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벤더 아로마 - 시르사아사나
깔끔하게 이별한 줄 알았던 그가 다시 찾아왔다.
나는 요가와 명상을 만나며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그에게 휘둘리고 있다.
나의 친구 그는 어쩌면 당신의 친구일지도 모르겠다.
당신과 나의 친구, 우울감.
이번에 그가 다시 찾아온 계기는 심한 어깨와 목 통증 때문인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이유 없이 목이 돌아가지 않고 어깨가 돌덩이 같았다. 통증이 있으니 움직일 수 없고, 내 몸을 의지대로 컨트롤할 수 없으니 무기력해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으니 수련도 가지 않고, 집에서 할 일이 없으니 술을 찾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이면 거울 앞에서 빵빵한 배와 축 처진 엉덩이를 보며 전날 밤을 후회하지만 저녁이면 반복되는 자기 학대의 무한루프.
타이트해진 요가복의 꽉 끼는 느낌이 싫어 헐렁한 팬츠와 탑을 입고 일주일 만에 수련을 갔다. 부장가아사나를 한참 유지하고 나서야 이번 주 내내 오른 목과 어깨가 아팠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다니.......
어쩌면 아프다는 핑계로 지난 한 주 수련을 쉴 것이 아니라, 아파도 천천히 수련을 했으면 더 빨리 괜찮아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시르사아사나를 했다. 시르사아사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사나중 하나다. 거꾸로 서서 세상을 거꾸로 보는 느낌이 좋다. 스스로가 너그러운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핀차마유라아사나를 했다. 벽 없이 하는 핀차는 여전히 무섭다. 그런데 선생님이 오늘은 핀차에서 구르기 연습을 해보라고 한다. 두려움을 깨는 연습. 그렇게 몇 번 신나게 발차기를 하고, 우당탕 구르고 깔깔대고를 반복하니 신기하게도 에너지가 올라온다. 막혔던 기가 뚫린 느낌, 없던 에너지가 샘솟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파드마아사나에서 양손으로 디야니무드라를 만들어 아랫배 가까이 대고 명상을 했다. 눈을 감고 있는데 불현듯 지난 한 주간 스스로를 비하하고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것보다 나는 더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련 후 제시와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사진 찍기에 적당히 예쁘면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달콤한 커피를 마셨다. 몸은 개운하고 입은 만족스럽고 마음은 가볍다.
집으로 돌아와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고 히말라야 솔트와 라벤더 에센셜 오일로 배스 솔트를 만들어 전신욕을 했다. 욕조에 안기듯 몸을 푹 담그면 그 따뜻함이 굳은 근육을 풀어주고, 라벤더 향기가 나를 토닥토닥해주고, 아로마 오일의 좋은 에너지가 피부를 통해 내 몸으로 들어와 기분 좋은 감각을 깨워준다.
보라색, 회청색 꽃 라벤더는 지중해의 척박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그래서 프렌치 라벤더, 잉글리시 라벤더가 유명하다. 라벤더는 진정작용, 이완 효과가 있어서 긴장이나 노여움을 풀어주는 에센셜 오일이라 불리고, 스트레스, 몸살 등에 빠지지 않고 사용된다. 열을 식히고 이완하는 특징은 열, 염증, 통증, 불안증에 도움이 되고 특히 뜨거워진 간을 식혀 두통, 편두통, 긴장, 불면 등을 완화한다.
라벤더 목욕까지 마치고 나니 이제 그와 헤어질 시간이 왔음이 느껴진다. 그와의 인연은 끈질겨서 영영 이별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만남은 여기까지이다.
잘 가, 그리고 자주 보지 말자.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s://brunch.co.kr/@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