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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피 지망생 Jun 07. 2020

창문만 부수지 마요

공유가 우리의 미래다

대학 때부터 친하게 지내는 s형으로부터 사진 몇 장 받았다. 나의 대학시절을  부 순간으로 만들어준 형 덕분에 잠시나마 타임머신을 타고 날았 한동안 감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래서 내가 더 바랄 게 없는 거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는데 뭘 더 바라나)


사진들 중 길이 유독 오래 머문 사진이 있었으니...


이게 바로 싸이월드 감성^^ 2003


사진 속 스쿠터를 타고 에 다던 시절이 있었다. 처음 스쿠터를 타보게 된 것도, 하필 저 모델로 모터바이크 역사를 시작한 것도 s형 덕분이었다. (자세한 사연은 https://brunch.co.kr/@hanvit1102/80에...)

그 날 처음 바람을 갈라 바람을 느끼는 희열을 느낀 나는 전 재산을 털어 형이 타던 모델과 같은 모델인 '슈퍼캡'중고로 샀다. 내가 스쿠터 타는 모습을 보고 같은 모델을 따라 산 친구까지 해서 우린 '스쿠터 삼총사'라 불리었다. 불과 1년 만에 셋 중 둘이 스쿠터를 도난당해(둘 중 나도 포함이다ㅠ) 스쿠터 삼총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지만, 셋이 스쿠터 타고 대학 정문을 함께 통과할 때 느낌은 지금도 내 마음을 벅차게 한다.


저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뭐가 달라졌을까? 확답할 수 없지한 가지는 확실하다. 저 때나 지금이나, 나는 내가 살고픈 대로, 남 눈치 안 보고 살았다. 저 사진 이를 증명한다. 시계를 십수 년 전으로 돌려보자.



내가 스쿠터를 타고 다닐 때 즈음하여 내가 다니던 대학교에 과외가 유행다. 과외 한두 개로 다른 친구들이 한 달 내내 아르바이트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버는 친구들이 생겼고, 그중 몇몇은 회사원이나 만질 수 있는 돈을 벌기도 했다. 학교에 자동차 타는 친구들이 늘어갔다.


나라고 친구들을 보며 혹하지 않았을까? 나도 과외해서 돈 좀 만져볼까? 하지만 나에겐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있었.

'지금 할 수 없는 걸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후회한다. 지금은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경험들을 마음껏 해보자'


후회라는 감정을 지구 상에서 가장 쓸 데 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과외 같은 일은 나중에 언제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일용직 노동직 시장을 기웃거렸다. 일당은 4만 원이었다. (나중에 용역회사에서 만원을 소개비로 떼먹은 걸 알게 됐다. 이런 게 바로 착취구조구나. 그렇게 사회에 눈을 떴다) 과외하는 친구들처럼 많이 벌고 좋은 차를 타 못했지만, 힘든 일을 마치고 4만 원이 든 봉투를 받을 때,  마치고 스쿠터 위에 올라 바람을 가를 때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사회학과 심리학에서 지금껏 연구한 결과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라지? 이 말이 딱 맞는 게, 지금도 난 와 달라진 게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좋은 집, 좋은 차 따위엔 관심 없다. 그래서 집과 차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캠핑카에 사는지도 모르겠다. 캠핑카에 산다고 하면 집, 차는 따로 있는 줄 알고 내가 부자인 줄 아는 사람도 있던데 캠핑카는 내가 소유한 첫 집이자, 첫 차이다.

집과 차를 단번에 사다니, 이거야말로 1타 쌍피 아닌가. 하하.

소유물을 기준으로 가진 게 별로 없지만, 마음의 품을 기준으로  누구보다 부자다.

오늘도 나는 캠핑카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왔다. 다른 뜻은 없다. 주말엔 안 타니까 누구든 쓰라고 빌려주는 거다. (단, 운전은 안하는 조건) 물론 공짜다. 어제 아는 형이 자기 아들이 캠핑카에 타보고 싶어 한다길래 일부러 공항 근처 경치 좋은 곳에 세워두고 다. 거기 세워두고 공항까지 한 시간을 걸어왔고  오늘 밤 제주에 내려가 공항에서 한 시간을 걸어가야 하지만 난 걷는 걸 좋아하니 상관없다.


주말에 세워둘 테니 부담 없이 타라고 하면 새 캠핑카를 부담돼서 어찌 타냐고 하는 사람도 있. 난 한마디만 덧붙인다.

"그냥 막 써도 돼요. 저 아시잖아요. 창문만 부수지 마요."

이건 진심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소유욕이 별로 없고 사물에 대한 애정다.(차를 아꼈다면 캠핑카 산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차 한번 안 했을 리가...) 내 곁에 있는 누군가가 나로 인해 행복한 추억 하나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그러니 이 글을 본,  날 아는 누군가가 마음이 바뀌었다면 주말에 캠핑카 빌려달라고 말해주길...

"브런치에서 네가 쓴 글 봤어. 나도 빌려줘." 이렇게.

(내 주위 사람 중 이 글을 볼 사람이 없다는 게 함정이)



그런 꿈도 꿔 본다. 캠핑카를 해안도로 경치 좋은 곳에 세워놓고 문을 활짝 개방해놓는다. 캠핑카 안에는 커피도 있고, 간단한 요깃거리도 있다. 누구나 공짜로 잠시 쉬다 갈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

'여기서 나가면 세상을 위해 좋은 일 하나 해주셔야 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 사람들이 제 물건 아니라고 막 쓰고, 쓰레기나 버리고 가는 그런 일이 일어날까? 아니면 (실제로 확인은 못하겠지만) 여기서 좋은 추억을 얻고 간 사람들이 사막처럼 삭막한 이 세상에 습도를 더하는 일이 일어날까? 난 후자라 믿는다.


내가 진짜 히피가 되어 이 캠핑카에서 평생을 살게 되는 날이 오기 전에, 한 번은 실험해보고 싶다. 그땐 여기에도 공고를 올려야겠다.


"범섬이 보이는 *동 *번지에 차를 세워두었습니다. 여기를 지나가게 되신다면 여기서 좋은 추억 듬뿍 가져가세요. 대신 빠른 시일 내에 세상을 위해  좋은 일 하나만 해주시면 됩니다."         

from. 마음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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