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컴퓨터 없는 삶을 더 이상 상상하기 힘들다. 돌이킬 수도 멈출 수도 없는 디지털 혁명은 삶의 많은 부분들을 바꿔놓았다. 스마트폰만 보더라도 그렇다. 스마트폰의 출시로 사라져 간 것들이 어디 한둘인가. MP3. PMP 플레이어, 전자 사전, 네비게이션, 전화번호부, 똑딱이 카메라... 디지털은 아날로그가 차지했던 공간의 부피를 줄이고, 여러 기능을 작은 기기 하나에 때려 넣는(?) 신공을 발휘하며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는 세상을 만들었다.
딱 여기까지다. 내가 생각하는 디지털의 좋은 점은.
시대에 뒤떨어진 나는 여전히 아날로그가 좋다.
가만히 있다가 한 순간에 숫자를 바꿔 시간을 알려주는 디지털 시계 보다는 누가 보든 안보든 부지런히 제 몸을 움직여 시간을 알려주는 아날로그 시계가, 도무지 인간미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이메일보다는 한 글자씩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흔적이 남아있는 손 편지가, 스마트폰만 있으면 스트리밍으로 손쉽게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음원보다는 카세트테이프를 뜯을 때의 설렘과 LP판의 지직거림이 주는 아련함이 더 좋다. 보다 보면 눈이 아픈 전자책 보다는 종이 책을 넘길 때의 손맛이, 얼굴도 모르는 SNS 친구보다는 가끔 술잔 기울일 수 있는 친구가 좋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는 약속 시간에 약속 장소에서 만나지 못할 때 어떻게 했을까? 그 시절 얘기를 들어보면, 일단 내가 늦으면 기다리게 될 사람을 위해 가능한 늦지 않으려고 서로 노력했고, 기다리는 사람은 지금쯤 이 곳으로 달려오고 있을 그 사람을 위해 지금보다 더 오래 기다렸고, 기다리다 못 참는 쪽이 쪽지를 남겼다고 한다. 그럼에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은 그 이유로 헤어지기도 했다 하고. (이건 인연이 아닌 게지...) ‘나 10분 늦음’이라고 카톡에 한 마디만 남기면 되는 지금에 비해 얼마나 인간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