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가언니 Jul 04. 2022

아기 강아지네 흔한 풍경

차타고 놀러가는 중

친구네 집에 아기 골든 리트리버를 보러 다녀왔다. 인스타그램으로 자라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대형견은 소형견과는 또 달라서 정말 매일매일 몸이 커져만 갔다. 이렇게 나중에 나중에 하다가는 아기 리트리버는 영영 못 보고 나만큼 커진 리트리버를 만나게 될 것 같아 다른 일정을 다 미뤄두고 친구네 집으로 달려갔다. 분명 처음 사진으로 봤을 때는 손바닥만 한 강아지였었는데 벌써 몸길이가 70cm나 되는 다 큰 개가 있었다. 그래도 3개월 아가는 아가여서 아직 5차 접종이 끝나지 않아 외부 산책도 못하고 집에서 놀고 있었다.


아기 리트리버를 키우는 집은 인간 아기를 키우는 집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거실에는 미끄럼 방지 패드가 깔려 있고, 온 집안에는 장난감이 널려있다.  슈렉이는 11살이라서 더 이상 장난감을 사지도 않고, 있는 장난감을 물고 놀지도 않는다. 그래서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인형들은 다 모아서 베란다에 쌓아 놓았다. 그러고 보니 슈렉이는 장난감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나는 요즘의 반려인들처럼 '노즈 워크'라는 이름으로 장난감을 많이 사줘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었다. 집에 있는 실내화를 물어뜯고, 생수병을 물어뜯고, 내 모자를 물어뜯던 터라 그거면 재밌게 잘 논다고 생각했다. 무지한 엄마인 내가 또, 좋은 놀이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던 걸까.


베이비 리트리버

사실 요새 강아지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을 보면 11년 전 슈렉이가 아기일 때와는 수준이 완전히 다르다. 분명 그때는 물어뜯을 수 있는 뼈다귀 모양 인형 정도가 있었고, 나름 좋은 장난감을 사준다고 비싸게 주고 산 것이 오가닉 코튼으로 만든 장난감이었다. 요즘에는 어린이 소꿉놀이 장난감처럼 청경채, 당근뿐 아니라 악어, 코끼리, 기린 등 동물 인형도 인간 아기가 갖고 노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국내에만 1448만 명(604만 가구)가 있다고 하며, 이들을 펫팸족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반면 2021년 합계출산율은 0.81명이었다. 분명히 몇 년 전 친구들이 혼수로 세탁기를 살 때 아기 옷 삶음 기능이 있는 세탁기를 산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요즘 세탁기에는 배변 냄새나 털 제거 기능이 강화된 펫케어 기능이 있다.


그러고보니 슈렉이 장난감 사진이 너무 없다 ㅠ

더 이상 팔리지 않는 어린이 장난감이 강아지의 장난감으로 대체되고, 쪼그라드는 이유식 시장은 반려동물 수제 사료, 수제 간식 시장으로, 어린이 유치원은 강아지 유치원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절에 어린이들에게 한복을 입혀 세배를 가는 친구들은 못 봤어도, 한복을 입혀 부모님 댁에 강아지를 대려가는 사람은 많이 봤다. 어린이가 있으면 있는 대로 어린이들과 동등하게, 혹은 손주가 없는 집은 강아지들에게 만원, 오만 원씩 세뱃돈을 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많다. 왜냐하면 강아지들도 그 용돈으로 사야 할 것이 많으니까. 이를테면 오리고기 고구마 말이 같은 개껌 같은 것들.


출처: 인스타그램

이제는 강아지 생일에 강아지가 먹을 수 있는 강아지 케이크를 주문해서 온 집안을 '5th Birthday' 'Happy Birthday' 같은 글자로 장식해 놓고 생일파티하는 것은 너무 일반적인 일이라, 한복을 입혀서 돌잔치 정도는 해 줘야 눈길이 간다. 암컷에는 치마저고리, 수컷에는 동자 한복을 입히고 과일, 떡 등을 올려놓은 돌상을 차려서 돌잡이도 똑같이 한다.

  

결혼식에 화동이 아니라 화견이 들어가는 것도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결혼식을 위해 강아지들이 턱시도와 드레스를 맞추기도 한다. 강아지는 이미 반려 가정의 가족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계실 반려인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 짐작한다.

 

출처: 인스타그램


그건 슈렉이네도 마찬가지여서 우리 집 식구들은 생일파티를 할 때마다 케이크에 초를 꼽고 사진을 찍는데, 그게 누구의 생일이건 주인공은 슈렉이를 안고 사진을 찍는다.  자식들마저 중년을 향해가는 찐 어른들만 있는 우리 집에 11살 노견 슈렉이는 손주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고 이제 슈렉이가 없다면 적막감이 흐를 지경이다.    


슈렉이는 할아버지 생신 축하 중



https://youtu.be/WKHqaMcI2Po

슈렉은 요가 중


이전 03화 펫스타그램의 기쁨과 슬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