이 심했다. 마찬가지로 손해 보기 싫어서 1년을 가지고 있었는데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도저히 오를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물타기도 한 두 번이지 주가가 계속 떨어지기만 하니까 점점 투자한 돈이 아깝게 느껴졌다. 내가 생각하고 판단했던 모든 것들이 후회의 연속이었다. 대처는 똑같았다. 수익률이고 나발이고 본전만 되찾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매도하겠노라 다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흥미로운 뉴스 기사가 눈에 띄었다. 내가 투자했던 전자상거래 업체가 가상자산 사업에 진출한다는 기사였다. 나는 곧바로 앱을 켜서 해당 업체의 주가를 확인했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흘러가는 상황이 지난번 바이오 종목과 유사한 것 같았다. 이번엔 욕심을 좀 더 부려볼까 생각했다. 주식은 ‘무릎에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명언이 있는데 내 종목은 지금 어디쯤일까? 고민했다. 가슴? 목? 갈팡질팡하던 내 손가락의 끝은 고민 속에 허공을 배회하더니 마침내 버튼을 눌렀다. 스마트폰 화면에 뜬 팝업 메시지를 보지도 않고 빠르게 주식 어플리케이션을 종료했다. 아무래도 난 큰돈을 벌만한 그릇은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