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뭘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밀집모자를 눌러쓰고 능숙하게 트랙터를 몰고 가는 모습일 것이다. 많은 귀농 예정자가 시설하우스 다음으로 구매할 목록에는트랙터가 언제나 1순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농사에는 빠질수 없는 트랙터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트랙터 구매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트랙터 구매 비용을 살펴보자. 높은 마력수가 필요한 수도작(주로 논농사)은 제외하고, 대부분 밭농사에 필요한 트랙터 마력수는 50마력 내외다. 이정도는 되어야 로터리(정식 명칭: 로터베이터)를 치고, 비료를 살포하고, 쟁기로 땅을 엎고, 필요할 경우 심경 로터리를 칠수 있다.
* 심경 로터리 : 1~2m 깊이의 땅을 갈아 엎을 때 사용
이런 50마력 트랙터의 비용은 대략 2500~3000만원이다. 해당 가격은 트랙터 단품의 경우며, 여기에 필수 부속인 로터베이터, 비료살포기, 쟁기를 포함할 경우 3000만원 중후반이 일명 ‘트랙터 기본 세트’의 가격이다. 물론 중고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기계에 대한 지식이 얕다면 중고 트랙터에 치를 값만큼 수리비가 나갈 수도 있다.
일반적 귀농의 경우 1000평 정도의 밭을 구매하고 시작한다. 이는 비닐 하우스 6동 정도의 크기며, 트랙터의 감가상각을 계산한다면 아래와 같다.
하우스 1동당 로터리 비용 : 6만원 6동 로터리 비용 : 36만원 1년 3작기 기준 : 108만원
대부분 농가의 경우 1년에 3번정도 작기를 거친다. 물론 4번, 그 이상 하는 농가가 있을 수도 있다. 또한 로터리 뿐만 아니라 퇴비를 뿌리는 등 로터리 외의 작업에 트랙터를 사용한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할 경우 1년동안 트랙터 보유로 절감할 수 있는 금액은 300만원 내외다. 즉 트랙터 구매에 3500만원을 지출했다면 11년은 써야 본전을 뽑는 셈이다.
문제는 트랙터를 사용하려면 기름도 넣어야 하고 정기적으로 오일도 갈아주고, 때에 따라서는 부품도 교체해야 한다. 어쩌다 고장이라도 나면 꽤 많은 수리비가 나오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트랙터를 보유하지 않은 농가가 보유한 농가보다 많은 것이다. 트랙터를 보유한 농민은 작업료를 받고 농작업을 대행하는데, 문제는 농번기가 겹치면 트랙터 예약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작물을 파종하려면 밭을 갈아야 하는데, 트랙터를 구하지 못해 파종시기가 늦춰지고 결국 원하는 출하시기를 놓치는 일이 생각보다 빈번히 발생한다. 때문에 트랙터는 내 맘대로 쓰고 싶을때 쓰기위해 사는거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내가 트랙터를 구매했다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러니 트랙터를 구매했거나 구매할 계획이라면, 농작업 대행까지 염두하면 좋다.
병해충 방제도 위의 상황과 비슷하다. 작물이 어느정도 자라면 파리, 나방과 같은 해충이 모이고 병원균이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병해충 방제를 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생각만큼 수월하지 않다.
우선 장비가 필요하다. 효과적인 방제를 위해 잎에 묻는 입자는 작을수록 좋다. 또한 촘촘한 잎사이를 비집고 안쪽까지 약이 도달해야 한다. 때문에 약을 고압으로 밀어주는 모터와 이걸 견디는 고압 호스가 필요하다.
두번째로는 사람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하우스 길이는 100m, 약을 뿜어주는 모터와의 거리등을 감안할 경우 120~150m의 고압호스가 풀어졌다 감아지길 반복한다. 고압을 견디는 호스는 탄성이 강하며 무게도 있다. 또한 작업중 튀어나온 파이프나 구조물에 걸리면 코끼리가 와도 당겨지지 않는다. 때문에 방제를 위해서는 안에서 뿌리는 인원, 뒤에서 잡아주는 인원, 밖에서 호스를 당기고 풀어주는 인원까지 총 3명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해당 장비가 없거나, 고령이거나,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농가에서는 방제 대행을 이용한다.
다행인것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방제가 점차 편해지고 있다. 원격으로 고압호스를 감고 풀어주는 권취기, 아예 모터 시동까지 원격으로 가능한 장비들이 선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권취기의 경우 100만원 중후반을 호가하고, 시동까지 원격으로 걸리는 장비는 600만원에 달한다. 다만 방제기의 경우 트랙터보다 사용빈도가 높고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때문에 고가의 방제기는 아니더라도 권취기만 구입하는 농가는 많다. 여기에 지인이나 평소 눈여겨보던 외국인 근로자가 있다면, 오후 5~7시까지만 고용하여 방제 대행을 하는 사람도 왕왕 존재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3. 경력을 활용한 부가가치
이제 설명할 농외 수익은 전제조건이 있다. 농업으로 어느정도 성과를 이뤄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점점 침체되면서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사람관계에 피로함을 느끼면서, 상대적으로 적을거라 생각하며 귀농을 준비한다. 이와 반대로 농업에 가능성을 발견하고 귀농하는 사람도 있다. 이 두가지가 시사하는 바는, 어떤 목적이든 귀농은 계속 이어질 거란 뜻이다. 때문에 귀농을 현실적으로 말해주고 시행착오를 줄여줄수 있는, 먼저 귀농한 멘토들의 수요 증가를 예상할 수 있다.
실제 내 경우 귀농 관련 강연을 하고 있다. 다만 시간적 공간적 제약으로 많은 제안에 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과연 돈이 되는가?’
우선 전국 시군에는 농업 기술 센터가 있다. 그리고 도 단위에는 농업 기술원이 있다. 또한 농업 관련 단체에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업진흥청 등이 있고, 농림부 주관 귀농닥터도 큰돈은 아니지만 경험을 살리면서 할수있다. 또한 관공서나 단체에서 귀농을 생각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 자체적으로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강연비는 의뢰하는 단체마다 다르다. 또한 본인의 이름값에 따라 강연료는 달라진다. 정확한 금액은 말할 수 없지만 대략 1시간 반에서 2시간 기준으로 비닐 하우스 6동의 로터리 비용은 받을 수 있다. 그러니 본업을 하면서 충분히 부수익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쪽 시장도 ‘모 아니면 도’다. 어떤이는 시간을 쪼개 강연 스케쥴을 조정하지만, 어떤이는 단 한번도 제안 받지 못한다. 그 차이점은 농업으로 자신이 일궈낸 성과와 대중 매체에 얼마나 소개되었는지에 따라 갈린다. 귀농 후 억대 매출을 기록하고, 신문이나 영상으로 자신이 소개되며, 단체에서 간간히 수상한다면 일주일에 한두번씩 강연에 나갈 수 있다.
또한 본인이 생산하는 작물에 대한 구조가 눈에 잡힌다면 위탁 판매와 같은 유통을 시도할 수도 있다. 농산물 집하장을 지어 주변 농가의 생산물을 매입하며 크게 사업화 할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 판매하여 수수료를 받는 사업도 가능하다.
몇 년 전부터 파이프라인을 늘리는 것이 화두였다. 돈을 버는 수단을 파이프라인이라 칭하고, 하나의 고정수익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파이프라인을 여러 개 만들어야 한다며, 많은 이들이 이에 수긍했다. 하지만 농업은 고도의 노동력과 때에 따라서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동반하기에, 농업을 하면서 파이프라인을 늘리는 것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통제할수 없는 변수에 의해 연거푸 큰 손해를 입으면서, 농업이 잘 안되었을 때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농업을 하면서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 일이 농업과 관련 되어 있다면, 내가 보유한 장비로 가능한 일이라면 아주 불가능은 아니라 생각한다. 이것이 농업을 영위하는 우리가, 또는 농업으로 진출하는 당신이 반드시 고려해봐야 한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래야만 귀농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옳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당장 생활이 고달플 때, 당신을 버티게 해줄 수 있는 생명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