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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피 지망생 Nov 08. 2018

내 마음속 슈퍼스타

누구나 마음속에 슈퍼스타 하나쯤 있을 것이다. 

내 경우, 좋아하는 연예인은 딱히 없지만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는 꽤 많아서 그들에 대한 썰을 푸는 만으로도 하룻밤은 지샐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들을 모두 여기에 풀 수 없으니, 오늘은 ‘내 마음속 단 한 명의 슈퍼스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는 두두둥∼! F1의 신화 ‘아일톤 세나’(이하 세나) 되시겠다. 


다소 생소한 이름으로 다가오겠지만-누구나 다 아는 이름이라면 내가 굳이 여기에 소개할 이유가 없다-사실 세나는 불세출의 레이싱 스타이자 브라질의 국민적 영웅이다. 나의 까다로운 슈퍼스타 선정 기준을 모두 통과한 유일한 스타이기도 하다. 레이싱 카와 같이 불꽃처럼 살다 간 그의 삶을 키워드(나만의 슈퍼스타 선정 기준) 별로 정리해봤다.     



#1 천부적인 재능과 피나는 노력의 시너지     


세나의 레이싱은 카트로부터 시작됐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우연히 탔던 카트의 매력에 빠져 레이싱 스타의 꿈을 꾸게 된다. 그는 카트 레이싱 자체를 즐겼고, F1 선수가 된 이후에도 카트의 ‘Pure race(순수한 레이스)’ 정신을 잊지 않았다. 정치와 돈 등 실력 외의 변수와 싸워야 했던 F1과 달리 카트는 실력에 따라 성적이 나오는 정직한 경쟁 시스템을 갖고 있었기에 그는 늘 카트 타던 시절을 그리워했다. 


F1에서 실력이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좌절해야 했던 대표적인 사례로 1984년의 모나코 그랑프리를 들 수 있다. F1에서 머신(레이서가 타는 자동차)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데, 그 이유는 레이싱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머신 성능이 따라주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세나가 타던 톨맨 머신은 경기 전까지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회사의 그저 그런 레이싱 카였고, 대회는 모두의 예상대로 알랭 프로스트(프랑스, 당시 F1의 최강자)의 우승으로 끝나는 듯 했다. 

그때 폭우를 뚫고 알랭 프로스트의 차를 무섭게 뒤쫓는 차가 있었으니, 세나의 톨맨 머신이었다. 세나는 하위권을 치고 나오며 단숨에 2위까지 올라섰고, 알랭 프로스트를 제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경기는 중단되었고, 세나는 2위에 만족해야했다. 


그러나 이 대회는 당시 무명이었던 세나를 단번에 레이싱 스타로 만들어줬다. 무명의 세나가 빗속 쾌속 질주로 앞선 선수들을 하나둘 추월해가며 2위에 올라서는 영상은 지금 봐도 소름이 끼친다. 이 대회를 통해 세나는 하나의 별명을 얻게 되는데, 그 별명이 ‘레인 마스터’이다. 비가 올 때마다 놀라운 레이싱 실력으로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기 때문에 붙은 별명으로, 비가 오면 시야가 좁아져 레이싱이 위축되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세나의 본능적인 레이싱에는 천부적인 직감 이상의 뭔가가 있었다.

사실 이 날의 전설적인 질주는 세나가 어린 시절 탔던 카트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수중 경기에서 카트 경기를 망쳤던 어린 시절의 세나는 비가 올 때마다 따로 카트 연습을 했고, 이때 어떤 상황에서도 길을 읽을 수 있는 본능적인 감각이 길러졌던 것이다.

1985년 첫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하던 날도 비가 내렸다. 비가 올 때마다 물 만난 고기처럼 질주하는 그의 모습에 팬들은 열광했다.          



# 2  불의에 대한 저항      

그에게 “F1은 정치이고, 돈(실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이었다. 세나의 태도를 달가워하지 않던 연맹 측에서 세나의 면허를 6개월간 정지시킨 적이 있었다.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레이스를 복귀한 그에게 연맹과 그를 견제했던 다른 선수들은 위험한 플레이를 한다며 그를 공격했다. 세나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격앙된 말투로 레이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후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평소 인터뷰에서도 늘 Pure race(순수한 레이스)를 말하며 정치와 돈의 개입에 대해 끝까지 저항의 메시지를 던졌고, 국제 자동차 연맹 회장의 독단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 3 화룡점정     


슈퍼스타라면 누구나 최정상에 순간에 올라섰던 클라이맥스가 있어야 한다. 그 순간에 극적인 스토리가 더해진다면 감동은 배가될 것이다.


세나의 레이싱 최고의 순간으로 조국 브라질에서 열렸던 대회에서의 우승을 꼽고 싶다. 당시 그의 조국 브라질은 경제 위기로 인해 온 국민이 시름에 빠져있었고, 세나는 국민들에게 모처럼의 환희와 희망을 선물하고 싶어 했다. 무엇보다도 이 대회는 아버지가 관람하고 있었고,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가 우승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브라질의 어느 골목의 벽화

결국 그는 브라질 국민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우승을 차지한다. 레이스를 마치고 결승선을 통과할 때 그가 차 안에서 소리를 지르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감동이 물밀 듯이 밀려든다. 우승 순간, 그의 포효는 우는 건지 웃는 건지 알 수 없는, 모든 것을 하얗게 불태우고 일생일대의 꿈을 이뤘을 때만 나올 수 있는 그것이었다. 


흔히 레이싱카 경주는 차 안에서 운전만 하면 되는 스포츠라 체력 소모가 크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레이싱 카 경주는 마라톤만큼이나 체력소모가 큰 스포츠이다. 그 좁은 차 안에서 타이트한 레이싱 기어를 입고 온 신경을 집중한 채 시속 300km로 질주하고 나면, 선수들은 파김치 같은 상태가 되기 일쑤다. 조국에서 열리는 대회였기에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열망이 컸던 세나는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었고, 경주가 끝났을 때는 차에서 스스로 나올 수 있을 만큼의 체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아버지와 포옹할 때에도 아버지께 살살 안아달라고 말할 정도로 왼팔 부상도 심각했다. 


우승 시상식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장면에서는 고통 때문에 한 번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잠시 쉬었다가 온 몸의 힘을 끌어올려 얼굴을 찡그린 채 우승컵을 잠시 들어 올리고는 바로 내려놓는다. 그 장면에서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면 공감 능력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도 좋다.      



# 4 다른 선수와의 차별성      


일분일초를 다투는 F1 레이스에서 다른 선수와의 충돌은 레이스 포기를 의미한다. 뒤늦게 후진해서 뒤쫓아가봐야 날아가 버린 시간을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러나 세나는 충돌 후에도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바로 추격을 시작했고, 결국 1위를 차지한다. 당시 해설화면을 보면 스포츠 캐스터가 놀라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세나의 레이스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레이스 자체를 즐겼고 카트로부터 단련된 본능적인 감각이 있었기 때문에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내는 그를 보며 선수들조차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 5 후세에 끼친 영향     


안타깝게도 그는 1994년 대회에서 경기 중 벽을 추돌하는 사고로 사망하고 만다.(차량 결함 추정) 차의 샤프트라는 장치가 그의 헬멧을 강타했는데, 그것이 15센티만 위나 아래로 날아갔어도 무사했을 사고였다. 브라질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수십만 인파가 운집하여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고, 이 장면은 그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장면으로 쓰였다.

사건 이후, F1의 안전규정이 강화됐고, 그 후로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고 있다.      

         


# 6 선행 & 반전     


세나는 레이스 없는 비시즌기면 브라질의 빈민가를 방문하여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다. 그의 사망 후, 그가 우리 돈으로 400억이 넘는 돈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와 함께 했던 팀원들 대부분이 그를 좋아했을 정도로 세나에게는 인간미가 넘쳤다. 사고로 위기에 처한 레이서를 구하기 위해 레이스를 중단하고 달려가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엔딩 크레딧 장면) 


* 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그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세나 : F1의 신화』를 보면 된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 그의 팬이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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