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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Apr 12. 2022

‘꽃개 놀이’를 아시나요?


강아지를 10 이상 키웠지만 ‘꽃개 문화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애견카페, 강아지 유치원, 도그 피트니스  강아지 주류 문화(?)와는 별개로 혼자 책을 보면서 강아지 훈련법을 공부하고, 동네 산책이나 하면서 강아지를 키웠던 터라, 유행하는 장난감, 간식, 교육법  반려동물 문화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작년 12월에 슈렉이의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후  봄을 맞았다.   전부터 남부지방에 사는 강아지들 인스타그램에 ‘꽃개피드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벚꽃을 배경으로 강아지 독사진을 찍거나 강아지를 번쩍 들어서 벚꽃나무 가지 안에 강아지가  들어가게 사진을 찍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   하네.’ 싶었는데, 매일매일 꽃개 피드를 보다 보니, 이게 뭐라고 나도 하고 싶어지는 거다. 역시 SNS 영향력이란……


 년에 한두 주일만  고 지는 예쁜 봄꽃과 내가 사랑하는 강아지 사진을 함께   있다면, 그리고 영원히 남길  있다면 굳이   이유는  뭔가?  사진을 보고 나중에 행복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또래집단의 문화란 게 이렇게 강력한 것이다. 인스타그램 하는 다른 강아지들처럼 슈렉이의 예쁜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개나리개 ㅋㅋ 발에도 개나리가 있다구.

그래서 슈렉이를 데리고 서울숲에 갔다. 서울숲은 평소에도 자주 다니던 터라, 대략 주말 점심 즈음이 되면 주차장이 가득 찬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래서 주차난을 피해 아침 일찍, 슈렉이의 아침 산책시간인 8시에  맞춰 가기로 했다. 나는 아침도 먹어야 하고 뒤에 있을 스케줄 짐도 챙겨야 해서 6 반에 일어났다. 늦잠을   있는 유일한 아침인 일요일에 6  기상이라니...... 그래도  년에   벚꽃을   있고, ‘꽃개 찍을  있는 날이라니  정도는 감수할 만하다. 나랑 뜻이  맞는 친구는 고맙게도 일요일 아침 늦잠을 반납하고  피곤한 일정을 흔쾌히 함께 해주었다. 일찍 출발한 보람 있게 기다리는  없이 주차장 안에 들어갔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설마 자리가 없는 거야? 평소 아침이랑 다른데?”

“지금 일요일 아침 8시인데? 사람들이 그렇게 부지런할 리가 없잖아?”


사람들은 그렇게 부지런했다. 일요일 아침 8시에 만차라니...... 주차장을  바퀴를 돌고 나서야 겨우  자리를 찾아서 주차를 하고 공원에 들어갔다. 아침 일찍부터 봄나들이를 나온 가족들로 서울숲은 북적였다.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어린아이들을 데려온 가족단위보다는 나처럼 강아지를 데려온 가족이나 커플들이  많아 보이긴 했다.


지난주말 핑크빛으로 물들고 있는 서울숲


그리고 그곳은 그렇게 아침 일찍 올만 했다. 벚꽃이 ‘지금 이때다.’ 싶게 흐드러지게 펴있었고, 짐작컨대 오후보다는 사람이 적은 터라 줄을 서지 않고(?) 벚꽃 아래에서 충분히 만족할 때까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나는 슈렉이랑 7분가량의 짧은 영상도 찍었다.  


https://youtu.be/9qN9lRd0fF4

슈렉이랑 스트레칭 함께 해요

그리고 당연히 오늘의 ‘꽃개’ 사진도 찍었다. 사실 그동안 슈렉이를 아기를 안아 들듯이 겨드랑이를 받쳐서 번쩍 안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렇게 들면 슈렉이가 겨드랑이에 통증을 느끼지 않을까? 무서워서 발버둥 치지 않을까? 와 같은 걱정을 했었다. 순하디 순한 슈렉이는 잔뜩 얼어붙은 얼굴로 가만히 있었다. 수십 장 사진을 찍어대는 동안 발버둥도 치지 않고 잘 기다려줬다.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난 왜 하늘을 날고 있지?’와 같은 표정을 짓긴 했지만.


좀 웃어볼래?

요새 슈렉이와   있는  최대한 많이 영상을 찍어서 남기고 있다. 슈렉이나이가 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건강할  많은 영상을 남기고 어서이. 그런데 영상을 보는 사람마다 어쩜 이렇게 강아지가 얌전하냐는 말을  마디씩 한다. 사실 슈렉이를 이렇게 가만히 관찰해  적이 없어서 나도 모르겠다. 슈렉이가 원래 순한 아이였던  같기도 하고,  이제 늙어서 에너지가 없는  같기도 하다. 가끔씩은 11 슈렉이가 인지능력이 저하되어 멍하니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순하고 얌전한 슈렉이가 슬프다.

   

비단 서울숲뿐 아니라 우리  뒷산도 만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불과 열흘 , 지난주 금요일에 슈렉이와 산책을  때만 해도 벚꽃들이  피지 않은 분홍 봉우리 상태였었다. 그래서 벚꽃을 보려면 남쪽으로 가야 한다며 일주일 전에는 경주 여행을 다녀왔었는데, 딱 한주만에 서울까지 벚꽃이 번졌다.


꽃봉오리만 나온 열흘 전. 슈렉이 옷도 두꺼운 맨투맨

아파트 뒤편으로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는 낮은 산이 다. 산책로를 따라 벚꽃길이 신비롭게 이어지다 보니 주말 동안 전례 없이 많은 차와 인파가 몰려들었다. 덕분에 슈렉이는 평소에 만나보지 못했던, 봄나들이를 나온 많은 동네 강아지 친구들과 킁킁킁 인사를 나눌  있었다.



동네에서도 찰칵찰칵 ‘꽃개 했다. 슈렉이가 10 넘게 매일 걷는 산책로이고, 벚꽃도 10 넘게 봐온 곳인데 이렇게 사진을 찍으니  느낌이 다르구나! 슈렉이 견생 11년차, 이번이 11번째 보는 벚꽃인데 꽃개 사진 처음 찍어줘서 미안해. 슈렉이 덕분에  아름다운 봄을 느끼고 있고 특별한 벚꽃 여행 중이다.  


슈렉이 매일 다니는 산책길, 예쁘죠?

서울숲에서  시간 넘게 산책을 하고, 아침 9 반쯤 주차장으로 나왔다. 주차장에 들어오기 위해 도로에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보니 부지런을 떨며 일찍 움직이길 잘한  같다. 집에 돌아온 우리는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달콤한 낮잠을 잤다. ‘꽃개 위한, 분주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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