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파인 아로마 - 야외 요가
"숲에서 송편 냄새가 나"
비 온 뒤 서울숲에서는 진한 소나무 향이 났다. 나는 코와 폐로, 아니 피부까지 활짝 열고 양껏 솔향을 마셨다.
파인 아로마는 호흡기 감염에 매우 효과적인 오일이라 타임, 유칼립투스, 티트리 등과 블렌딩 하여 감기와 독감에 적용한다. 살균과 항염 효능이 있어서 방광염, 신우염, 류머티즘, 관절염의 통증 경감에도 쓰인다.
에너지적으로는 마음을 강하게 하는 아로마이다. 가슴을 열어 긍정적인 사고를 일깨우고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그래서 '보호의 허브'라고도 부른다. 감정적인 낙관성을 회복하고, 부적절한 죄책감을 벗어버리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아침 제시를 만나 서울숲에서 요가를 했고, 산책을 했고, 조금 달렸다. 소나무 그늘 아래 누워 새소리를 들으며 선선한 가을바람을 느끼는 행복감을 이제서야 안 것이 억울할 정도로 좋았다. 뉴욕에서 온 셰프의 햄버거를 먹고 블루보틀 커피를 마시면서 센트럴 파크에서 요가 후 브런치를 하는 뉴요커가 된 것 같다며 가본 적도 없는 뉴욕에 있는 기분을 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지 바로 직업을 갖는지에 따라, 대학 졸업 후 받는 연봉과 생활 수준에 따라, 그리고 결혼-출산-육아의 길로 들어서는지, 싱글-일-연애의 노선을 타는지에 따라 친구관계가 자연스레 정리되어왔다. 그 말은, 결혼 적령기를 지나 이제는 '결혼자금'으로 모아놓은 돈을 야금야금 ‘나를 위해’ 쓰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남았고, 이들이 나의 친구들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시댁으로 친정으로 아이들과 한 꾸러미의 선물을 들고 이동하는 대신, 전을 부치고 잡채를 볶고 갈비찜을 끓이는 대신, 미술관에 갔고, 영화를 봤고, 읽고 싶었던 책을 읽었다. 매일 산책을 했고, 한산해진 이 도시에 문 연 레스토랑을 찾아다녔고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승효상 건축가는 <묵상>에서 여행은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힘을 얻고자 떠나는 것이라 말했다. 조금 긴 주말 같았던 추석 연휴 동안 나는 서울의 이태원을, 을지로를, 삼청동을, 성수동을 여행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외롭지 않아?"
"결혼한다고 외롭지 않은가 뭐. 이 정도는 공평하게 나눠가진 삶의 외로움 아닌가."
그래서 나는 여전히 결혼이 두렵다.
나의 홀가분한 휴식과 자유로운 시간을 빼앗아갈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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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에디 (http://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