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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May 30. 2022

강아지 여름 필수품


“아이고, 너도 계단 올라가는 거 힘들구나. 쪼끄만 게 힘들어 죽겠다고 헥헥대내. 하하하”


11살이 되면 발걸음이 이만큼 느려진답니다.

계단을 오르다가 쉬고 계시는 동네 할머니가 슈렉이를 보고 말씀하신다. 슈렉이는 개너자이저라 계단을 오르는 것쯤은 별일이 아니다. 물론 아기 때 폴짝폴짝 뛰어 올라가던 속도는 볼 수 없다. 이제는 어른스럽고 우아하게 한 걸음씩 내딛으며 사뿐히 올라간다.


내 혓바닥 길쥬? 더우면 자꾸 길어지는 혓바닥

슈렉이가 헐떡이는 이유는 힘이 들어서가 아니라 더워서이다. 순식간에 여름이 왔다. 봄에 입겠다고 새로 사놓은 버버리 코트는 꺼내보지도 못한 채 반팔을 입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개들은 더우면 분홍분홍한 혓바닥을 스팸처럼  내밀고 100미터 전력질주를 한 것처럼 숨을 헐떡인다. 개들은 피부로 땀을 흘리며 체온 조절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아무리 따라다니며 입 한 번만 대보래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물도 잘 받아 마신다. 강아지 전용 물통을 드디어 찬장에서 꺼내 쓸 수 있는 시기이다.  


슈렉이 물병은 여름 산책 필수품

슈렉이 전용 쿨매트도 일찌감치 꺼내왔다. 겨울이면 현관 발매트, 욕실 발매트를 차지하고 있던 녀석이 현관 타일에 배를 깔고 눕기 시작했다. 쿨매트를 꺼내야 할 때가 왔다는 뜻이다. 슈렉이 침대 앞에 한 장, 거실 소파 위에 한 장. 거실 바닥에 한 장. 곳곳에 파란 쿨매트를 깔아놓는다. 취향에 맞게 골라 앉으시도록.

 

더우면 알아서 쿨매트에 잘 올라감

“슈렉이 쿨나시 더 사줘. 몸 다 덮는 걸로.”

“더운데 다 벗겨. 뭘 자꾸 입혀.”

“너는 덥다고 팔에 쿨토시 끼고 다니잖아. 애가 햇볕이 얼마나 따갑겠니?”


10년을 넘게 키웠으나 아직도 강아지를 모르는 나는, 슈렉이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서야 이번 여름을 날 쿨나시를 몇 장 더 주문했다. 강아지도 나이가 들면 사람과 똑같이 피부에 검버섯이 생기고 색소침착이 오는 걸 보면, 어릴 때부터 꾸준히 자외선 관리를 해주는 게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털북숭이에게 선크림을 바르기는 어려울 테니까. 소형견처럼 옷을 자주 입지 않는 대형견들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쿨스카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커플룩에 집착하는 슈렉이 엄마. 슈렉이 쿨나시 사면서 자기 옷도 삼.

“슈렉이도 선캡 사야 하나?”

“개들이 모자도 써?”

“응. 요새 슈렉이 친구들 보니까 레이스 모자도 쓰고 선캡도 쓰더라고. 엄마, 요새 강아지들은 고글이랑 선글라스도 써.”

“어머, 어머, 웃겨라.”


피부를 보호하려고 쿨나시를 입는다면,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고글이나 선캡도 쓰는 게 맞겠는데? 당장 검색하고 사야겠는데?


강아지 고글과 모자 -출처: 인스타그램-

낮 최고 기온이 30도가 넘은 지난주부터 부쩍 슈렉이의 인스타그램 친구들이 수영장을 가기 시작했다. 강아지 구명조끼를 처음 본 것은 요트장에서였는데, 이 럭셔리한 강아지들은 자기 전용 구명조끼를 입고 요트 위에 자연스럽게 올라탔다. 그런데 요즘 보니, 수영을 처음 배우는 아가 강아지들이 하나씩 구명조끼를 입기 시작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구명조끼를 입고 있을 때보다 벗겼을 때 더 수영을 잘한다는 사실! 역시나 구명조끼도 엄마의 만족을 위한 구매였던 것인가.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우는 우리 강아지들.


https://youtu.be/kJMa0rb_nkc

집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요가하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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