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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Jul 25. 2022

강아지 키우기 전 체크리스트

배우 김고은 인스타그램 캡처

배우 김고은이 기뇌증, 뇌탈출증이라는 불치병이 있는 유기견을 입양했다는 뉴스를 봤다. 처음 듣는 병명에서 어렵지 않게 예사 병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 현재 건강한 강아지도 몇 년만 지나면 병원 진료를 받기 시작하게 될 것이고 수십, 수백만 원의 치료비가 나가게 될터라, 처음부터 불치병을 갖고 있는 강아지를 입양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진심으로 박수를 쳤다.그리고 그 여유로움이 부러웠다.


“코로나가 끝나고 유기견이 엄청 많아졌대.”

“코로나랑 유기견이 무슨 상관인데? 개도 코로나 걸려?”

“아니~ 거리두기 때 외롭다고 강아지를 데려와서 키우던 사람들이 이제 밖에 나가 놀아야 한다고 버린대.”

“그게 말이 돼?”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유기동물이 4월 대비 5월에 25% 증가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짐작컨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숫자가 더 많을 것이다. 그나마 유기견 수를 집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지역이 수도권에 한정된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니까 모든 개를 다 등록시켜야 해. 그래야 마음대로 강아지를 못 내다 버리지.”

“애초에 자발적으로 등록을 하는 사람은 유기를 하지 않겠지.”

“아, 그렇겠다. 이것 참 쉽지가 않네. 내가 자산가가 되면 꼭 유기견, 동물권과 관련된 사회사업을 할 거야.”


강아지와 관련해서는 무관심하던, 아니 불호에 더 가까웠던 친구가 급기야 사회사업을 하겠다고 말한다. 나도 그러고 싶다. 나는 물욕도 소비욕도 그다지 많지 않은 사람이지만 김고은 배우처럼 병원비 걱정 없이 위험에 처한 동물을 구조하고 케어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여유는 갖고 싶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졌다.


강아지 여행도 가야하는데요? 돈 많이 벌어오세여!

갑자기  돈타령이냐고? 유기견이 생기는 가장  이유가 바로 돈이기 때문이다. 강아지가 너무 예뻐서, 유기견이 불쌍해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제일 먼저 체크해봐야  것은 다름 아닌 본인의 지갑 사정이다. 내가 생각하는 돈의 개념은 시간도 포함한다. 그러니까 경제적, 시간 여유가 없다면 강아지 키우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예를 들어 강아지를 처음 데려오는데 드는 비용이 100만 원이라고 치면, 강아지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100만 원만 있으면 강아지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입장료일 뿐이다. 강아지가 내 손안에 오는 순간 숨 쉬는 것 빼고는 다 돈이다. 매일 먹는 사료, 배변패드, 간식, 영양제, 계절별 옷, 장난감, 침대, 하우스, 계단, 5차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 비용. 강아지가 어릴 때는 이 정도면 되니 큰 부담이 없다. 반려인의 상황에 따라 유치원, 애견카페, 수영장에 데리고 다닐 때마다 부대비용이 발생하는 정도이다.


함께 있어주지 못하면 강아지 유치원에 보내기도 해요.

강아지가 6~7살이 넘어 노견이 되어가면 이 모든 것들을 단번에 뛰어넘는 한 가지가 있으니, 바로 병원비이다. 강아지 병원비에는 의료보험이라는 것이 없을뿐더러, 강력한 핸디캡이 있다. 바로 강아지는 말을 못 한다는 사실이다. 내 강아지가 평소와 뭔가 다르다고 생각되면 우선 강아지를 들쳐 엎고 병원에 가야 하는데, 강아지가 어디가 아프다고 말 한마디만 해주면 쉽게 갈 수 있으련만, 그럴 리가 없으니 전신을 다 검사하기 시작한다. X-ray, CT, MRI 다 찍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한 번 아프면 2~300만 원은 우스운 게 강아지 병원비이다. 백내장, 슬개골 탈구, 당뇨, 간수치, 치매 이런 것들은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할 것이다.


이 정도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더라도 시간이 없다면 그건 돈이 없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최소한 하루에 한 번(슈렉이의 경우 하루에 네 번임) 산책을 시켜줄 수 없다면, 매일 식사를 챙겨주고 같이 놀아 수 없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반려인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우리 강아지 행복하게 해주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해요. 그런데 일하러 나가느라 함께 있어주지 못하니 그게 딜레마에요.”


강아지 장난감도 필요한데요!


나는 자식을 키워본 적은 없지만, 이게 자식 키우는 것과는 또 다르다는 것은 안다. 자식 키우는 친구들에게 들어보면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아이들이 또래집단을 중시하며 엄마 손을 떠나간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강아지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단 하루도 내 손이 필요하지 않은 날이 없다. 슈렉이는 내가 한 끼라도 챙겨주지 않으면 굶고, 내가 현관문을 열고 데리고 나갈 때까지 대소변을 참는다. 산책을 시켜주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다. 몸이 아파도 내가 병원에 데려가지 않으면 고통에 괴로워하다가 죽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유기견 문제, 나아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결국 책임의 문제로 귀결된다. 돈과 시간의 책임.


내가 강아지와 관련된 글을 쓰게 된 것은, 노견이 된 슈렉이가 곧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 슈렉이가 이 세상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우리 슈렉이 귀여운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던 터라 심각한 이야기, 그러니까 유기견 이야기 같은 것을 쓰는 것은 내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인스타그램 친구들이 리그램하는 개농장, 유기견 구조현장 영상 등을 잘 보지 못한다. 그 잔인함과 무자비함이 비현실적이라 공포 영화, SF 영화처럼 느껴진다. 지식인이라면 눈을 똑바로 뜨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배웠지만, 난 지식인이 될 재목이 못 되는지 여전히 힘들다. 그래서 이렇게 표면적이고 깊이 없는 유기견 이야기를 꺼내는 데에도 1년이 걸렸다. 어쩌면 지난주까지 썼던 40여 편의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블링블링한 강아지 글들은 이 이야기를 꺼내기 위한 준비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https://youtu.be/o4homOFBIJM

강아지와 항상 꼭 붙어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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