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에는 색색의 꽃들이 화려한데 내 얼굴에는 까맣게 벚꽃이 가득하다. 그동안 자외선 차단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로 선크림도 제대로 안 발랐던 게 후회된다.
요즘 만나는 친구들마다 모두 피부 지적질이다. 이제 나이가 나이니만큼 화장으로 커버될 수 없다며, 의술의 필요성을 강력 주장한다. 보톡스나 필러는 정기적으로 맞아 줘야 하고 겨울에는 미백 레이저도 좀 해야 한 단다. 젊을 때는 성형에 관심이더니 이제 피부 관리가 대세다. 이래서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나오나 보다. 결국 나는 피부과를 갔다.
새해 이벤트라고 크게 광고하고 있는 잡티 제거와 리프팅 패키지를 해 보기로 했다. 서울 여러 군데 있는 체인 피부과라서 다른 곳보다 많이 저렴한 편이었지만, 광고와 달리 이런저런 명목으로 웃돈이 붙었다. 게다가 상담 실장이라는 분이 온갖 시술은 다 해 본 얼굴로 다른 것들도 권하는 바람에 마음이 흔들린다. 결국 이벤트가에 더해 추가 관리비와 부가세까지 신나게 결재해 버렸다.
그리고 지난주, 드디어 마지막 관리를 끝냈다. 매번 선생님은 효과가 좀 있는 것 같냐고 묻지만 나는 진심으로 변화를 느끼지 못하겠다. 내가 우물쭈물했더니 처음 병원을 방문했던 날 찍었던 내 맨 얼굴을 보여 주신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좀 더 드라마틱한 변화를 바랐기에 이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날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좀 더 강력한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 뜨겁게 쏴 대는 레이저가 얼마나 따끔하고 아픈지 눈물이 찔끔 났지만, 행여나 아프다고 하면 조금 덜 해 줄까 싶어 꾹 참았다. 속으로는 ‘아파야 예뻐진다’를 되뇌면서.
고문의 시간이 끝나고 거울을 보니 얼굴은 벌겋게 울퉁불퉁하고 곳곳에 까맣게 딱지까지 앉았다. 내일 가족들과 꽃놀이를 가기로 했는데, 이 얼굴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집까지 겨우 왔다. 저녁에 들어온 남편과 딸이 ‘헉’ 소리까지 내며 깜짝 놀란다. 얼굴이 부어서 풍선 같아지고 화산 분화구같이 우들우들 해졌다. 원래 시술 당일은 이런 거라며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눈과 광대뼈 부근이 탱탱 부어 코를 덮어 버렸다. 이제 눈을 내리뜨면 코가 아니라 광대가 보일 정도다. 급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 부기 빼는 법을 열심히 실천해 보았다. 얼음으로 찜질을 하고 녹차를 물처럼 마시는 건 물론 부기 빼는 요가도 좀 따라 해 보았다. 오후 들어 조금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평소에 비해 많이 탱탱한 얼굴이다.
하지만 바깥은 벚꽃으로 난리고, 오늘따라 날씨도 좋고 미세먼지도 없으니 그냥 집에만 있을 수 없다. 괜찮겠냐고 걱정하는 딸과 남편을 무시하고, 눈가에 UV 패치를 붙이고 모자와 선글라스로 중무장을 했다. 꽃은 눈으로 보고 즐기는 거지, 사진은 나 대신 예쁜 딸과 잘생긴 남편만 찍어주면 된다. 벚꽃 반, 사람 반을 배경으로 가족들을 찍어 주다 보니 모처럼 마스크 없는 말간 얼굴로 환하게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어제오늘 비도 오고 벚꽃은 다 져 버렸다. 이번 주말 동네 벚꽃 축제도 있다 던데, 김 빠진 행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봄은 또 오고, 꽃은 또 피고 지고 한다. 내 얼굴 위 까만 벚꽃도 피고 지고 할 것이고, 철쭉과 빨간 장미 같은 예쁜 꽃들이 뒤이어 그 화려함을 뽐낼 것이다.
벚꽃만 난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