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10km 마라톤 도전기
처음으로 마라톤대회에 나가봤다. 러닝은 전혀 하지 않는 내가, 평소에 대부분 앉은 채로 운동을 하는 내가 말이다. (요가와 세일링을 할 때는 거의 앉아있습니다.) 심지어 5km도 아닌 10km를 신청했는데, 친구들과 이벤트성으로 ‘한 번 뛰어볼까?’ 라며 가볍게 결정한 것이니만큼 거리도 가볍게 골랐다. 5km는 30분, 10km는 한 시간이 걸린다던데, 1시간을 뛰어야 브런치 맛집 오픈 시간에 맞을 것 같아서 말이다.
대회 전날 금요일, 2023년의 첫눈이 내렸다. 잠깐이었지만 펑펑 내리던 첫눈이 예쁘다며 즐거웠던 것은 잠깐, 이내 걱정이 시작되었다. 눈이 내렸으면 그다음 날은 기온이 떨어질게 뻔하다. 대회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추울 것이고, 막상 뛰면 땀이 흠뻑 날 텐데 도대체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여러 번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했고 꾸준히 러닝을 하고 있는 제시에게 물었다.
“그래도 긴팔은 입어야지.”
“겨울인데 당연히 긴팔 입어야지! 내가 궁금한 건 어떤 패딩을 입어야 하나, 얼마나 꽁꽁 싸매고 나가야 하나 그런 거야.”
“얼굴 타니까 모자 쓰고 눈부시니까 선글라스도. 장갑은 꼭 있어야 해. 우리는 무겁게는 안 입는데 방한이 중요하니까 대회 때는 비닐우비를 입고 뛰다가 벗어서 버리기도 해.”
“아~ 그래서 비닐을 덮고 있는 것이었구나. 하지만 우비를 입는 것은 안 되겠어. 내 달리기 때문에 일회용 쓰레기를 만들 수는 없어.”
평소 인스타그램의 사진을 보면 제시는 겨울에도 얇은 긴팔 상의에 패딩조끼 하나만 입고 달리긴 했었다. 달리기 전문가는 체온 조절 능력부터 다른가 보다. 나는 기모 레깅스에 등산양말을 신고 히트텍, 등산용 플리스, 스키 마스크, 모자, 등산장갑까지 내가 가진 모든 기능성 의류를 동원해 빠른 땀 배출과 보온에 만전을 기했다.
‘빨리 달리지는 않아도 절대 걷지 않기.’
이 목표를 새기며 출발했다. 함께 출발한 사람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보니 멈추지 않고 계속 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요가 수련이 건강체력과 운동체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시오
이 주제로 과제를 한 적이 있다. 건강체력이란 심폐지구력, 근력, 근지구력, 유연성, 체구성을 말한다. 체구성은 신체조성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쉽게 말해 근육과 체지방의 비율 같은 것이다. 반면 운동체력은 민첩성, 순발력, 평형성, 협응력의 네 가지를 말한다.
국내에 등재된 ‘요가’와 관련된 논문은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많은 논문들이 실험을 하는 방법은 유사했는데, 1일 60~90분, 주 2~5회, 8~20주 요가 수련 후 실험자의 몸의 변화를 관찰하는 형태였다. 그 대상은 10대 청소년부터 20대 여성, 중년 여성, 노인까지 다양했으나 공통적인 결과는 근력, 근지구력, 유연성, 평형성이 유의하게 증가되었다는 것이었다. 체구성도 마찬가지여서 체중과 체지방률이 유의하게 감소하고 제지방량은 증가했다.
요가 동작 중에는 근육을 늘리며 유지하고 버티는 동작이 많은데 다운독 자세인 아도무카스바나아사나나 웃카타아사나, 차투랑가단다아사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아사나들은 등척성 수축과 신장성 수축을 통해 근력과 근지구력 같은 근 기능을 개선시킨다. 비록 저항성 운동만큼의 근비대는 생기지 않더라도 말이다. 경직된 근육을 이완하고 관절 가동범위를 넓히는 등 유연성 향상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사실 가장 효과적인 영역은 운동적 측면보다는 정서적 장애, 고혈압, 심장병 등의 심혈관계 장애, 그리고 천식과 같은 호흡기계 장애라고 했다. 요가가 스트레스 컨트롤 및 자율신경계 조절에 탁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건강체력의 5 요소 중 심폐지구력만이 논란의 여지가 있었는데 심폐지구력이 향상되었다는 연구결과와 개선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공존하고 있었다. 개선되지 않았다는 결과에 대해 연구자는 요가가 운동 강도 측면에서 부족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호흡 순환 기능 향상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운동을 병행할 것을 권고했다. 요가를 하는 사람은 유산소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말을 평소에도 들었던 터라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10km를 달리며 가장 신기했던 것은 달리는 동안 호흡이 가파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뒤에 있는 사람이 숨이 넘어갈 정도로 헉헉되는 것을 듣는 것이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그 점이 뛰는 내내 너무 신기했다. 아무래도 요가를 하면서 심폐지구력이 좋아진 것 같았다. 한 장 매트 위에서만 움직이는 요가를 하고 어떻게 심폐지구력이 향상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답을 호흡 수련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타요가에서는 ‘아사나(요가동작)’ 수련을 통해 ‘프라나야마(호흡)’를 고요히 하면서 동시에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고요한 ‘호흡’은 마음을 집중시켜 ‘명상’에 이르게 하는 수단이 된다. 나는 요가를 하며 비로소 스스로의 호흡 소리를 듣고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비염 때문에 오랜 시간 입으로 호흡하던 습관을 고쳐 지금은 코로 호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달리는 동안에도 심지어 스키 마스크로 얼굴을 덮고 있었음에도 코로 호흡을 할 수 있었고 간간히 입으로 호흡을 내뱉으면 덜 힘든 것 같은 느낌마저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10km를 걷지 않고 뛰어서 한 시간 안에 완주했을까?
반은 뛰고 반은 걸었다. 5km 반환점을 돌자 갑자기 왼쪽 무릎이, 오른쪽 발목과 고관절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반환점을 돌자마자 멀쩡하던 다리에 통증이 느껴졌다는 사실에, ‘이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겠지.’ 라며 계속 뛰라는 마음과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마.’라며 뛰는 것을 멈추고 걸으라는 마음이 싸우기 시작했다. 그 후 1km 정도는 고민을 하며 더 뛰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마음을 정해서 걷기 시작했다. 깊은 후굴, 전굴 등 과한 아사나도 삼가며 요가를 하고 있는 내가 재미로 하는 달리기에서 연골과 관절을 상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10km를 달리는 것이 과하다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연습 한 번 안 하고 나온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뛰기 전에는 다들 못하겠다고 하더니 함께 한 친구들 모두 각자 걷거나 뛰어서 10km를 완주했다. 당연히도 뛰고 나니 너무나 상쾌했다. 다들 한 군데씩 고장 난 듯 어기적어기적 걸어 브런치 가게까지 가긴 했지만. 다음날 바로 하타요가로 풀어줘서일까, 생각보다 근육통도 없었다. 다만 왼쪽 무릎이 아직도 콕콕 쑤시는 것이 연골이나 관절이 무리를 하긴 했나 보다.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 조금씩 달려야 할 것 같다. 요가로는 부족하다는 심폐지구력 향상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내가 잘 사용하지 않아 존재를 잊고 있었던 관절과 연골, 근육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 말이다.