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훈 Apr 07. 2022

정부 지원사업 합격률 높이는 방법

농민이 받을 수 있는 지원사업은?

1부 '아이디어 만으로 1억을 받을 수 있을까'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1부를 먼저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농민이 받을 수 있는 지원사업은?


지금까지 지원사업에 대한 오해와 농업 관련 지원사업의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그렇다면, 본인이 농민일 경우 어떤 사업에 지원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부처 성향을 봐야 한다. 


농업 분야 지원사업은 농업 행위를 하고 있다면, 즉 농업 경영체를 보유하고 있다면 다른 분야(ex, 과수 농가가 축산 지원사업에 지원)가 아니라면 거의 다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강조했듯이 자부담의 압박과 기존 사업 수혜자에게 부여되는 페널티를 감안하여, 필요한 사업에만 지원하길 추천한다. 또한 시도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사업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사실상 단순 농업으로 받을 수 있는 지원사업은 여기까지다. 그리고 눈을 돌릴 수 있는 곳이 농업기술 실용화 재단, 한국식품산업 클러스터 진흥원이다. 하지만 해당 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농산물을 이용한 2차 가공품을 대상으로 하기에, 단순 착즙, 고형화, 건조 등의 1차 가공품으로는 거의 선정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소벤처기업부(이상 중기부)에서 진행하는 사업들도 있다. 지원사업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들, 예창패(예비창업패키지), 초창패(초기창업패키지), 창도패(창업도약패키지), 청창사(청년창업사관학교), 로컬 크리에이터 등이 있다. 뒤에 설명할 이 사업들은 최소 3000만 원에서 1억까지 사업화 자금을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체험장 등 관광객을 유발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 관광공사에서 진행하는 사업도 눈여겨보길 추천한다.


다시 반복하지만 실용화 재단이나 중기부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은 고차 가공이 적용된 아이템이 요구된다. 잘 팔리고의 단순 매출 문제가 아닌 아이템(농민의 입장에서는 농산물)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거나 고용을 창출하는 등, 해당 사업이 미치는 파장을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만약 본인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이용해 2차 가공품을 구현해 낸다면, 많은 기회를 마주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부 지원사업 합격률 높이는 방법


참고로 필자는 2021년~22년간 5~6개의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위 숫자는 사업화 내역만 추렸으며, 소액은 제외). 해당 사업으로 지원받는 금액은 2억 초반에 달하며, 언급했듯이 갚지 않아도 된다. 농민 신분을 유지 중이며 쪽파 생산을 넘어 금년 하반기에는 지원금을 이용하여 1-2차 가공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아직 선정 대기 중인 사업도 있으니, ‘이렇게 하면 합격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이렇게 하면 서류 통과율을 높일 수 있다’는 조언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1. 사업의 성향 파악


정부는 왜 그러한 큰돈을 주는 걸까? 왜 지원사업을 시행하는 걸까? 서류 전형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우선이다. 대답은 서두에 이미 언급했다.


정부는 매출을 늘려 채용을 늘리길 바란다. 또는 창업가들이 정부 조직의 경직함이 이룰 수 없는 유연함을 선보이길 바란다. 이로 인해 해당 산업이, 또는 농산물이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 이익을 공유하길 바란다. 그것이 정부 지원사업의 존재 목적이다. 


그렇다 보니 공고문에 적힌 내용들을 간과한 체 ‘무조건 잘할 수 있습니다’ 또는 사업 목적과 동떨어진 아이템임에도 ‘제 아이템은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주장하는 지원자보다 ‘어느 정도 하는데 조금만 도와주면 더 잘 될 것 같은’ 지원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즉 애초에 해당 사업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면, 사업 선정은커녕 발표의 기회조차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 공고문을 유심히 읽어봐야 한다. 어떤 부분에 가점을 주는지, 이 사업이 원하는 결과는 무엇인지 파악한 후 자신의 아이템에 그에 부합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초창패를 지원하는데 지원금으로 하우스 증축을 한다던가, 실용화 재단 사업에 지원하는데 사과 착즙 주스를 아이템으로 지원하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2. 스토리 라인


당장이라도 물을 줘야 할 만큼 건조함이 가득한 사업계획서지만, 분명 전략은 있다. 바로 스토리 라인이다. 사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사업의 동기(목적)-실현 전략-시장조사 및 차별화-자금조달-팀/대표 역량-파급효과를 물을 것이다. 15페이지 내외의 요구 분량을 보고 ‘너무 양이 많다’라고 말했다면, 아직 해당 사업에 지원할 역량이 부족한 건 아닌지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사업계획서는 시간만 주어진다면 20페이지든 30페이지든 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사업계획서는 쓰는 것보다 줄여서 다듬는 게 더 어렵고 중요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내용이 아예 중복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도표와 이미지를 활용하여 가능한 중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 아이템이 나올 수밖에 없던 극적인 상황과 이로 인한 파급효과 등을 적절한 스토리 라인으로 무장해야 한다.


3. 신뢰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용에는 신뢰도가 수반되어야 한다. 만약 ‘전년 매출은 1억입니다’라고 말했는데 그 증거를 대보라고 하면 어떻게 할까? 바로 재무제표나 부가세 과세표준 증명원을 보여주면 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내보이지 않는다면? 그 뒤에는 어떤 진실한 이야기를 해도 상대는 믿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사업가의 신뢰도는 그가 그동안 쌓아온 실적의 총합이다.


반면 사업계획서 상의 신뢰라 함은, 해당 아이템의 개발 단계가 어느 수준이며 얼마의 성공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냐로 점철될 수 있다. 이것에 대한 증빙은 아이템의 존재 유무, 개발 진척도, 마케팅 수단 보유 상황, 진입장벽 형성을 위한 특허 출원과 같은 결과물이다. 간단하게 말해 아이템에 관련한 결과물을 얼마나 보유했냐에 따라 사업 계획서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언급된 데이터는 가능한 숫자로 말해야 한다. 

‘2023년에는 매출액이 두배로 증가할 예정입니다.’
‘내년에 완공 예정입니다’
‘판매가는 500원 선입니다’

만약 본인이 심사위원이라면 위 문장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적어도 자신이 대표라면, 적어도 수천수억 원의 지원금을 받기 위한 사업계획서라면, 저런 두루뭉술한 표현보다는 숫자를 이용한 매우 정확한 표현을 써야 한다. 이는 외적 효과뿐만 아니라, 해당 대표가 개발 전 과정을 철저히 분석-통제하고 있다는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매출액이 200%인 3억을 예상합니다. 증거는…’ ‘2024년 4~5월 완공 예정입니다’ ‘판매가는 520원이며, 재료비는 25%, 간접비는 40%, 마진은 35%입니다’


4. 가독성


아무리 좋은 글과 결과물을 갖고 있다 해도 잘 읽히지 않으면 소용없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심사위원은 15~20페이지에 달하는 계획서를 많게는 하루에 300개를 본다고 한다. 때문에 대부분 사업계획서는 앞 세장에 쓰인 아이템 설명이 포함된 요약 내용을 보고 더 읽을지를 결정한다고 한다. 문제는 겨우 심사위원의 관심을 끌었다 해도, 글로만 나열돼있는 무미건조한 계획서는 금세 내팽개쳐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심사위원이 한눈에 파악될 수 있도록, 혹은 무심코 종이를 넘기다가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도표나 이미지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만약 적당한 시각자료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글을 나열하기보다는 표를 이용해 비교 또는 대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까지 지금까지 지원사업에 대한 오해와 농업 관련 지원사업의 특징과 어떻게 하면 정부 지원사업 합격률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 언급했다. 이 주제를 정리하면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간혹 지원사업에만 목을 매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사업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두 번의 지원사업을 따낼 수는 있어도 결국 알맹이는 자신의 사업이다. 역설적이게도 지원사업에 에너지를 너무 쏟으면 사업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단지 지원액이 크다는 이유로 지원했다가는 높은 자부담 비용에 현금흐름이 막히기도 한다. 또한 사업에 최종 선정되었지만, 심층 면접에서 아이템 평가가 낮아 지원금이 왕창 깎여 사업 선정 의미가 퇴색되기도 한다.


반면 사업을 꾸준히 이끌어 나가다 보면 지원사업에 선정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사실 이 정도 안정화가 확보된 아이템이라면 지원사업이 없어도 되거나, 오히려 지자체에서 함께 해보자고 역제안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렇다 해도 지원사업은 매우 매력적이며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잡는 게 맞다. 그러니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만 잘 경계하고 본질에 충실한다면, 여러 지원사업과 함께 열 걸음 가야 할 길을 단 세 걸음에 도달할 수 있는 급성장의 환희를 느낄 수 있다고 본다.

이전 17화 아이디어만으로 1억을 받을 수 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