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산악인에 대한 기사 아래 달린 댓글을 확인하고 착잡해질 때가 있다. 산악인은 목숨이 두 개라도 되냐는 식의 비꼬는 댓글에 달린 공감 숫자가 비공감 숫자를 압도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에서 산악인은 국가적 영웅의 대우를 받는 데 반해 세계적인 산악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스폰서를 따는 것조차 힘들 만큼 산악인들에 대한 처우와 인식이 열악하다. 왜 굳이 힘든 일을 나서서 하느냐는 식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들이 왜 그러는지를, 아니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한 산악인의 고백처럼 배낭을 쌀 때마다 죽음의 공포 앞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들은 그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들도 죽음의 공포가 두렵지만, 그 길 외에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나는 이를 숙명이라 부른다.
각자의 숙명을 짊어진 이 세상의 모든 산악인을 존경한다. 죽음의 공포에 맞설 수 있는 배짱만으로, 전진과 포기 사이의 끝없는 갈등 사이에서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때로 다음을 위해 포기할 줄 아는 용기만으로, 그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나는 한 번이라도 뭔가에 목숨 걸어본 적이, 아니 목숨 걸듯 뭔가를 해 본 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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