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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Jun 27. 2022

예쁜 동물을 원하세요?

털이 쪘건 안쩠건 내 눈엔 인형으로 보임


슈렉이 인스타그램 강아지 친구들을 보면 #사지말고입양하세요 와 같은 해시태그가 달려 있거나, 프로필에 ‘스트릿 출신’ 임을 밝힌 친구들이 있다. 유기견이었다가 새로운 가족을 만난 강아지들이다.


그중에는 종종 ‘음? 이 강아지는 못생겼는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쁘지 않은 강아지가 있기도 하고, ‘9살이고 눈이 안 보이는 강아지라 입양이 어려워 제가 데리고 왔습니다.’라고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누가 봐도 안 예쁘고, 늙었고, 이제 아플 일만 남은 강아지를 입양하는 무모하게 용감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강아지를 처음 키우는 사람들이 기왕 키우는 강아지를 어리고 건강하고 예쁜 강아지로 골라 키우고 싶은 마음, 인지상정이다. 동물 보호소에서 어리고, 작고, 예쁘게 생기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귀염성 있는 강아지들은 쉽게 입양이 되는 반면, 크고, 늙고, 못생긴 강아지들은 입양마저 쉽지 않다는 현실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사람을 입양할 때도 외모를 보는데 동물이라고 안 그렇겠는가?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에 온라인에서 난리가 났다는 지하철역에 붙은 동물 성형외과 광고는 섬뜩했다. 사진의 도베르만이 예전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인스타그램의 도베르만 친구가 귀에 붕대를 감고 있길래 “귀 왜 아파요?”라고 물었다가 "귀 세우는 수술 했어요."라는 답을 들었을 때, 나는 차마 대답을 이을 수가 없었다. ‘주인이 다 생각이 있어서 했겠지, 강아지 모델일 수도 있잖아.’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더 속상했던 것은 내가 이에 대해 어떤 말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슈렉이 꼬리는 방울모양

슈나우저의 꼬리가 원래 길다는 것을 나는 최근에 인스타그램 속 다른 슈나우저들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슈렉이는 5cm 가량 꼬리의 꼬리털을 풍성하게 방울처럼 미용하는데, 나는 슈나우저의 꼬리가 본래 짤막해서 그렇게 귀여운 방울을 좌우로 흔드는 것인 줄 알았다. 그렇다. 슈렉이는 꼬물이 시절 꼬리가 잘렸다. 동물은 꼬리로 의사표현, 감정표현을 하는데, 그걸 잘라버린 것이다.


내가 동물 성형외과에 데려가서 자른 게 아니라거나, 슈렉이가 태어나자마자 일어난 일이라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변명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갓난아기일 때 꼬리가 잘리는 고통을 오롯이 감내했을 슈렉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아마도 태어나자 마자는 신경이 완전히 형성되어 있지 않아 고통을 모른다거나, 감각기능이 완성되지 않아 괜찮다거나, 어릴 때 기억은 다 잊힌다는 변명을 하며 잘랐을 것이다. 평생 후유증과 장애, 트라우마가 생기더라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데, 이렇게 착하고 순하고 건강하게 10년을 넘게 잘 살아줬으니 슈렉이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덥수룩 털쪄도 예뻐 #꽃개

올 초 국회에 ‘반려동물 성형 수술 금지’ 개정안이 발의되었다고 한다. 영국과 스위스의 경우 ‘치료 이외의 목적으로 그 동물의 민감한 조직 또는 뼈 구조를 해치는 행위’, ‘개의 귀를 자르는 행위’를 동물 학대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의 동물에 대한 인식은 우리나라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어 비교하기가 힘들기는 하다. 이들 국가에서는 반려동물을 학대하면 징역형은 기본이고, 이후 얼마간 동물을 소유, 사육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언감생심이다.


동물 성형수술의 역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로마시대에 개의 꼬리 끝과 혀의 일부를 자르면 광견병으로부터 예방할 수 있다는 속설 때문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이가 없다. 귀, 꼬리, 이빨을 자르는 단이, 단미, 단치라는 단어가 사전에서 버젓이 올라가 있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온다.


눈 수술로 퉁퉁 부은 채 살던 시기

작년에 슈렉이는 눈 속에 종괴가 생겨서 눈꺼풀을 뒤집어서 제거하는 수술을 했었다. 뭐가 잘못됐는지는 모르겠는데 수술을 한 눈이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아서 수술한 눈 위에 눈알이 한 개 더 붙은 것처럼 시뻘겋게 부은 채로 지내야만 했다. 몇 번이고 다시 병원을 가서 소독을 하고 약을 발라도 차도가 없고, 의사 선생님은 기다려보자는 말밖에 안 하셨다. 나는 수술이 잘못되었다고 펄펄 뛰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혹시라도 눈을 비벼 탈이 날까 봐 그 불편한 넥카라를 얼마나 오랫동안 끼워놨는지 모른다. 두세 달이 지났을 즈음 스르륵 부기가 빠졌다.


이건 질병이었고 필요에 의해  수술이었는데도  고생을 했는데, 단순히 예쁘게 보이기 위해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은 가혹하다. 그것이 강아지의 자존감이나 만족감의 고양과는 전혀 상관없이 주인의 욕심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 인간의 성형수술과의 차이점이다. 종이에 얇게  피부도 아픈데 귀를 싹둑 자르고 꼬리를 잘라내는 ?  귀의 반을 싹둑 자르고, 다리 한쪽을 잘라내는 상상을 해본다.  고통은 말로 표현할  없다.   


이 중에 안 예쁜 개가 있나요?

내 눈에 슈렉이는 너무 예쁘고 세상에서 최고로 잘 생겼지만, 슈렉이와 10년 넘는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설사 이 강아지가 객관적으로 못 생겼다한들, 그게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절세미녀여서 우리 부모님이 나를 아끼고 잘 키워주신 것이 아닌 것처럼, 그냥 내 가족이고 자식이라 예쁘다. 그게 전부다.  



https://youtu.be/zrWz_ihw1mc

나는 숲에서 요가하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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